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 집
사위가 보내온 연천(漣川) 대추
noddle0610
2017. 11. 15. 16:37
사위가 보내온 연천(漣川) 대추
연천(漣川) 대추는 알이 크다.
둥글고 탐스럽기가
이웃집 손주 녀석 불알 같다.
연천 대추는
그 길이가 손가락 두 마디
가량
될 성싶고,
그 굵기가
어른 손가락 세 개로 감쌀
만큼
알차 보인다.
한입에 다 넣기가
힘들 만큼 오동포동한
대추알이 얼핏 봐도 흐뭇하다.
지난여름에
애지중지하던 내 딸을
데려간 사위 녀석이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잡숴 보라고 가져다 준 게
바로 경기도(京畿道) 연천 대추다.
아삭아삭 맛있으니
그 싹싹함이라고는 영락없이
우리 사위 녀석 그대로다.
우리나라가 그리 넓지도 않건만
이제서야 칠십 평생에 처음으로
연천 대추를 먹어 본다.
올해 처음으로 큰딸을 여의고
맞이한
우리 집 ‘백년(百年)손’ 덕분에
연천 대추 맛을 알게 되어 한껏 흐뭇하다.
언젠가는 우리 사위가
연천 대추만큼 탐스럽고 둥근
불알을 단 외손주 녀석이나
연천 대추 못지않게
싱그럽고 아삭아삭한 외손녀를
선사(膳賜)할 거라는 설렘 때문일까.
우리 큰사위가
맛보기로 가져온
연천 대추 몇 알이
내게는 실(實)로
금(金)쪽같이 귀한
별미(別味)거리라
다 먹고 남은
마지막 한 알은
차마 못 먹을 거 같다.
2017년 10월 22일
박 노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