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思母曲)
思 母 曲
글 ‧ 사진 / 박 노 들
1
어머니!
어머니!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아버지 기억이
거의 없는 저에게
오늘은
어머니날입니다.
지금은 어머니도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저에게
오늘은 어머니날입니다.
저는 오직 어머니
한 분의 사랑만 받으며
성장(成長)했으니까요.
어머니!
어머니!
오늘은 어머니날입니다.
2
저는 어제
어버이날을 하루 앞두고
자식놈들한테서
옷 선물(膳物)을 받았습니다.
저는 오늘
어머니한테
아무런 선물도 드릴 수 없군요.
저에게
오늘은 어머니날인데
이 세상에 계시지 않으니
선물도 드릴 수 없군요.
어머니!
어머니!
왜 그리 일찍 가셨습니까.
열여섯 어린 나이에
우리 집에 시집오셔서
한창 꽃다운 나이에
저 하나 달랑 낳으시고
스무 살에 청상(靑孀)이 되신
우리 어머니!
손주 손녀(孫子孫女) 재미도
못다 보시고
무엇이 그리 급하셨길래
환갑(還甲) 겨우 넘기시고
그 먼 나라로 가셨단 말입니까.
그 곳에서 다시 만나신
우리 아버지 모습은
여전히 스무 살 꽃미남이셨겠지요.
저는 오늘
어버이날을 맞아
자식들한테서
미리 받은 옷 선물이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어머니한테는
아무런 선물도 못 드리고
저 혼자만 덜렁
옷 선물을 받으니
정녕 하나도 기쁘지 않습니다.
3
어머니가 지금도
살아 계시면
아들 며느리 손주 손녀들과
꽃구경 들놀이 가는 날인데,
그 오늘이
저한테는
사모곡(思母曲)을 바치는
서러운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뜨거운 여름날
시골 우리 집 텃밭에서
어머니 뒤따라 호미 들고
고랑이 긴 콩밭을 매다가
농사꾼 되기 싫다고 투정부리며
무작정 상경(上京)했던 그 날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어머니는 텃밭을 팔아
이 못난 자식 학비(學費)에 죄다 쓰셨지요.
덕분에 저는 우리 고향 최초의
대학생이 되었고요.
이 못된
불효자(不孝子)는
여직껏 어머니 은혜에
보답도 못한 채
염치없이 자식놈들한테서
붉은 카네이션 꽃을 받아
제 가슴에 달았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오늘은 정말 당신이
새록새록 그리운
바로 어머니날입니다.
4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아버지에 관한 기억이
희미한 저한테는
오늘이
어머니날입니다.
지금은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우리 어머니!
그리 길지 않은
예순다섯의 생애(生涯)를
고단하고 외롭게 사시다가
홀연히 아버지 곁으로 가신
내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은
밭고랑처럼 늘어나고,
섬섬옥수(纖纖玉手)는
북두갈고리처럼 변하셨지만,
고결(高潔)한
사랑과 영혼만큼은
학(鶴)처럼 우아(優雅)하고
고우셨던
우리 어머니!
오늘은 당신이
너무 사무치게 그리운
서러운 어버이날입니다.
2007 년 5 월 8 일
불효자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