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感謝)의 글월 올립니다
5월 신록(新綠)보다는 6월 신록(新綠)이라는 말이 있듯이 요즘 들어 산과 들에 무성(茂盛)하게 우거지고 있는 푸른 빛깔들이 바야흐로 여름 날씨를 실감(實感)케 합니다. 이 왕성한 삶의 계절에 댁내(宅內)에도 풍성한 일들이 무성하시길 기원하옵니다.
지난 6월 3일(토요일) 저희 딸아이의 혼례식이 치러졌사온데, 그날 바쁘신 가운데 그것도 당일(當日)이 ‘징검다리 연휴(連休)’의 시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왕림하셔서 자리를 빛내 주시고 도타운 정(情)을 베풀어 주신 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리옵니다.
멀리는 제주도와 부산, 대구, 강릉, 인제, 홍천, 그리고 충청도에 사시는 분들까지 불원천리(不遠千里)하며 찾아 주셨고, 비록 가까운 곳에 사신다 할지라도 평소에 저희가 부덕(不德)하여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는데 조금도 괘념(掛念)치 않으신 채 기꺼이 오셔서 저희를 축하해 주신 친인척(親姻戚) 어르신들과 동기간(同氣間) 및 옛 벗님들과 친지(親知) 여러분들께 충심으로 감사드리옵니다. 특히나 제가 30여 년 동안 봉직(奉職)했던 일터를 떠난 지 이미 15년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옛정을 잊지 않고 찾아 주신 다수(多數)의 선후배(先後輩) 동료(同僚) 선생님들, 바쁘셔서 직접 오시진 못했지만 인편(人便)으로 축의(祝儀)를 전(傳)해 오신 여러 선생님들의 뜨거운 우정 앞에 저는 그날 감격한 나머지 남몰래 울 뻔했음을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하옵니다.
그날 저희 집에서는 개혼(開婚)이라 여러 모로 준비가 미흡해 대접(待接)에 소홀함이 많았고, 경황이 없어 손님들께 일일이 제대로 예의를 차리지도 못했사옵니다. 너그러이 헤아려 주시기를 머리 숙여 청(請)하옵니다. 귀댁(貴宅)에 경조사(慶弔事)가 있을 때에 꼭 연락 주셔서, 이번 잔치에 저희가 입었던 영광(榮光)에 대한 보답(報答)의 기회를 주시기 바라옵니다.
일일이 직접 찾아뵙고 감사의 말씀을 아뢰어야 마땅하지만 글월을 통해 인사드리는 것을 용서해 주시기 바라오며, 귀댁에 늘 밝은 웃음과 하느님의 크나큰 보살피심이 함께하시길 간곡히 기원(祈願)하옵니다.
2017 년 6 월 15 일
박 노 들 올림
|
'사신(私信)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마나 망극(罔極)하시옵니까 (0) | 2010.06.10 |
---|---|
큰조카딸에게 보내는 편지 (0) | 2005.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