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ddle0610 2008. 11. 26. 02:00

 

 

  

 

      

 

  /  구   르   몽    

/  박   노   들    

   

      

                         

                         시몬, 나뭇잎 떨어진 숲 속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은 몹시 부드러운 빛깔,

                         너무나도 나지막한 목소리를 지니고 있다.

 

                         낙엽은 너무나도 연약한 표류물(漂流物)들의

                         대지(大地)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황혼이 깃들 무렵 낙엽의 모습은 너무나도 슬프다.

                         바람이 휘몰아칠 때 낙엽은 속삭이듯 소리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길에 밟히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벼운 낙엽이 되리니.

                         가까이 오라, 날은 이미 저물고 바람은 우리를 휩쓴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Remy de Gourmont (1858~1915


 

      

 

낙엽(落葉) 유감(有感)

 

  11월 초하룻날 오후에 아내와 함께 저희 동네에서 가까운 월드컵 경기장 근처 평화공원에 놀러 갔다가 단풍과 낙엽이 곱게 물든 시(詩)가 흐르는 광장에 들렀습니다. 저의 아내는 자기가 무슨 문학소녀(文學少女)인 양 들뜬 모습으로 낙엽을 밟고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며 코맹맹이 소리까지 냈습니다. 저도 역시 문학청년(文學靑年)이 되어 애송시(愛誦詩) 낙엽(落葉)을 나직이 읊조리며 아내의 행복해하는 모습에 동화(同化)되어, 날이 저물 때까지 그곳에서 놀았습니다. 사진 속의 붉은색 옷의 여인이 바로 저의 아내 세칠리아올시다.^^*

 

  구르몽(Gourmont)의 낙엽에 대해 여기서 제가 특별히 새롭게 해석을 덧붙일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미 그의 애호가들에 의해 널리 회자(膾炙)하여, 세계 명시(世界名詩)의 반열(班列)에 오른 지 오래된 시인데, 새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아마 시(詩)를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바로 구르몽의 낙엽에서부터 시(詩) 읽기와 애송시 낭송에 재미를 붙였을 것입니다.^^* 저도 한때나마 문청 시절(文靑時節)을 겪었고, 그때 읽은 낙엽 시(詩)의 감동을 잊지 못해서 성당에서 세례를 받을 때 저의 본명(本名)을 시몬으로 정(定)하기까지 했으니까요. 예수(Jesus)님의 12사도(十二司徒) 중 한 분이신 시몬을 영어로는 사이몬(Simon)이라고 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미국 나라의 서정적 듀엣(duet) 가수사이몬과 가펑클(Simon and Garfunkel)사이몬 역시 알아본즉 그 어원(語源)이 바로 시몬 성인(聖人)이라 하더이다.

 

 

  지금 이 시 전편(全篇)에 잔잔히 흐르는 배경음악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의 히트송(hit song)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원곡(元曲)도 좋지만 1960년대 중반에 요절한 차중락(車重樂) 군(君)이 번안(飜案)해서 부른 노래나 당시 하이틴(highteen) 가수로 이름 떨치던 문주란(文珠蘭) 양(孃)이 리바이벌(revival)한 노래도 모두 듣기에 좋습니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팬플루트(Pan Flute) 연주로 들으니 더욱 시(詩)와 음악(音樂)의 내용이 저의 가슴에 와 살포시 닿는 듯합니다.^^

 

2008 년 11 월

 

박     노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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