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남은 이야기는 많으나
★ 이별시(離別詩) ★
아직도 남은 이야기는 많으나
━ 서른한 해 동안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명예퇴직을 하면서 ━
이제는 교문(校門)을 나서야 하네.
까르르 들려오는
여학생(女學生)들의 웃음소리를
귓전으로 흘리며
이제는 나서야 하네.
오랜 세월 드나들던 나를
말없이 지켜보다가
8월 늦장마에
녹슬어 가는
저 교문(校門)을 삐꺽 열고…….
홍안(紅顔)의 나이 때부터
저 문(門)을 수없이 들락거리며
많은 아이들을
보내고 맞이하였는데,
하하!…… 아직도
남은 이야기는 많으나
오늘은 구름에 달 가듯
아예 저 문(門)을 나서야 하네.
새 학기(學期)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이
저 앞에 다시 와 멈출 때도 있겠지.
그 때 반겨 줄
어느 여학생(女學生)의 환성과
선생님들의 굳은 악수가 있다면
오늘 저 문(門)을
삼십 년(三十年)만에 처음
아주 여유 있게 나설 수 있으련만,
아하!…… 저 교정(校庭) 밖에서
퍼부어 오기 시작하는
8월 늦장마 비에
내 시야(視野)가 흐려져서
발걸음조차
가뿐하지 않구나.
2003 년 8 월 30 일 오전 10 시
박 노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