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光川 언덕 위의 하얀 오두막집
사진 ‧ 글 / 박 노 들
불광천(佛光川) 갓길 언덕
쪼그마한 오두막집.
앙증맞고 정겹다.
21세기형 오두막집이다.
누가 이런 집에서
오막살이로 사는가
살짝궁 살펴보니
여기가 바로 불광천
‘수질 오염 방제소’란다.
하도 예쁘게 꾸며
살림집인가 여겼더니
사람 없는
‘헛간’이지만
그래 봬도 어엿한
관공서(官公署) 건물이란다.
증산로(繒山路)
가로수(街路樹)들과
잘 조화를 이루고,
불광천을 가뿐하게 건네주는
‘증산삼교(繒山三橋)’와도 잘 어울린다.
어디 그뿐이랴.
서울에서 이름이 가장 멋진
‘해 담는 다리’도 가까이 보이고
저 멀리 서라벌(徐羅伐)의
진흥왕(眞興王)이 오르셨다던
북한산(北漢山) 봉우리들도
잘 보이는 명당(明堂)이다.
하얀 페인트로 칠한
오두막집 벽에는
혜원(蕙園) 신윤복(申潤福) 선생의
그림 속에 나오는 미인(美人)이
그네 발판에 다소곳이
한 쪽 발을 올린 채
길손이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림 속 미녀는
자기 눈앞에
남정네가 안 보여야만
아리따운 맵시를 자랑하며
그네 발판을 구를 모양이다.
벽에 그림이 있는 저 오두막집은
보면 볼수록 운치(韻致)가 있어 좋다.
벽에 그림이 없었다면
저 오막살이집은
지나가는 행인(行人) 가운데
어느 누구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터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벽화(壁畵)를 그리도록 주선한
담당 공무원의 발상(發想)이
갸륵하고 기특하다.
정성껏 벽화를 그리느라
수고가 컸을
어느 무명 화가(無名畵家)에게도
고마움을 느낀다.
저 언덕바지
오두막집 덕분에
맑은 물이 흐르는
우리 동네가
더 미쁘고
더 정겹다.
2008 년 11 월 4 일
불광천 천변(川邊)에서
'우리 동네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광천(佛光川)을 찾아온 노랑부리 백로(白鷺) (0) | 2009.07.08 |
---|---|
하늘공원 억새 잔치 (0) | 2009.03.03 |
만추(晩秋) 초승달 (0) | 2008.11.03 |
이 풀과 저 들꽃의 이름이 (0) | 2008.10.18 |
서울 불광천을 찾아온 노랑부리백로 (0) | 2008.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