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무녀(巫女)
무 녀 (巫女)
무슨 神(신)이 지피셨길래 어깻죽지 죽지마다
興(흥)이 굼실굼실 저다지 잘 돌아가실까?……
나는 몰라, 도통 몰라라.
보기에만 눈을 치뜨시었다가 내려 감으시었다가
한 마당 빙그르 돌아, 돌이켜 뵐 뿐
성황당 앞뜰에 장군님, 당금 할머니!
나는 칼을 집을 테요, 나는 칼을 던질 테요.
활옷이 훨훨 날리시어 뛰는 가슴은 덩덕궁 덩덕궁!
무슨 神(신)이 오르셨길래 한 마당 가득히 저리 발이 나실까?……
꽹머거리 울리시어라. 북채로 두들기시어라.
오늘이 삼백 예순 날 허구 헌 날 中(중) 불쌍한 백성 살려 주는 날
아니랍디까?……
한울 끝 아래 고갤 들어 부끄럼 없는 한 마당 빙글 돌아
어차, 덩덕궁 덩덕궁! 서슬 퍼렇다, 바로 게 아니랍디까?……
神(신)이 나셨네. 神(신)이 바짝 오르셨네.
한 마당이 모잘라 춤추어라, 칼을 번득혀 부채를 휘저어
神(신) 나겠네. 神(신) 지피었네.
어느 神(신)이 지피셨노. 어느 神(신)이 나시었노.
빌어도 빌어도 하염없을 시간에 어깻죽지 죽지마다
興(흥)이 굼실굼실, 어이 堂(당) 밑에 초롱불을 희롱하실까?……
불 꺼지면 재가 될 줄 나도 몰라, 도통 몰라.
헤어진 활옷 자락 너훌너훌!…… 장군님, 당금 할머니!……
나는 칼을 집을 테요, 나는 칼을 던질 테요.
주름진 이맛살에 땀방울 흐르어도 한바탕 빙그르 돌아
눈 감으시었다 사시나무 떨리어가듯 떨으셔라.
아, 덩덕궁 덩덕궁 神(신) 되셨을라.
萬籟(만뢰)는 고요해라. 風物(풍물)이여, 덩덕궁…….
1968년 12월 5일 밤 10시
박 노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