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내 아내가 아픕니다
요새 내 아내가 아픕니다
글 / 박 노 들
요새 내 아내가 아픕니다.
몹시 아프답니다.
밤마다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나도 몸이 아픕니다.
마음이 더 아픕니다.
올 봄엔 내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아내가 울며불며 하더니,
이번엔 아내가 아파서
밤새껏 내 속을 흔들어 놓습니다.
재작년에 내가 탈장수술을 하니까
작년에 아내가 자궁(子宮)을
죄다 도려내는 수술을 하더니,
올해는 한꺼번에 우리 부부(夫婦)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입원(入院)을 하는군요.
누가 우리 보고 '쉰 세대(世代)' 아니랄까 봐
온몸이 고장 나서 병치레를 하나 봅니다.
서른 중턱에 만나
마흔 살이 넘을 때까지
늦둥이로 아이 셋을 낳아 기르며
그 동안 참 정신 없이 살았는데,
이제 겨우 오순도순 살 만하니까
병원 출입하느라 다시 정신이 없군요.
그 동안 남편 때문에 속을 무척이나 태웠는지
얼마 전 병원에서 위염과 위궤양 진단을 받더니,
이번 추석 지나자
내 아내는 병원에서
심혈관 질환 진단을 받았습니다.
심근경색이 의심된다는 것입니다.
아, 내 아내는 요즘 세상에 어울리지도 않는
여필종부(女必從夫)를 몸으로 실천하려나 봅니다.
어제부터는 아내가 걸음을 제대로 못 걸어
부랴부랴 병원에 갔더니
의사(醫士) 선생님 왈(曰),
아내 몸에 있는 분비물(分泌物) 샘이 막혀
하체(下體) 한 곳에 고름이 꽉 찼다는 것입니다.
나는 하루 종일 아내의 고통과 동참하느라
오늘이 바로 외사촌 동생이 며느리를 보는 날이건만
결혼식장에는 가지도 못했습니다.
내가 외아들이라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내 피붙이
외사촌 동생의 경사(慶事)였지만
외갓집 식구들에게 내 우울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으니까요.
오늘이 토요일이라 월요일 즈음에
어쩌면 내 아내는 수술을 받아야 하나 봅니다.
아이 셋을 제왕절개(帝王切開)로 낳은 내 아내는
작년에 자궁 제거 수술을 두 번에 걸쳐 받았는데,
내일 모레 생애통산(生涯通算) 여섯 번째
수술을 받을지도 모르니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이란 말입니까.
자궁암(子宮癌) 때문에 수술 받을 때도
남편 애간장을 다 태우더니
내 아내는 이번에도
또 병상(病床)에서
이 지지리도 못난 남편에게
사랑의 업그레이드(upgrade)를 받아 보려고
저렇게 몹시 아픈가 봅니다.
환부(患部)에 고름이 가득 차서
비명을 지르는 아내 때문에
나는 지금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내의 신음(呻吟)소리만큼
내 마음도 아픕니다.
평소에는 무심(無心)하였다가
아내가 병상(病床)에 드러누워야
비로소 아내에 대한 연민(憐憫)과
사랑을 느끼고 허둥지둥하니
나는 참 나쁜 남편입니다.
전형적 '쉰 세대(世代)' 남편입니다.
나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오늘,
시월(十月)의 두 번째 토요일 밤을
아내의 병상(病床) 곁에서 지새우며
내내 반성(反省)하렵니다.
아아, 천성(天性)이 밝은 내 아내는
분명코 병마(病魔)를 떨치고 일어나
무심했던 남편의 허물을 용서하며
나를 살포시 안아 주리라 확신합니다.
2006 년 10 월 14 일 밤 23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