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가로수길
은행나무 가로수길
시월상(十月上)달
은행(銀杏) 잎이
바야흐로 곱습니다.
저는 고딩(고교생^^*) 시절에
가을을 맞이하면
서울 중앙청(中央廳) 앞에서
경복궁 돌담장길을 끼고
천천히 좌회전(左回轉)하여
청와대(靑瓦臺)가 있는
효자동(孝子洞) 근처 학교에
등교할 때마다
가로수길 양쪽에
늘비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들의
노란 모습에
노오랗게 빠져들어
일부러 전차(電車)를 안 타고
매일 걸어서 등교하곤 했습니다.
모교(母校) 부근에 있던
진명여고(進明女高) 학생들을
우연찮게 마주치면
슬쩍 전해 줄 요량으로
노오란 은행 이파리
몇 개를 주워
책갈피에 사알짝
끼워 넣기도 하였고요.^^*
상큼하고
싱그러운 낭만(浪漫)까지
함께 줍느라
첫 시간 수업에
지각을 한 적도
종종(種種) 있었지요.^^*
해마다 맞이하는
시월상달이련만
올가을
은행 잎은
유별스레 곱습니다.
2008년 10월 27일 01시 42분
— 섬진강님의 Daum blog ‘순천강천산’에 실린 글
‘안개 낀 은행나무 가로수’를 읽고서 —
박 노 들
☞ 늘비하다 : 죽 늘어서 있다. 죽 늘어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