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꽃에 취하여
祝 詩
가을꽃에 취하여
━ 김춘화 여사 個人展을 鑑賞하고 나서 ━
오늘 여기 가을꽃이 참하고 화사하게 피었습니다.
봄꽃에만 눈 익어 있다가
이 가을의 初入(초입)에서 호젓하게 만난 꽃향기에
나는
그윽이 취해 봅니다.
여리고 앳된 봄꽃이 예쁜 것은 사실이지만
가을에 핀 꽃은 성숙해서 더욱 아름답습니다.
이 고즈넉함
이 그윽함
…… ……
그리고 초가을 꽃이 풍기는 餘韻(여운)이여.
지난봄의 發芽(발아)와 여름을 지나
이 가을 문턱까지 오래 준비하고 기다려온
성숙함이여.
어찌 순탄하기만 했사오리까.
어찌 켜켜이 쌓인 사연이 없사오리까.
헤아릴 수 없는 아픔과
굴곡 많은 사연과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 있었겠지요.
그리고 오늘,
傷痕(상흔)의 내색도 없이 조용히
이 가을에
우리 앞에 참으로 화사하게
고운 자태로 피어났습니다.
오늘의 그 아름다운 餘韻(여운)을
고스란히 지켜,
다가오는 三冬(삼동)을 지나
오는 봄에 바로 이 자리에서 다시
새로이 發芽(발아)할 수만 있다면
아, 내년 이맘때
우리는
참으로 원숙하고 아름답게 피어난
당신을
다시 또 만나 뵈오리다.
━━━ 경인미술관 제3전시관에서 ━━━
2003 년 9 월 24 일 저녁 6시
여섯째 제부(弟夫)
박 노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