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순교자 김선일 님 영전(靈前)에
▶◀ 추모시(追慕詩) ▶◀
╋ 평화를 위한 순교자 김선일 님 영전(靈前)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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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님!
하느님을 사랑하고,
아랍인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여,
네 군데의 대학에서
열심히 미래를 설계하다가
당신이 그토록 열망하고
사랑하였던
아랍인들 땅에 가서
저 거룩한 아브라함의 자손이기도 한
아랍인들에게
평화의 복음(福音)을 전하려던
꿈을 접고,
올해로 칠순(七旬)을 맞으신
당신의 아버님과
어머니,
사랑하는 세 누이가
당신을
그토록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머나먼 이역(異域)의 나라
열사(熱沙)의 이라크
외진 곳에서
외로운 주검으로
우리 곁을 영영 떠나버린
아우님!
그저 앞으로 한 달만 더 있으면
아버님 칠순 잔치에 참석해
상봉의 기쁨을 나누었을
아우님이
늙으신 아버님께
헌수(獻壽)의 술 한 잔은 올리지 못 하고
이렇듯 참척(慘慽)의 변고(變故)를
보여드릴 줄이야
그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아우님의 무사귀환을 기도하기 위해
광화문 네거리와
서면 로타리 등지(等地)에
촛불 행렬로
모여든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과,
하루 온종일
방송에서 눈과 귀를 뗄 줄 모른 채
오직 내 아들, 내 동생의 안위(安危)가 걸린 양
당신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길 바라던
수천만 우리 국민들,
평화를 사랑하는
지구촌(地球村) 형제들의
간절한 기원(祈願)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 곁을 떠나간
아우님!
너무도 선(善)한 얼굴을 지닌
아우님의
영정(影幀)을 대하니,
가슴 미어지는 슬픔과
까닭 모를 억울함과
살인(殺人)을 정의(正義)의 실천이라 믿는
광신도(狂信徒)들에 대한 분노가
범벅이 되어
온통 갈피를 잡을 수 없습니다.
전(前)에도 종종 느낀 일이지만
어찌하여 아무 죄 없이
의사(義死)한 분들일수록
그토록 잘 생기셨습니까.
아무 죄 없이 참혹하게
분사(憤死)한 분들일수록
어찌 그렇게 선(善)한 얼굴로
살아남은 자(者)들의 가슴을
이토록 미어지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 우리가 분노한들
우리가 땅을 치며 슬퍼한들
아우님이 다시 우리 곁으로
되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더욱 우리 가슴은
옛사람 말 그대로
억장지성(億丈之城)이
다 무너져 내리는 것 같습니다.
아우님!
하느님을 사랑하고,
아랍인을 사랑하고
학문을 사랑하여,
네 군데의 대학에서 공부를 하였건만
그마저도 부족하여
대학원 진학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가정형편상 위험을 무릅쓰고
이라크로 간 우리 아우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가난하지만 향학열에 불타는
서민(庶民)의 아들이자
만학도(晩學徒)였던
김선일 아우님!
그토록 먹고 싶다던
김치와 자장면의 유혹도 참으며
귀국 기간까지 연장해
열사(熱沙)의 땅에 더 머물러 있어야 했던 까닭은
세속적 출세를 위해서가 아닌
훗날 다시 이라크 땅에 가서
저 거룩한 아브라함의 자손이기도 한
아랍인들에게
평화의 복음(福音)을 전(傳)하기 위해서였다는
저간(這間)의 당신 사연을 전해 듣고,
우리 모두는
아우님의 영정(影幀) 앞에서
큰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습니다.
만약에 당신의 꿈이 이루어졌다면,
저 중동(中東)의 사막(沙漠) 끝까지
평화의 복음이 전해질 수만 있었다면,
전쟁(戰爭)
테러(terror)
살인(殺人)
이런 단어들이
사라질 수 있으련만…….
아, 아우님은 꿈이 너무 컸던 것 같습니다.
꿈이 컸기에
아무 죄가 없었으면서도
세속(世俗)의 아귀다툼 앞에서
당신은 결국
값진 희생양(犧牲羊)이 되고 만 것입니다.
아우님!
우리의 가슴을 울리고
우리의 양심을 울리고
하느님 앞으로 간
김선일 아우님!
당신이 이 세상에서 이루려던 것을
못 이루고 떠났다 하여도,
당신은 우리에게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너무 많은 것을 주고 갔습니다.
당신의 너무도 가엾은 죽음으로 인해
이 땅에 살아남은 자(者)들이
아픔을 느끼고,
자신의 삶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전쟁(戰爭)
테러(terror)
살인(殺人)
이런 것을 미워하고
사라지게 하려는 마음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와
부산 서면 로타리와
전국 방방곡곡에,
아니 지구촌(地球村) 구석구석에까지
번져 나가고 있으니까요.
당신의 주검이 한 알의 밀 알이 되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세상 크고 작은 나라들의
잔혹한 힘겨룸과
독선(獨善)과 광신(狂信)에 사로잡혀 날뛰는
허망한 살상 행위(殺傷行爲)가
지탄(指彈)을 받고 있고,
언제일지는 몰라도
우선 이라크 땅부터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이라크 땅에 복음을 전하려던 아우님의 꿈은
아우님의 값진 순교(殉敎)로 인해
이제 많은 이들의 가슴에
전쟁을 종식시키고 평화를 되찾게 하려는
불씨를 피우고도 남을 것입니다.
아우님의 억울하고 가엾은 희생은
이라크 파병의 정당성 유무와
광신(狂信)의 허구(虛構)에 대한
무수한 담론(談論)의 과정을 거쳐
중동(中東)에 평화를 되찾게 하는
계기(契機)가 될 것이고,
무수한 생명을 구제하게 될 것입니다.
김선일 아우님!
너무 큰 꿈으로 인해
이역만리 이라크 땅 외진 구석에서
억울하게 순교(殉敎)한
김선일 아우님!
당신을 먼저 하느님께 보낸
참척(慘慽)의 아픔으로
그예 자리에 쓰러지셔야 했던
당신의 아버님과 어머님,
두 분의 충혈(充血)된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드리고,
또한 당신의 서른 세 살 젊디젊은 영혼과
억울한 주검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이제 우리 국민(國民)과
저 높은 곳에 있으신
위정자(爲政者)들은
마냥 개탄(慨歎)과 분노만 하고
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당신의 선(善)하고 앳된 얼굴을 한
영정(影幀) 앞에서
옷깃을 여미고
회개(悔改)하는
진정성을 보이며,
이 나라와 세계의
진정한 평화를 구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이겠다는
다짐을 하고,
거듭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가난하고 고단한 33년의 짧은 생애였지만
부모님께는
너무 착한 효자(孝子)였다던 아우님!
이제 아우님은
3남 1녀 집안의
눈에 집어넣어도 시원치 않을
외동아들이 아니라,
이라크 추가 파병을
눈앞에 둔
우리 대한민국 국민 전체의
애틋한 아들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아들
김선일 아우님!
부디 하늘 나라에서
이 땅의 젊은이들과
세계의 귀한 아들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도록
당신이 가없이 사랑한
하느님께 빌어 주소서.
저희들로 하여금
김선일 아우님이
이 나라에서는 평화를 위한
마지막 순교자임을
믿게 해 주시고,
사랑과 믿음이 충만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당신이 한없이 사랑한 하느님께
항상 기도하여 주소서.
열사(熱沙)의 나라 중동(中東) 땅에서
서른 세 해의 생애를 마감하고
죄 없이 외로이
참혹한 모습으로 죽어간
아우님이시여!
죄 없이 수난을 당하시다가
골고다 언덕에서 참혹하게
당신과 똑같이 33년의 생애를 마감하신
예수님이 부활하셨듯이
아우님도
그 분 곁에서 영원히 부활하여
당신이 사랑하던 이들을 위해
은총을 전구(轉求)해 주소서.
2004 년 6 월 23일 밤~24일 새벽 사이에
삼가 옷깃을 여미며……
박 노 들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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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전(出典) : 故 김선일 추모 홈 페이지-추모 게시판,
No : 5876 등록자 : 박노들 2004-06-29 오후 10: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