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풀과 저 들꽃의 이름이
━ 불광천(佛光川) 명상(暝想) 이제(二題) ━
사진 · 글 / 박 노 들
이 풀의 이름이
세상천지 만물(萬物)마다
이름 붙이기 좋아하는
우리 인간들의
눈에 띈 지
제법 오랜 세월
흘렀으니
이름 하나쯤이야
있으련만,
이 풀의 이름을
아는 이는 흔치 않다.
해마다 봄이 오면
잎줄기마다
온통 다닥다닥
가시 돋친 풀들이
솟기 시작해
봄여름 가을 내내
산과 들판을 덮는다.
논두렁 밭두렁에도
심지어는
돌각담 틈으로까지
잎과 줄기를 뻗고
막무가내로
왕성한 생명력을
뽐내는 잡초(雜草)다.
‘며느리밑씻개’만큼
천덕꾸러기지만
사실은 며느리밑씻개처럼
예쁜 꽃도 피우지 못한다.
며느리밑씻개는 가끔씩
약초(藥草)로 먹을 때도 있다지만
이놈의 잡초는
어쩌다 마주친 사람들이
살짝 만지기라도 하면
쐐기처럼 톡톡 쏘아대는
염병할 풀이다.
인간들 눈에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이 보여서
그 이름조차
물어 보고 싶지 않은
풀이련만,
봄여름 가을 내내
산과 들판을 온통 덮는다.
사람 손바닥처럼 생긴
이파리를 쫘악 펼친 채
대지(大地)를 주름잡는
저놈의 이름 모를 잡초는
오늘도 아주 기세등등하다.
저 들꽃의 이름이
언젠가부터
이 땅에 피기 시작해
요새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원래부터
우리나라 꽃은 아녔던 성싶은
저 분홍빛 꽃들은
올 가을에도
삼지사방[散之四方]에
화사하게 피었습니다.
개울가에
늪지대 언덕에
온통 분홍빛 향연(饗宴)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십년 전
이십 년 전에는
여간해선 볼 수 없던
꽃들인데
요새는 가을 들녘에
나가기만 하면
어디서나 만날 수 있습니다.
언제 우리나라에
귀화(歸化)했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먹고살기 바빠서겠지요.
충분히 이해합니다만
어차피 한데 어울려 살아가려면
서로 통성명(通姓名)은 하고
지내야 하는 건데
그 누구도 저에게
웬만한 여인네보다 더
조신(操身)하게 아름다워 보이는
저 꽃의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는군요.
누가 이 ‘들꽃’의 이름을
저에게 알려 주시면
그분께
정말 고맙다고
인사드리겠습니다.
사람이 일생(一生) 동안
자기 눈으로 직접 본
꽃들의 이름을
죄다 알고
죽을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님이시여!……
저를 꼭 행복하게
해 주십시오.
2008 년 10 월 18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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