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寒溪嶺)
한계령(寒溪嶺)
1
한계령(寒溪嶺)에 오르면
그저 가슴이 탁 트인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세상이 저렇게 웅자(雄姿)하던가.
내가 이렇게 작았나!……
수해(樹海)를 굽어보며
산(山) 아래 두고 온
만사(萬事)를 잊고,
운해(雲海)를 굽어보며
잠시나마
나를 잊는다.
2
한계령에 오르면
그 이름 세 글자에
한여름에도 가슴이 시린데,
저 산 아래 골짜기에서
올라오는 바람결에
괜히 몸을 웅크린다.
산 아래서 무슨 죄라도 짓고
쫓겨온 사람인 양
고해성사(告解聖事)드릴 때처럼
잠시 말없이 경건해진다.
3
잠시 머물렀다 갈 산마루에서
감개(感慨)에 젖어
이 산 저 산
바라보며
이 골짝 저 골짝
굽어보며
여기 오래 살다간 옛 처사(處士)들도
깨우치지 못한 것을 찾아보려고
새삼스레 진지(眞摯)해지는
내가 우습다.
4
한계령의 일부(一部)가
되어 있던
나는
원효(元曉)와
유정(惟政) 스님이
개골산(皆骨山) 가는 길에
잠시 쉬었을 산마루에서
산하(山河)를
내려다보며
매서운 산바람에
선뜻 가슴이 공허(空虛)해지는 것을
느끼다가,
야호! 소리에 놀라
저 멀리 사라지는 산새들의
비상(飛翔)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한계령과 작별할 시간이
다 된 것을 깨닫고,
인간(人間)이 밉지만
다시 인간의
일부가 되어
천천히 하산(下山)한다.
━ 2002년 韓日월드컵大會 끝난 후 ━
글 / 박 노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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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寒溪嶺) 사랑
가수(歌手) 양희은(楊姬銀) 양(孃)의 청아(淸雅)하면서도 우수(憂愁) 어린 포크송(Folk song) 「한계령(寒溪嶺)」을 들을 때마다, 저는 그 노래가 흔히 볼 수 있는 사이비(似而非) 시(詩)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 노랫말 행간(行間)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어떤 애잔한 사연을 상상해 보고 괜히 감상(感傷)에 잠기기를 좋아합니다.
양씨(楊氏)의 세속(世俗)을 초탈(超脫)한 듯한 「한계령」노래에서 우리가 받는 감동의 수준을 훨씬 초월할 수 있는 그런 시(詩)를 언젠가는 꼭 쓰고 싶습니다. 그 욕심이 저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한(限), 저는 아무래도 「한계령」을 지독히 사랑할 것 같습니다. 저의 욕심을 나무라진 않으시겠지요?……^^*
하지만 제가 건방 떨다가 자칫 고려조(高麗朝) 시인(詩人) 김황원(金黃元 1045∼1117) 꼴이 되진 않을까…… 자못 염려스럽습니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힘쓰고 고문(古文)을 잘 지어 해동제일(海東第一)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한림학사(翰林學士) 김황원이 평양 부벽루(浮碧樓)에 올라가, 예로부터 지금까지 써 붙인 모든 시를 보고, 그 시의(詩意)가 모조리 마음에 들지 않아 기존(旣存)의 서판(書板)을 거두어 불살라 버리고 온종일 기둥에 기대 선 채 눈 아래 펼쳐진 절경(絶景)을 시(詩)로 쓰고자 했으나, 고심(苦心) 고음(苦吟) 끝에,
長城一面溶溶水 긴 성 한쪽으로 강물 굽이쳐 흐르고
大野東頭點點山 너른 들 동쪽으로 산들이 점을 찍듯 우뚝우뚝
겨우 두 구(句)만 쓰고는 뜻이 메말라 결국 통곡하며 물러갔다지 않습니까?
필설(筆舌)로 형용할 수 없는 절경(絶景)에 압도된 나머지 해동제일의 문사(文士)로 자타공인(自他共認)하던 ‘여조 시인(麗朝詩人)’ 김학사(金學士)도 울고 말았는데, 저 또한 한계령(寒溪嶺)의 웅자(雄姿)에 이미 넋을 빼앗긴 지 오래되고, 게다가 학사 가수(學士歌手) 양희은의 노래에 기가 죽은 지 이미 오래이니, 필력(筆力)과 내공(內功)이 적잖이 부족한 이 몸이 서경(敍景)까지는 몰라도 서정(抒情)을 제대로 글로 옮길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하루 종일이 아니라 열흘을 한계령에 머무른다 해도 말입니다.
경치(景致)를 논(論)할 경우에 한계령은 인근의 설악산(雪嶽山)이나 금강산(金剛山)의 천하절경(天下絶景)에는 못 미칠지 몰라도, 두 산(山)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정취(情趣)를 간직하고 있는 준령(峻嶺)입니다.
빼어나게 화려한 미인(美人)은 오히려 묘사(描寫)하기가 쉬운데 은근하게 개성 있는 미인은 한 마디로 꼬집어 그 미(美)를 표현하기 힘든 경우처럼, 설악(雪嶽)과 금강(金剛) 두 산(山)은 이미 숱한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이 그 아름다움을 시(詩)와 화폭(畵幅)에 담은 바 있습니다만, 우리네 속인(俗人)들을 은연중(隱然中) 겸손하게 만드는 한계령의 질박(質朴)한 매력을 여실(如實)하게 제대로 표현한 글은 과문(寡聞)인지는 몰라도 아직껏 본 적이 없습니다.
아, 강원도(江原道) 출신인 저는 아무래도 한계령을 평생 사랑할 것 같습니다. 평생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는 이를 제대로 모르고 살다가 죽는 이들이 많듯이 저 또한 그 중 한 사람이 될지도 모르지요. 그래도 후회하지 않으렵니다.
다만 죽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를 제대로 알려고 노력하는 이 세상 사람들처럼 저 또한 터무니없는 욕심일지는 몰라도 한계령의 참모습을 글로 써서 지인(知人)들에게 자랑할 수 있을 수준에 오를 때까지 열심히 글을 써 보렵니다. 인기 가수(人氣歌手) 양희은(楊姬銀) 양(孃)의 청아(淸雅)하면서도 우수(憂愁) 어린 포크송(Folk song)「한계령」을 계속 들으면서 말입니다.
……♬♪……♩♭……♬♪……♩♭……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疊疊山中)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 양희은 노래 「한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