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 집
삼십 년 살던 집을 하릴없이 작별하고
noddle0610
2016. 7. 17. 03:00
[창작 시조]
삼십 년 살던 집을 하릴없이 작별하고
얼결에 마흔 두 평 아파트 주인(主人) 되다.
둥지를 옮긴 까닭은 집사람이 원(願)해서다.
늦둥이 막내 놈은 생가(生家)를 떠나면서
서운한 기색 없이 노상 싱글벙글하니,
에구구! 왠지 모르게 자식놈이 얄밉다.
처자(妻子)를 배려해서 새 둥지로 옮겼으나
마음속 한구석에 미련이 남았던가.
오늘도 옛집 앞으로 발길이 옮겨지네.
새 집에 짐을 풀고 예전 집에 찾아가니,
아뿔사! 이 몸 살던 집이 완벽히 사라졌다.
육중한 포크레인(Poclain)이 내 과거(過去)를 부쉈다.
부숴진 집터 앞에 망연(茫然)히 있으려니
그동안 겪은 일이 삼삼히 떠오른다.
텃밭에 가득 심었던 삼십 년 추억들이…….
이사를 간 지 이미 한 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틈만 나면 옛집을 찾곤 한다.
다정(多情)도 병(病)이라더니, 짜장 옳은 말이다.
2016 년 7 월 16 일
박 노 들
※ 하릴없이 : [부사] 달리 어떻게 할 도리가 없이
※ 짜장 : [부사] 틀림없이 정말. 정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