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六月)이 또 찾아오니
유월(六月)이 또 찾아오니
올해 여름에도 수십 년 전에 내가 다닌
그 학교 교정(校庭)에는
개가죽나무 한 그루가
부챗살처럼 가지를 펴고
싱싱하게
푸르르게
잎을 피우고 있겠지요?
그 때 그 나무 그 그늘은
그냥 푸지기만 했었는데
아, 당시(當時)만 해도
반백 년(半百年)은 족히 넘었을
나무 둥치를 바라보노라면
1950년 그 해 여름엔
이 나무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으랴!
그 해엔
저렇게 오지랖 넓은 자세로
마냥 편하게
부챗살처럼 가지를 활짝 편 채
드넓은 교정을
무성(茂盛)이 덮었으랴!……
상상(想像)의 나래는
시공(時空)을 초월해
유월(六月)의 공활(空豁)한 하늘을
오래도록 맴돌기만 했었는데,
어째서 저의 가슴은
해마다 유월이 돌아오면
그 굵은 개가죽나무 둥치의
커다란 상채기 만큼씩
아파야만 하는 것일까요?
올 여름에도
내가 다녔던
그 학교 운동장(運動場)의
개가죽나무는
부챗살처럼 가지를
활짝 펼 것이고,
내년에는
더더욱 싱싱하련만.
한때나마
오지랖 넓은 그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성숙(成熟)한 여름을
보낸 적이 있던 저는
유월이 또 찾아오니
수십 년 전에 내가
뛰놀던
그 학교 운동장
한복판에
홀로 늠름(凜凜)하던
개가죽나무를 떠올리며
외따로 눈시울을
적십니다.
2017 년 6 월 초하룻날
박 노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