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옛 사진

근무 중 이상 무!!

noddle0610 2006. 11. 30. 01:53

 

근무 중 이상 무!!

  

 


 

  지금은 우리 군대(軍隊)에서 사라진 지 30여 년이 훨씬 넘은 동정복(冬正服) 복장(服裝), 이른바 짙은 갈색(褐色=밤색사지(serge) 군복(軍服)에 통일화(統一靴)를 신은 차림새로 카빈소총(carbine小銃)을 든 채 부대(部隊) 막사(幕舍)경계 근무에 나선 왕년(往年)의 병사(兵士() 아무개 일등병(一等兵사진(寫眞)!…… ^^*  

 

  새카만 쫄병(卒兵) 시절이라 비록 다리미질은 제대로 못한 차림새로되 앳된 홍안(紅顔)의 얼굴이 넘넘(^-^) 안쓰러워 보이면서도 일면(一面)으로는 귀엽게(?보여, 저 빛 바랜 사진 한 장에 대한 저의 소감(所感)을 요즘 이십대(二十代)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시쳇말로 표현한다면대략 난감(大略難堪)하여 엄청 안습(眼濕)지경(地境)이올시다[;;^-^;;]

 

  각설(却說)하고…….

 

  얼마 전 육군(陸軍)에선 황금 돼지띠 정해년(丁亥年)부터 오늘날의 패션(fashion)에 어울리게 장병(將兵)들의 복장을 획기적(劃期的)으로 바꾸기로 발표를 한 바 있습니다.

 

  이 뉴스(News)를 들은 지 얼마 안 된 오늘, 젊은 날 군복을 입고 경계근무를 하던  시절 저의 사진을 보니 실로 감개무량(感慨無量)하나이다.

 

  2007년부터 현재 특전부대(特戰部隊) 용사들이 사용하는 베레모(beret)를 전군(全軍)이 사용하도록 확대함과 동시에 복장은 색깔을 좀 더 세련되고 섬세한 디자인(design)으로 변경한 정복(正服) 겸용(兼用) 얼룩무늬 전투복(戰鬪服) 차림으로 통일(統一)한다고 합니다.

 

  아하, 그러고 보니 제가 군대생활을 할 때에도 우리 육군은 획기적(劃期的)으로 복장 개혁(服裝改革)을 하였는데, 이제 또 바뀐다니 정말 한 세대(世代)의 시간이 흐르긴 한 모양이로소이다.

 

  제가 군()에 입대할 당시에는 우선 군모(軍帽)부터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모양이었습니다. 모자가 아주 단단하고 팽팽한 원통형(圓筒形)에 챙을 단 디자인이었는데, 그 원통형(圓筒形)에서 현재의 운동모(運動帽) 비슷한 형태로 바뀌었으며, 바뀌기 전()의 군모(軍帽)와 달리 바뀐 이후에는 모자를 구겨서 하의(下衣) 뒷주머니에 집어넣을 수 있게 되어 당시(當時)에 졸병(卒兵)들이 아주 좋아했습니다.

 

  모자(帽子)와 상의(上衣) 왼쪽 가슴에 부착(附着)하는 계급장(階級章)은 소위 깡통계급장이었지요. 점호(點呼) 시간에 지적받지 않으려고 깡통계급장을 놋쇠 버클(buckle)과 함께 병기 수입(兵器手入) 시간에 반짝반짝 윤()이 나게 손질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입대(入隊)할 당시만 해도 계급장의 계급(階級) 표시가 오늘날과 약간 달랐는데,  병장(兵長)스타일(style)로 생긴 이른바 갈매기 한 개()였고, 하사(下士)는 갈매기 둘, 중사(中士)는 갈매기 셋, 상사(上士)는 갈매기 셋 위에 작대기 하나를 아치(arch) 형태(形態)로 얹은 꼴이었습니다이 계급장 표시는 제가 군복무를 하는 동안에 현재의 형태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지요. 쇠붙이 깡통계급장도 헝겊으로 만든 계급장으로 바뀌었고요.

 

  , 그리고 복식(服飾)에 있어서 지금 군대와 유별나게 다른 것은 장병 모두가 머플러(muffler)를 착용했던 점입니다. 저 역시 머플러를 지급(支給)받았는데, 목에 두를 때 뒤로 묶는 똑딱단추가 시원치 않게 부착(附着)되어 있어서 곤혹스럽게 여겼던 적이 있습니다.

 

  이 머플러 착용 제도(着用制度)도 제가 군복무 중에 없어져, 저의 동기생(同期生)들과 함께 환호작약(歡呼雀躍)해 하였던 일이 지금도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이번 복식 개혁으로 사병(士兵)들이 좋아할 일은 뭐니뭐니해도 전투복(戰鬪服)과 정복(正服)의 겸용(兼用),   두 가지 종류의 복장을 하나로 통일시킨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입대(入隊)하였을 때는 지급(支給)받는 복장 종류가 많아, 내무반(內務班)관물 정돈(官物整頓)을 할 때나, 또는 이른바 더블백(double bag)에 관물(官物)을 넣을 때 부피가 너무 커서 애를 먹어야 했는데, 예정대로 복식(服飾)이 통일되고 단순화해지면 아마 사병들은 대부분이 전적으로 환영할 것입니다.

 

  제가 입대 이후 지급받았던 군복은 흔히 말하는 국방색(國防色) 전투복 A급과 B야전(野戰) 점퍼(jumper), 동정복(冬正服)인 짙은 갈색(褐色=밤색사지(serge) 군복, 하정복(夏正服)인 누른빛에 엷은 다색(茶色)이 섞인 이른바 카키색(khaki) 군복 등()이었습니다.

 

  제삼공화국(第三共和國) 시절만 해도 우리나라의 경제적 사정이나 물품 제조(製造) 수준이 너무 형편없을 지경이어서 병사(兵士)들이 지급받은 전투복은 한번 세탁하면 국방색(國防色) 색깔이 상당히 탈색(脫色)하여 A급 옷감이 금방 B급이나 C급으로 품질이 저하되었기 때문에, 모처럼만에 외출(外出)이나 외박(外泊)을 하려면 지급받은 옷은 너무 남루(襤褸)하게 보여 착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비롯한 상당수의 병사들은 서울 남대문시장(南大門市場) 안에 있던 소위(所謂) 도깨비 시장에서 미제(美製) 야전 점퍼(野戰 jumper) 스모르옷감으로 디자인한 전투복을 사서 A급 대용(代用)으로 입어야 했고, 지급받은 옷은 부대 내(部隊內)에서만 입었으며, B급 옷은 평상시(平常時) 근무할 때에, 그리고 C급 옷은 사역(使役)할 때 작업복(作業服)으로만 착용하였습니다

 

  군화(軍靴)의 경우, 흔히 워커(walker)라고 부릅니다만 당시까지만 해도 우리 나라에서는 기술적으로 만들 형편이 못 되었고 해서 미군(美軍)의 발주(發注)로 일본(日本)의 군수공장(軍需工場)에서 만들어 들여와 우리 국군(國軍)에 지급되었고, 수선(修繕)조차 일본으로 보내야 했을 정도로 우리 나라는 경제적으로 가난했고 기술상으로 후진국(後進國)이었습니다.  

 

  당시는 미군(美軍)의 무상원조(無償援助)가 막 끝나 갈 무렵이라서, 값이 비싸고 제작 및 지급 시일이 제법 소요되는 가죽 군화(軍靴)를 지급받으면, 그래 봐야 신발에 불과한 워커(walker)를 모든 병사들이 내무반 관물대(官物臺) 위에 신주(神主)처럼 모셔놓기만 했고, 정기 휴가(定期休暇) 때와 의식(儀式)이 있을 때만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부드러운 세무[섀미(chamois)의 잘못]가죽으로 된 워커를 지급받았는데, 손질하기가 여간 까다롭지가 않아서 늘 전전긍긍(戰戰兢兢)하였습니다

 

  이런저런 사유로 부대(部隊) 영내(營內)에서는 노상 통일화(統一靴) 신어야 했는데, 때마침 월남(越南)에서 귀국한 병사들이 신고 온 정글화(jungle)를 보니 그것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우리 중대(中隊)에 새로 전입(轉入)해 온 월남 병장(越南兵長)에게 돈을 줄 테니 그 정글화(jungle)를 저에게 팔라고 했지만 막무가내로 싫다고 하여 한동안 그를 미워했답니다.^^*  

 

  제가 제대(除隊)한 이후에 보니, 언젠가부터 우리 군()에서 짙은 갈색[밤색사지(serge)로 디자인한 동정복(冬正服)과 반()팔 상의(上衣)가 유난히 시원해 보이던 누른빛에 엷은 다색(茶色)이 섞인 카키색(khaki)하정복(夏正服)이 안 보여, 아하! 우리 국군의 더블백(double bag)부피와 무게가 상당히 줄어들었겠구나 생각하며 미소를 띤 적이 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짙은 갈색(褐色=밤색사지(serge)군복을 민간인(民間人)들이 구입하여, 가난한 시민(市民)은 염색(染色) 후에 양복(洋服)으로 멋있게 개조(改造)하여 입었고, 중고등학교(中高等學校) 학생들은 검정색 교복(校服)으로 고쳐서 한겨울 동안 훌륭히 입을 수 있었는데, ()에서 이른바 사지(serge) 옷을 입지 않으니 이제는 민간에서도 그 애환(哀歡) 어린 멋진 옷을 볼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우리 육군(陸軍)의 현행 복식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잘 모르긴 하지만육군 발표에 의하면 전투복(戰鬪服)과 정복(正服)을 한 가지 종류의 복장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하니, 어쨌건 간에 명년(明年)부터 우리 아들들이 간편하게 군대생활을 하게 될 것 같아 기쁩니다.

   

  오랜만에 옛 앨범(album)을 뒤지다가 군대생활, 특히나 졸병 시절(卒兵時節)에 찍은 사진을 우연찮게 보니, 때마침 육군의 복장개혁 방침 뉴스도 있었고 해서 별의별 생각들이 다 떠올라, 두서(頭緖)없이 횡설수설(橫說竪說)해 보았습니다.

 

  오래 전, 그것도 지금부터 한 세대(世代) ()에 있었던 희미한 기억들을 추슬러 쓴 글이라, 사실(事實)과 부합(符合)하지 않은 이야기도 더러 있을 것이오나, 누리꾼들께서 대~(^^*) 혜량(惠諒)하여 읽어 주소서.

 

2006 11 27 일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