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耳順)이 되고 보니
이순(耳順)이 되고 보니
사진 ‧ 글 / 박 노 들
저는 마흔 살 되는 게
너무 싫어서
서른아홉 살을 마감하던 날
홀로 서재(書齋)에서
잠 한 숨 못 자고
온밤을 고스란히 새우며
세월의 덧없음을
탄식했었지요.
그런 저의 모습을 본
저보다 여섯 살이나
어린 아내는
제가 너무 웃긴다며
마흔 살 되던 새해 첫날 아침에
저를 마구 놀려댔답니다.
그런데 마흔아홉 살의
마지막 날엔
덤덤하게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그 다음 날 쉰 살이 되었는데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었습니다.
쉰아홉 살 마지막 날 밤은
저의 육체나 영혼이
너무 쉬어 빠져서인지
바로 그날이 저주받은
쉰아홉 수(數)를
끝장내는 날인 줄
아예 몰랐지요.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니
제 아내가 새해 인사와 함께
저에게 이르기를
이제 당신이 이순(耳順)의
나이에 어느새 접어들었다며
마흔 살이 될 무렵엔
그렇게 설워했는데
예순이 되니 기분이
어떠시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냥 조용히 웃었습니다.
예순 살엔 정말
귀가 순해지나 봅니다.
이순(耳順)이 되니
이 세상만사(世上萬事)에
화도 잘 내지 않게
되더군요.
이제 십 년이 채 안 남은
칠순(七旬)을 맞으면
그땐 내 마음이 어떨지
미리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2008.11.20 02:26
Daum blog ‘choidk765’에 실린 글
‘불혹의 나이 2’를 읽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