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큰 병원 대기실(待機室)
긴 의자(椅子)에
늘비하게 앉아
한두 시간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다.
고개를 여섯 시 방향으로
푹 숙이고 있거나
늘어지게
하품을 해대며
모두들 잘
참아 내는 걸 보니,
대기실 환자들은 거의
일 없는 백수(白手)들이신가?
……………………
병원에선 걸핏하면
이 검사
저 검사
온갖 검사를 다 받으란다.
그럴 때마다 내 가슴이
놀란 새가슴이 되곤 하는데
오늘따라 가만히
좌우를 살펴보니,
큰 병원에 온 환자들은
나를 제쳐놓곤 전부
부자(富者)들인가 보다.
눈썹 하나 까딱 않고
온갖 검사를 다 받는 걸 보니
‘민영(民營) 의료보험’ 따위에
미리 가입해 둔 게 있나 보다.
나는 완전한 백수도 아니지만
그리 넉넉한 부자도 아닌데,
오늘도
죄인(罪人)처럼
고개를 여섯 시 방향으로
푹 숙인 채
대기실 벤치(bench)에
어렵사리 끼어앉아,
가슴을 졸이며
내 순서(順序)를
기다린다.
2008 년 7 월 어느 날
병원 로비(lobby)에서
박 노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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