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 아내는 김치전(-煎)을
오늘도 내 아내는 김치전(-煎)을
— 소확행(小確幸) —
스무남은 해 전(前)에 돌아가신 내 어머니는
오늘 아침나절처럼 비가 꾸물꾸물 내리면
부침개 한 판을 부쳐 먹어야
왠지 직성이 풀린다고 하셨다.
어머니 덕분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엔
그날이 꼭 제삿날이 아니어도
자주 부침개 맛을 볼 수 있었다.
나한테 시집 오기 전까지만 해도
진정한 부침개 맛을 몰랐던 내 아내는
시어머니 덕분에
부침개 부치는 법과
그 맛을 완벽히 알게 되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도
오늘 아침나절처럼 비가 꾸물꾸물 내리면
내 아내는
생전(生前)에 시어머니가 하신 말씀 그대로
부침개 한 판을 부쳐 먹어야
왠지 직성이 풀린다며
우리 식구(食口)들에게
부침개를 부쳐 주곤 했다.
오늘도 그랬다.
태풍 콩레이(KONG-REY) 영향으로
아침나절 내내 빗방울이
우리 아파트(Apart) 창문을
을씨년스레 두들겼지만
나는 아내가 부쳐 준
‘김치전(-煎)’ 덕분에
소소한 행복감에 젖어들 수 있었다.
생전(生前)의 어머니께옵선
숯불 화로(火爐)에다
‘소댕(무쇠솥뚜껑)’을 뒤집어 걸쳐 놓고
부침개를 지지곤 하셨는데,
오늘 내 아내는
가스레인지(gas range)에
프라이팬(frypan)을 걸쳐 놓고
‘김치전’을 지져서
그게 노랗게 익을 무렵엔
아주 능숙한 솜씨로
공중(空中) 뒤집기까지 해서
이 낭군(郎君)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앞으로 또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엔
‘해물(海物)파전’을 해 먹자며 연신 조잘거리는
내 아내가 오늘따라 별스레 귀엽고 사랑스럽다.
환갑(還甲) 진갑(進甲)을 넘긴 지
이미 여러 해 지난 내 아내가
내게는 아직도 새댁처럼 이쁘게 보일 때가
가끔씩 아주 가끔씩 있다.
2018 년 10 월 6 일
박 노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