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를 위한 서시(序詩)
아가를 위한 서시(序詩)
글 ‧ 사진 / 박 노 들
1
아가, 우리 아가,
좋은 아가야.
네가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땐
엄마가 너무 아파
아빠는 떨며 떨며 너를 기다리는데,
몹시도 그 시간이 길고 외로워
난생 처음 가장 경건한 마음으로
시(詩)를 쓰려 했지만
애꿎은 담배만 두어 갑 축내고
끝내는 침묵의 시(詩)를
가슴으로 써야 했단다.
2
아가야, 우리 아가야.
아빠가 병원에서 너를 맨 처음
보았을 땐
너는 잠을 자다가 깨어나
입을 크게 벌리고
버릇없이 하품만 해 대었지.
검은 머리카락은 엄마 닮고
쌍꺼풀진 눈은 영락없이 아빠 닮고
낮은 코는 엄마 닮고 그 커다란 입은
글쎄, 누구를 닮았는지 잘 모르겠다만,
너를 처음 만나는 순간
아빠는 몸통 전체가 빠알간
네 모습이 너무 우스워 쿡쿡 웃다가
집에 와서도 밖에 나가서도
자꾸 자꾸 혼자 웃었단다.
서른다섯이 넘어서야
처음 아빠가 된 기쁨을
너를 이뻐하는 아빠의 마음을
고운 시(詩)로 꼭 써 보고 싶었지만
끝내는 웃음의 시(詩)만
허허 써 갈겼단다.
3
아가야, 나의 아가야.
늬 엄마가 알면
혹 시샘할지 모르나,
아빠랑 엄마랑
맨 처음 만났을 때도 못 느꼈던
찡한 마음을 자꾸 샘솟게 하는
나의 생명의 줄기야.
아름답게 잎새를
무성하게 가지를
줄기차게 피우고 뻗으렴.
너를 기려 요번에는
참으로 고운 시(詩)를 써 놓으리니.
4
아가, 우리 아가,
좋은 아가야.
아빠는 엄마랑
오순도순 의논하여
너의 이름을
……복 조
……화평할 은
조은(祚誾)이라 지었나니,
조은아!
조은아!
시(詩)보다도 더 고운 이름아!
좋은 사람이 되거라.
좋은 딸이 되거라.
좋은 이름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을
대한(大韓)의 딸이 되거라.
계해년(癸亥年) 여름에
첫딸의 출생신고를 마치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