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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전을 준비하는 어떤 이의 ‘가을’ 詩 첨삭 평가

noddle0610 2005. 8. 23. 22:30

 

 

 

 

 

 

 시화전을 준비하는 어떤 이의 ‘가을詩 첨삭 평가

 

 

가   을

 

 

   가을은

   빗자루를 들고 와 

   이 골목 저 거리

   뜨거운 바람을 쓸어가네.

 

   빗자루를 들고와

   구석구석 내마음

   훗훗한 잡내음을

   쓸어가네.

 

   싸늘한 빗자국만 남기고

   쓸어가네.

 

           

 

첨삭 평가

 

   마치 김광균(金光均)이나 박남수(朴南秀) 시인의 회화적(繪畵的)이고 깔끔한 시()를 다시 읽는 듯한 기분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섭씨(攝氏) 35() 안팎을 오르내리던 지겹고 무더운 여름을 님의 '가을'이 죄다 쓸어가 버리는 듯한, 정말 오랜만에 청량감(淸凉感)을 느끼게 해 주는 시()이군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가을의 초입(初入) 정경(情景)을 간결한 구조와 군더더기 없는 표현으로 담아, 작고(作故)한 지 얼마 안 되는 조병화(趙炳華) 선생님의 시()를 대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다만, 1연과 2연은 지겹게 무덥고 긴 여름을 정말 빗자루로 쓸어내듯이 깔끔하게 청소(淸掃)해 버린, '초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서정(抒情)을 선명하게 표현하여 좋았는데, 그 포지티브(Positive)하게 생성(生成)되던 이미저리(imagery)3연의 '싸늘한 빗자국만 남기고' 라는 표현으로 전환(轉換)되는 순간, 그만 아쉽게도 흩어짐을 느꼈습니다.


  '싸늘한'의 주체(主體)'여름'이라면 1-2연의 '뜨거운 바람' '훗훗한 잡내음'과 잘 연결되지 않고, 그 주체(主體)'가을'이라면 '초가을 비'치고는 너무 빨리 온도(溫度)가 내려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군요.


  그리고 1-2연의 포지티브(Positive)한 인상의 이미저리(imagery)3연에서 아무래도 네거티브(Negative)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미저리(imagery)로 전환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필연성이 있을 것인데, 결구(結構)를 읽으며 뭔가 2% 부족한 듯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에도 이미 많은 시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만, 작시(作詩)의 기법상 포지티브(Positive) 이미지(image)와 네거티브(Negative) 이미지의 대조(對照)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배치(配置비율이 5 : 5는 못 되더라도, 아니 7 : 3까지도 상관없겠으나, 8 : 2 비율로는 적절한 균형(均衡)에서 느낄 수 있는 미감(美感)을 충분히 즐길 수가 없었습니다.


 
하오나, 빈대 잡기 위해 이미 잘 지은 초가 삼간(草家三間)을 태울 수는 없는 노릇!……


  1-2연에서 이미 보여 주신 님의 정제(精製 : 整齊)된 솜씨를 발휘하시어, 차라리  '싸늘한'  이 한 단어만 퇴고(推敲)하든지, 아니면 '싸늘한 빗자국만 남기고' 1()만 다듬어서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완결미(完結美)를 보여 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초가을 서정(抒情)을 느끼게 하는 데는 간결한 구조와 군더더기 없는 표현이야말로 제격이므로, 전환(轉換)의 짜릿함 때문에 결구(結構)를 지금의 모습보다 길게 마무리짓는다면, 오히려 그것은 사족(蛇足)이 될 성싶습니다.

 

  기왕(旣往)에 시화(詩畵)로 꾸밀 것을 염두에 두고 쓰셨다면, 더더욱 길게 늘어지게 하면 청량(淸凉) '그림'이 들어가 앉을 '자리'가 없을 테니까요.

 

 

  이미 완성하신 시() 다시 설명하듯 더 길게 늘여서 퇴고(推敲)하진 마시고'추일 서정(秋日抒情)'의 깔끔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그저 결구(結句)의 딱 한 단어만, 아니 한 줄만 탁마(琢磨)하시어, 그야말로 알찬 결실(結實)'가을'을 맞이하도록 하소서. 

     

 

2005823

 

한림학사(翰林學士)

  

이 글은 Daum 신지식 홈'학문, 전공 > 인문학 > 국어국문학' 코너 탑재(搭載) 답변감샤님(05-08-23 16:54)를 읽고, 제가 '한림학사' 라는 ID첨삭 평가(05-08-23 20:15)한 내용을 다시 일부 보완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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