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랑

다시 보고 싶은 황새 황선홍 선수의 비상(飛翔)

noddle0610 2006. 6. 14. 23:57

 

 

 

 

다시 보고 싶은 황새 황선홍 선수의 비상(飛翔)

 

 

     황새는 외로워 보여도 그윽한 기품이 있어

     사람들이 좋아하나 봅니다.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 모습은

     마치 먼 옛날 귀족의 후예인 양


     늘 의젓해서 바라보기에 좋습니다.


     온갖 농약(農藥)과 몹쓸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입어

     요즘엔 전처럼 자주 보기가 힘들지만,


     때로 그대가 혼자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띄면


     이 풍진(風塵) 세상에 그대의 흰 자태(姿態)가

     유독 가슴 아리게 돋보이면서


     세상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는

     그대의 여전히 점잖은 모습에,


     나는 그만 군자(君子)를 대(對)하는 느낌입니다.


     아직 봉황새를 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대에게서 우리가 오랜 세월 고대(苦待)하던


     봉황새를 그려 봅니다.


     요즘 들어 그대가 눈부실 정도로

     흰 날개를 다시 한 번 활짝 펴고


     눈이 시리도록 푸른 저 하늘을

     훨훨 비상(飛翔)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우리 나라 사람 쳐 놓고

     비단(非但) 저뿐이 아닐 것입니다.


     이제는 꿈결처럼

     지나가 버린

 

     6월의 나날들!……


     저 공중(空中) 높이 떠올라 마냥 빼어난 자태를 뽐내던

     그대의 우아한 춤사위를 우린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황새의 걸음이 워낙 우아해서

     그냥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새라면 본디 높이 날수록 보기에 더욱 좋잖겠습니까.


     이제는 더 이상 당신의 하늘을 다른 새들에게 양보하느라

     혼자 논두렁 밭고랑 사이를 느릿느릿하게 걷지는 마십시오.


     그대에게서 대인군자(大人君子)의 기상(氣象)을

     발견하는 기쁨은 있지만


     그러다 홀로 뒤져,


     나중에 당신이 너무 외로워질까

     적잖이 마음이 저려옵니다.


     그래도 마지막 비상(飛翔)은

     한번 크게 떨쳐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요즘 그대가 바람이 무척 세찬 이웃 나라

     남의 땅에 잘못 날아들어


     까마귀만도 못한 대접을 받는다는 소문에

     우린 지금 얼굴이 뜨거워 몸 둘 곳을 몰라하고 있습니다.


     우린 그대의 처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린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너무 오랜 세월 온갖 풍상과 상처로 지쳐

     이제는 날개를 접고 편히 쉬는


     당신의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저흰들 어찌 없겠습니까만,


     아름다운 목소리로 한번 크게 울고

     당신이 저 푸른 하늘 위를 허위허위 원무(圓舞)하다가


     다른 새들과 함께 푸른 숲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아, 우리는

    …… 

     

     욕심 같지만

     한 번만 더


     당신을 사랑하는 우리의 눈망울 속에

     기념으로 꼭 간직하고 싶습니다.

 

 

2002. 8. 11. 오후

  

서울 신사동에 사는 50대의 늙은 박새…….

 

  出典 : goodday신문, 2002.08.11 추천:17 조회:25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