대한민국의 진짜 사나이들
대한민국의 진짜 사나이들
— 이십 대(二十代) 군복무 시절을 회고하며 —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누구나
군대 시절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그때 그 시절의
젊음과
무용(武勇)이
자랑스럽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까지도
지금은 그립고
자랑스러워
이미 몇 번씩 했던 이야기를
또 늘어놓는다.
군대 안 간 친구 앞에서 아내나 조카들 앞에서 적당히 과장(誇張)한 이야기를 너무도 천연스럽게 늘어놓는다. 어쩌면 군대 시절 이야기를 하는 우리 나라 남자들이란 국방부(國防部) 시계(時計)를 손목에 착용하던 시절엔 한결같이 ‘람보(Rambo)’들이었나 보다.
눈을 스르르 감은 채
그때 그 시절을 회고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너무 즐거워하는 표정이라서
참으로 가관(可觀)이다.^^*
제대(除隊)하고 나서도
여러 해 동안
꿈속에서는
다시 재입대(再入隊)한 군인이 되어
“아, 이건 병무행정(兵務行政) 착오”라며
발버둥질 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언제 그런 꿈을 꾸었냐 싶게
병역미필(兵役未畢)한 남자들이나
여자(女子)들 앞에 나설 때는
항상 ‘진짜 사나이’로 보이고 싶어 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이
누구나
군대 시절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건
점점 왜소(矮小)해지는 자신과
선명하게 새겨지는
세월의 나이테 앞에
계급장(階級章)처럼
한 줄 두 줄씩 그어지는
이마의 주름살이 보기 싫어서
그립고 아쉬운
그때 그 시절을 미화(美化)하며
이미 여러 번 했던 이야기들을
또 늘어놓는 거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때 그 시절이
가슴 울컥 그리워서
소주잔(燒酒盞)을 기울이며
군대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만은
그들이
몇 살이든 간에
그들은
언제까지나
대한민국(大韓民國)의
‘진짜 사나이’들이다.
2007 년 4 월 21 일 토요일
박 노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