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옛 동산에 올라
내 고향 옛 동산에 올라
━ 수몰(水沒)된 상수내리(上水內里) 마을을 굽어보며 ━
나를 낳아 주신 분은
우리 어머니시지만
나를 키워 준 것은
우리 고향
상수내리(上水內里).
지금은 어머니도
이 세상에 안 계시고
내 고향 마을마저
소양강 댐(dam) 속에 잠기었다.
나는 어버이를 잃은 고아(孤兒)이자
고향을 잊은 실향민(失鄕民) 신세!
타향살이 수십 년에
어머니 그리우면
산소(山所) 찾아
소리 없이 울고,
고향 그리우면
오랜만에 찾아와
눈이 아프도록
그 옛날을 그려본다.
봄에는 안산(案山)에 올라 가
진달래를 한 아름 따먹고
여름철엔 소양강에 뛰어들어
개헤엄 치며 미역을 감고
가을엔 산밤나무 밑에서
아람벌기를 기다리며
겨울철엔 얼음 꽁꽁 언 논배미에서
온종일 팽이치기를 하며 놀던
정든 내 고향 마을
상수내리!……
어머니, 보고 싶은 어머니!
할아버지, 그리운 우리 할아버지!
동네 아주머니들!
불알친구들아!
오호(嗚呼)!
내가 고향에서 뛰놀았던
수많은 시간과 공간들!……
그 시절을 향한
그리움 때문에
오늘도 가슴앓이를 하지만,
이제는 우리 어머니랑
동네 어른들도
이 세상에
안 계시고,
내 고향 마을은
아예 물 속에 잠겨
사뭇 고요하기만 하다.
2008 년 8 월 16 일
선영(先塋)에서
박 노 들
☞ 사진 설명(게시 순서별) :
1) 상수내리(上水內里) 옥산동(玉山洞)의 박씨 문중(朴氏門中) 선산(先山).
2) 상수내리 옥산동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간수(澗水).
3) 필자(筆者)의 어머니 ‘청주 한씨(淸州韓氏)’의 산소(山所).
4) 필자의 고조부(高祖父)이신 정삼품(正三品) 통정대부(通政大夫) 할아버님
산소(山所)를 모신 상수내리 최고의 명산(名山) ‘일어서기’ 산봉우리.
5) 안마을 안산(案山) 밑, 물에 잠긴 옛날 상수내리 성황당(城隍堂) 자리.
6) 수몰(水沒) 이후에 새로 생긴 상수내리 안마을(옥산동) 동산 밑 나루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