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우리 집
난생처음 '재첩국'을 맛보노라니
noddle0610
2022. 2. 23. 02:57
난생처음 ‘재첩국’을 맛보노라니
글 : 박 노 들
부산(釜山) 출신 아내에게
부산 출신 다섯째 처형(妻兄)님이
엊그제 재첩국을 보내 주셨다.
강원도 영서(嶺西) 촌놈인 난
오늘 점심(點心)에 난생처음
부산의 향토음식 ‘재첩국’을 맛보았다.
가무락조개(재첩) 안에
숨어 있던 작은 조갯살들을
푹 우려낸 뽀오얀 국물이
얼핏 보기엔
돌아가신 우리 어머이(엄마)가 끓여 주신
사골(四骨)국(곰국) 같아 보였다.
아내가 초록빛깔 부추를 잘게 썰어
재첩국 위에 곱게 뿌려 주니,
눈요기만 했는데도 기분이 뿌듯했다.
첫 숟가락을 뜨니
부추에 버무려진 자그마한 조갯살들이
쫄깃쫄깃하게 씹히면서
그 순간 남도(南道) 어느 하구(河口)의
옅은 조개껍질 냄새와 함께
맛의 신세계(新世界)를 혀끝으로 느꼈다.
심각한 건강 문제 때문에
술을 끊은 지 올해로 십육 년째건만,
술 한 잔 불현듯 들이켜 보고픈 순간이었다.
이맘때쯤이 제철이라며 재첩국을 보내 주신
우리 처형님의 따스한 마음 씀씀이에
왈칵 감읍(感泣)하면서
오늘 점심때 나는
재첩국 덕분에 밥 한 그릇은 물론이요,
식탁 위 반찬들까지도 깡그리 청소(淸掃)했다.
2022 년 2 월 12 일 점심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