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동화(童話)'를 떠올리며
Photo 수상(隨想)
‘겨울 동화(童話)’를 떠올리며
오늘처럼 폭폭 삶는
삼복(三伏)더위엔
착한 소시민(小市民)들마저
염세주의자가 되기 십상이다.
마음이 가난한 시민은
어두운 밤도 두렵다.
열대야(熱帶夜)에도
보름달은 떠오르련만
속 시원한 희망 따위는
아직 뵈지 않노니.
지금 눈에
아련히 떠오르는 건
흰 눈 펑펑 쏟아지던
지난겨울에
늦둥이 아들놈과
함께 본
동화(童話) 속
하얀색 추억뿐이다.
밤새껏 내려 쌓인
새하얀 눈을
식구들과 함께
오순도순
치울 때만 해도
이 사람은
분명히
낭만이 넘치는
멋쟁이 아빠였는데,
오늘 낮
섭씨 삼십 도(度)를 넘는
무더위 앞에선
속절없이 염세주의자가
되고 만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
흰 눈을 함빡 맞으면
가난한 소시민도
마음만은 부자(富者)였나니,
올여름에는
더위가 가실 때까지
‘겨울 동화(童話)’를
아련히 떠올리면서
가난한 내 마음을
애써 달래 보련다.
2010 년 7 월 27 일
박 노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