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옛 사진

1960년대 청와대 방문 추억

noddle0610 2022. 5. 10. 03:04

1960년대 청와대 방문 추억

박   노   들

 

 

저는 1960년대 중반에 청와대(靑瓦臺) 바로 옆에 있는 고등학교(高等學校)를 졸업했습니다.

 

그때는 해마다 4월이 오면 청와대를 한 달 가까이 개방(開放)했는데, 저는 고등학교 3년 동안 해마다 4월 달만 되면 학교 수업을 마치기가 무섭게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와대를 향해 달려가곤 했습니다. 청와대를 방문할 때마다 정문(正門)에서 기념품을 선물로 주었기 때문이지요. 청와대 건물 전경(全景) 사진이 찍힌 방문기념 엽서(葉書)와 연필(鉛筆) 따위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매일 기념품 선물을 받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청와대 건물 주변 관람이나 경내(境內)에 있는 북악산(北岳山) 산책길 탐승(探勝), 간이(簡易) 동물원(動物園) 구경, 약수(藥水)터 주변을 쭈뼛쭈뼛 돌아다니다가 때때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내외(內外)를 마주칠 수가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 저는 4월 내내 개근(皆勤)하였습니다.

 

카메라(Camera)가 귀한 시절이기도 했지만 보안(保安) 관계로 사진 촬영은 할 수가 없었는데, 그래도 청와대의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는 점(點)과 요행수(僥倖數)로 박정희 대통령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기회가 간간(間間)이 생긴다는 점이 학교 수업을 마칠 때마다 저의 발길을 청와대로 향(向)하도록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大學生)이 된 이후(以後), 1968년 1월 21일에 저 유명한 북한군(北韓軍) 특수부대 출신들로 구성된 김신조(金新朝) 일당(一黨)의 ‘청와대 습격 미수(未遂) 사건’이 터져, 그때부터 청와대는 일반 국민들에게 더 이상은 정문(正門)을 열어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해마다 봄이 오면 상춘곡(賞春曲)을 부르며 청와대 경내(境內)를 아무데나 맘껏 노닐 수 있었던 마지막 세대(世代)인 셈입니다.

 

1967년 봄까지만 일반 국민들이 청와대를 드나들 수 있었으니까 어느새 55년이라는 긴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제 나이도 어느새 칠십 대(七十代) 중반(中盤)에 이르렀으니, ‘세월여류(歲月如流)’라는 사자성어(四字成語)의 의미를 새삼 되씹어 보게 됩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새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는 것을 계기로 청와대가 다시 국민들에게 개방된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청와대를 방문하면 대통령을 뵐 수가 있었는데, 이제 20대 대통령 시대부터는 집무실이 청와대가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 가기 때문에 더 이상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날 기회는 좀처럼 안 올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5월 10일 정오(正午)가 되면 청와대 정문이 다시 활짝 열리게 되니 저의 가슴도 마구 설렙니다. 55년 전에 비해 청와대가 얼마나 변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이번에 청와대를 방문하게 되면 그곳 정문에서 어떤 기념품을 줄까요? 예전엔 기념품을 무료(無料)로 주었는데, 이번엔 고궁(古宮) 입장(入場) 때처럼 정문이 아닌 기념품 판매소에서 유료(有料)로 기념품을 사야 하지 않을까 어림짐작을 해 봅니다.

 

2022 년 5월 9일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