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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청와대 방문 추억

1960년대 청와대 방문 추억 박 노 들 저는 1960년대 중반에 청와대(靑瓦臺) 바로 옆에 있는 고등학교(高等學校)를 졸업했습니다. 그때는 해마다 4월이 오면 청와대를 한 달 가까이 개방(開放)했는데, 저는 고등학교 3년 동안 해마다 4월 달만 되면 학교 수업을 마치기가 무섭게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와대를 향해 달려가곤 했습니다. 청와대를 방문할 때마다 정문(正門)에서 기념품을 선물로 주었기 때문이지요. 청와대 건물 전경(全景) 사진이 찍힌 방문기념 엽서(葉書)와 연필(鉛筆) 따위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매일 기념품 선물을 받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청와대 건물 주변 관람이나 경내(境內)에 있는 북악산(北岳山) 산책길 탐승(探勝), 간이(簡易) 동물원(動物園) 구경, 약수(藥水)터 주변을 쭈뼛쭈뼛 돌아..

난생처음 '재첩국'을 맛보노라니

난생처음 ‘재첩국’을 맛보노라니 글 : 박 노 들 부산(釜山) 출신 아내에게 부산 출신 다섯째 처형(妻兄)님이 엊그제 재첩국을 보내 주셨다. 강원도 영서(嶺西) 촌놈인 난 오늘 점심(點心)에 난생처음 부산의 향토음식 ‘재첩국’을 맛보았다. 가무락조개(재첩) 안에 숨어 있던 작은 조갯살들을 푹 우려낸 뽀오얀 국물이 얼핏 보기엔 돌아가신 우리 어머이(엄마)가 끓여 주신 사골(四骨)국(곰국) 같아 보였다. 아내가 초록빛깔 부추를 잘게 썰어 재첩국 위에 곱게 뿌려 주니, 눈요기만 했는데도 기분이 뿌듯했다. 첫 숟가락을 뜨니 부추에 버무려진 자그마한 조갯살들이 쫄깃쫄깃하게 씹히면서 그 순간 남도(南道) 어느 하구(河口)의 옅은 조개껍질 냄새와 함께 맛의 신세계(新世界)를 혀끝으로 느꼈다. 심각한 건강 문제 때문에..

나와 우리 집 2022.02.23

설날 아침에

설날 아침에 박 노 들 시(詩) 설날 새벽에 눈이 내렸습니다. 흰 눈이 하염없이 내렸습니다. 서울 도심(都心)이 하얗게 우리 아파트 뒷산에도 하얗게 밤새껏 흰 눈이 내렸습니다. 온 세상 비리(非理)와 부패(腐敗), 온갖 더러움이 보이지 않을 만큼 하늘에서 흰 눈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흰 눈은 달동네에도, 빌라촌(villa村)에도, 단독주택 골목에도, 아파트 단지(團地)에도 공평하게 눈이 내렸습니다. 적어도 설날 새벽 하루만큼은 서울 천지(天地)가 차별(差別) 없이 순백색(純白色) 일색(一色)이었습니다. 흰 눈으로 뒤덮인 이 세상은 잠시나마 깨끗해 보였고,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에 내리는 눈을 ‘서설(瑞雪)’이라고 한다는데 올해 설날 새벽에 눈이 많이 내렸으니 올해 좋은 일이 많이 생기..

붕어빵장수

≪ 창작시조 ≫ 붕어빵장수 ― 코로나(corona)와 붕어빵 ― 박 노 들 지음 길거리 붕어빵이 사라진 지 이태[二年]째다. 코로나 괴질(怪疾) 탓에 낭만(浪漫)도 사라졌다. 건널목 군밤장수만 겨우내 벌벌 떤다. 2021년 12월 5일 코로나 괴질(怪疾) 때문에 경제(經濟)가 안 좋아져서인지 요즘 밤거리에서 붕어빵장수를 보기가 힘듭니다. 팥, 밀가루 가격 상승으로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구워 팔던 노점상(露店商)들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 대신에 붕어빵을 파는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으면 붕어빵을 파는 전문 카페나 가게를 찾아 붕어빵 구경을 할 수 있다더군요. [ㅠ.ㅠ] 그런 곳에서 파는 붕어빵은 팥호두, 슈크림, 고구마, 피자의 4가지 맛을 볼 수 있다는데, 맛은 있을..

창작 시조 2022.01.07

김상용 시인의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를 읽노라면

「독후시(讀後詩)」 김상용 시인의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를 읽노라면 박 노 들 가끔 심심할 때 월파(月坡) 김상용(金尙鎔) 님의 명작 ‘남창시(南窓詩)’를 읽노라면 1950년대 자유당(自由黨) 시절 내 고향 강원도 두메산골에 살던 화전민(火田民) 부부(夫婦)가 생각난다. 전쟁(戰爭)에 모든 걸 잃고 우리 마을까지 흘러든 어느 유랑민(流浪民) 내외(內外)! 악산(惡山) 비탈에다가 불을 질러 고랑이 긴 밭을 일구고 바로 그 밭머리에 오막살이집을 지어 살던 젊은 부부의 모습이 김상용(金尙鎔) 님의 ‘남창시(南窓詩)’를 읽노라면 지금도 새록새록 생각난다. 화전(火田)밭에는 옥시기(옥수수=강냉이), 메조, 기장[黍], 메밀 따위밖에 다른 건 못 심었지만 화전민 사내나 아낙네는 그게 자기네 분복(分福)이..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으며

【창작 시조】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으며 세(歲-)밑엔 거센 삭풍(朔風) 새해엔 따스운 햇살 풍파(風波)를 겪었어도 오늘 아침 평안(平安)하니 세상(世上)도 태평(泰平)할 거라 믿어 보고 싶습니다. ――――― 박 노 들 ――――― 임인년(壬寅年) 새해를 맞아 세배(歲拜)드리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소서. 지나간 신축년(辛丑年)은 저 중국 우한(Wuhan, 武漢) 발(發) ‘코로나19 역병(疫病)’이 기승을 부려 온 세계(世界)가 힘들었고, 대한민국(大韓民國)도 힘들었으며, 우리들 가정(家庭)도 힘들고 고단한 한 해였습니다. 역병(疫病)도 역병이지만 나라 안 경제(經濟)가 너무 안 좋아져서 너도나도 비명(悲鳴)을 지르고 있습니다. 저희 집은 온 식구(食口)가 병원(病院) 출입을 일 년(一年) 내내 하..

고향집 화단(花壇) 추억

창작 시조(創作時調) 고향집 화단(花壇) 추억 어릴 적 시골집엔 화단(花壇)이 꼭 있었지. 이웃집 집집마다 화단이 늘 있었어. 장독대 옆에 가꾸던 그 화단들 그립네. 이웃집 집집마다 한결같이 키운 꽃은 봉숭아, 채송화(菜松花)에 맨드라미, 해바라기!…… 담장엔 나팔꽃에다 호박꽃이 엉켰지. 무작정 상경(上京)하여 정신없이 살다 보니 덩그런 집 한 채는 어렵사리 마련했지만 아뿔사! 고향에 있던 화단은 못 옮겼네. 아파트 거실(居室)에는 분재(盆栽)를 들여놓고, 거실 밖 베란다(veranda)엔 정원(庭園)을 꾸며 볼까. 아서라, 고향 향기(香氣)를 옮겨 놓진 못할 걸!…… 시골집 장독대 옆 소박한 화단 모습, 그 앞에 환히 웃던 젊은 엄마, 사촌(四寸) 누이…… 아아아! 그 모습들이 눈물겹게 그립다. 신축년..

새해에는

새해에는 새해를 맞으려니 가슴은 설레지만 지나간 한 해 동안 하 수상(殊常)한 일이 많아 그저 무사(無邪)히 오는 해를 맞고 싶습니다. 새해엔 저 중국 발(發) 역병(疫病)을 내쫓고서 보고픈 님들 만나 회포(懷抱)도 풀어 보고 어디든 발길 닿는 곳 슬카장 가고 싶습니다. 살만큼 살고 보니 큰 욕심 없습니다. 세끼 밥 굶지 않고, 어디든 갈 수 있다면 하느님 주신 복(福)이라 생각하며 살렵니다. 辛丑年 원단(元旦)에 존체 만안(尊體萬安)하시기를 축수(祝手)하오며 박 노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