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잎과 생일 점심(生日點心)
고춧잎과 생일 점심(生日點心)
박 노 들
오늘, 내 생일(生日)이지만
한 살 더 먹는 게
괜히 싫어
아내가
점심 때 외식(外食)하러 가자는 걸
싫다고 하였다.
오전(午前) 내내
빗님이 지정지정 오시더니
오늘따라 조금
센티멘털(sentimental)해졌나 보다.
식목일(植木日) 날 심은
고추가 마냥 자라
우리 집 앞마당을 가득 채웠기에
고춧잎을
한 아름 따다가
물에 깨끗이 씻은 후
라면[拉麵]을 끓일 때
냄비 속에 파 대신 집어넣었더니,
ㅎㅎ 별미(別味) 중에서도 별미였다^^*.
아들 생일 날
미역국을 아주 맛있게 잡수시고
그 다음 날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생일만 돌아오면
죄 없는 아내한테
심통을 부리곤 했는데,
새로운 메뉴(menu)를 마련한
오늘 내 생일 점심은
화려한 외식(外食)은 아니었지만
모처럼 만에 느낀
단출하면서도 개운한 식사(食事)였다.
2007 년 6 월 28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