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옛 사진

추억의 옛날 사진 한 장

noddle0610 2010. 4. 3. 23:40

 

 

 

추억 옛날 사진  

                  

- 1983년 봄, 불국사(佛國寺) 벚꽃나무 그늘에서 - 

 

 

 

 

 

  1983년 음력 사월 초파일에 옛 신라 왕국의 도읍이었던 경주 불국사를 찾아갔는데, 그곳은 개나리와 벚꽃이 제철을 만나 한창 흐드러지게 피고 있었다. 당시 이미 나는 삼십 대 후반기 연령대(年齡帶)에 진입하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이십 대 청년이어서 상당히 캐주얼(casual)한 옷차림을 한 채 가뿐한 마음으로 불국사를 탐방(探訪)하였다.

 

  천 년 고찰(千年古刹) 불국사의 대웅전과 다보탑, 석가탑, 청운교, 백운교 등을 두루 탐방하다가 나중에 발길이 다시 절의 산문(山門) 근처에 이르렀는데, 그곳의 벚꽃들은 다른 곳보다 훨씬 만개(滿開)해 있었다. 그중에서 키가 가장 크면서도 굵고 튼실해 보이는 한 벚꽃나무 아래서 내 독사진(獨寫眞)을 한 방 찍었다. 개나리꽃 색깔과 흡사한 노랑색 내 모자(帽子)와 역시 노란 빛깔의 내 윗도리, 그리고 새로 산 지 얼마 안 되는 청바지 진솔옷의 짙푸른 색상(色相)이 눈부시게 흰 벚꽃송이 색깔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그날 내 기분은 문자 그대로 득의양양(得意揚揚)했다.

 

  지금에 와서 다시 옛 사진을 들추어 보니, 세월이 흐르고 나면 남는 것은 사진 뿐이라던 그 누군가의 말씀이 새삼 실감 나게 나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지금 거울 속에 보이는 내 노추(老醜)한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저 삼십 대 시절의 싱싱함이 불현듯 그리워진다. 그때 그 시절만 해도 내 몸무게가 55 킬로그램(kilogram)에 지나지 않았는데, 환갑(還甲) 진갑(進甲) 나이를 훌쩍 넘겨 버리고 영락(零落)없이 60대의 '꼰대'가 되어 버린 지금의 내 몸뚱어리는 자그마치 72 킬로그램이 넘는다. 한때는 78 킬로그램까지, 아니 80 킬로그램까지 넘본 적도 있다. 그래서 사십 년 남짓 줄기차게 피워 온 담배를 끊고, 세끼 밥 먹는 것도 과감히 줄이고, 매일 삼십 분 이상씩 열심히 걷고 해서 체중을 한껏 줄인 것이 겨우 70 킬로그램 안팎이다. 

 

  내 얼굴 이마에 주름살이 해마다 늘어나는 것은 내 삶의 계급장(階級章)이 높아지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라 여기기에 그다지 크게 신경 안 쓰지만, 뱃살이 늘어나고 몸무게가 늘어나게 되면 그 수치(數値)에 비례(比例)해서 내 심신(心身)도 무겁고 힘들어지기에, 요즘 나는 하루하루를 전전긍긍(戰戰兢兢)하면서 어렵사리 산다. 

 

  이십 대 총각 시절이나 삼십 대 전반 시절까지의 젊음은 언감생심(焉敢生心)에 그리워하지 않지만, 삼십 대 후반 무렵의 몸매는 지금 현재도 나의 이상형(理想型)이다. 삼 남매(三男妹)나 되는 자식들을 아직 단 한 명도 시집 장가 보내지 못한 나로서는 우선 몸부터 건강해야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내 삶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기에, 요즘 자주 궁싯궁싯 공상(空想)에 잠기곤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더니, 나야말로 바로 그런 사람인가 보다. 군대에서 제대한 이후 직장 생활을 핑계로 규칙적인 운동을 멀리한 채 하루에 담배를 세 갑 이상씩 피워 가며 과로와 과음을 사십여 년 남짓 계속해서 내가 얻은 것은 배불뚝이 몸뚱어리와 '심근경색증(心筋梗塞症)'이었다. 결국 어느 해 추운 겨울날에 길바닥에서 쓰러져 한때 생사의 고빗길에서 헤맨 후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절제된 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 되었으니, 내 스스로의 처지가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부끄럽기 그지없다. 

 

  1983년 삼십 대 후반 시절의 내 젊은 초상(肖像)이 아직도 나의 이상형임을 거듭 고백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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