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上岩洞) 비둘기들
상암동(上岩洞) 비둘기들
평화공원(平和公園) 호숫가에 날아온
상암동(上岩洞) 비둘기들은
호수(湖水)를 사랑하고,
분수대(噴水臺)에서 뿜어 올리는
서늘한 물줄기를 사랑하여,
사람들이 몰려와도
영~ 그곳을 떠나기 싫어한다.
사람들이 가까이 오면
상암동 비둘기들은
분수(噴水) 줄기가 하늘을 향해
뻗쳐오르는 순간에 맞추어
포르르
포르르
날아올라,
전신주(電信柱) 꼭대기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 자리에
꿈쩍 않고
그린 듯이
앉아 있었던 것처럼
시치미를 뚝 뗀 채,
호숫가를
바라보거나
인파(人波)를
그윽이 내려다보는
상암동 비둘기들은
모양새가
한결같이
천생(天生) 장난꾸러기들이다.
간간이 전신주 꼭대기에
그린 듯이 앉아 있는
비둘기들 모습을
그윽이 쳐다보고 있노라면
어느 먼
미지(未知)의 나라에서
바다를 건너
평화공원 호숫가
여기까지 날아온
평화의 구도자(求道者)이거나
아니면 해탈(解脫)한
은군자(隱君子)들을
운(運) 좋게 만난 듯한
기분에 젖어들 때도 있다.
상암동에 사는
비둘기들은
도무지 그곳을
떠나기 싫어한다.
2007 년 9 월 26 일 오후 2시께
박 노 들
※ 은군자(隱君子) : 재능은 있지만 부귀공명을 탐하지 않고 어지러운 세상을 피하여 사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