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는 지금 새로운 기운이
━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 영결(永訣) 소감 ━
이 땅에는 지금
새로운 기적(奇蹟)이
생겼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사십만이 넘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여들게
했으니까요.
이십일 세기(世紀)에 들어와
대한민국(大韓民國) 땅에
새로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어떤 분이
이 세상을 떠나시며
마지막으로 보여 주신
거룩한 헌신(獻身)이
많은 이의 장기(臟器) 기증 운동으로
번져 가고 있으니까요.
단 한 분이
팔십 평생 베푸신
사랑과 나눔이
많은 이들을
새로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지나간 닷새 동안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
명동(明洞) 언덕배기에는
사십만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쓰레기도 없었고
새치기도 없었고
다툼도 없었고
양보와 친절과
따스한 인정(人情)이
강물처럼
넘쳐흘렀습니다.
단 한 분이
팔십 평생 보여 주신
사랑과 나눔의
큰 자취가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놓으신 것입니다.
지나간 닷새 동안
이 나라는
모두가
한 마음이었습니다.
기독교, 불교, 유교
할 것 없이
여당(與黨) 야당(野黨)
구분 없이
영호남(嶺湖南)
갈등(葛藤) 없이
진보파, 보수파
아울러서
모두 한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서울 명동 언덕배기에서
온 국민과 영결(永訣)한
바로 그이가
2월 늦추위 속에
새로운 기적을 일으키신 것입니다.
국가적 어려움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어둔 밤 길 잃은 양떼에게
불을 밝혀 주던 목자(牧者)처럼
의연(毅然)히 나서시던 한 어른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하고자
오늘도 명동 언덕바지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수많은 국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사랑의 큰 물결을
이루어 냈습니다.
아, 기축년(己丑年) 2월
셋째 주(週)에
우리 대한민국 땅에선
한 어르신이
하늘 길로 오르시면서
어느새 새로운
전설(傳說)을 남기셨습니다.
그이는 우리 국민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남기셨습니다.
그이는 우리들에게
서로 용서하고 사랑하라는
말씀도 남기셨습니다.
그이로 인해
지금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격언(格言)이
생겼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지나간 닷새 동안
서울 명동 언덕에서
생긴 일들은
모두가 기적입니다.
지나간 닷새 동안에
일어난 일들을
전세계(全世界)가
경이로운 눈길로
지켜보았습니다.
우리나라 앞날에
바람직한 희망을 준
저 새로운 기운이
늘 우리와
함께 하기를
간절히
소망하옵니다.
2009 년 2 월 20 일 금요일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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