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비둘기
‧ 시 / 김 광 섭
사진 / 박 노 들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산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 출전(出典) : 『월간문학』, 1968.11 & 시집(詩集)『성북동 비둘기』, 1969.
※『성북동 비둘기』의 주제(主題)
○ 파괴되어 가는 자연에 대한 향수와 문명 비판
○ 산업화-도시화에 의한 인간성 상실의 비판
○ 비둘기를 통해서 본 우리의 메마른 삶
○ 자연 파괴와 인간성 상실의 비판
○ 사랑과 평화의 자연적 삶에 대한 향수
○ 현대 문명 사회의 인간성 상실에 대한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