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金 달덩이같이 환한 한가위를 맞이하소서

해마다 맞는 한가위이지만
올해 추석(秋夕)은
더욱 고마운 명절(名節)인 것 같습니다. 지난여름 모진 태풍(颱風)을 겪고서 이 날을 맞이하기 때문입니다. 동해안(東海岸) 가난한 어촌(漁村) 마을에서도 인제(麟蹄) 산골짝 컨테이너하우스 안에서도 이 날만은 웃음꽃이 가을 햇살만큼이나 남실거릴 것 같습니다. 단군(檀君) 이래 가장 길다는 황금연휴(黃金連休)를 맞아 수십만 인파(人波)가 차례(茶禮)도 내팽개치고 인천(仁川) 국제공항으로 몰려갔다지만 그들이 부럽기는커녕 귀성(歸省)길 서해대교(西海大橋)에서 죽은 이들을 애석(哀惜)해하며 이른 아침 안개 낀 고향(故鄕)길 고속도로에 진입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장삼이사(張三李四)가 오늘따라 더 우리 가슴을 찡하게 해 주는 올해 팔월 추석이 우리 겨레 고유 명절이 존재(存在)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저 고맙습니다.
정말 좋습니다. 올해도 작년에 이어 불경기(不景氣)라서 빠듯한 경비(經費) 때문에 차례(茶禮)를 지내기엔
너무 벅찬 현실(現實)이지만, 그래도 한가위 하루만큼은 지나온 한해를 되돌아보며 숨을 고를 수 있고 여기저기 흩어져 살던 겨레붙이들을 한자리에서 죄다 다시 볼 수 있어 오랜만에 자그마한 행복(幸福)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푸켓(Phuket)이나 하와이(Hawaii) 오키나와(Okinawa) 여행길엔 오르지 못했지만 저 교외(郊外) 들녘에 조촐하게 핀 코스모스와 농가(農家) 지붕마다 늘비한 새빨간 고추 구경을 하는 멋도 꽤나 근사할 것 같습니다. 님이시여, 당신께서도 올 추석날엔 집 안팎에 온종일 웃음꽃이 출렁이는 좋은 하루를 맞이하소서. 해마다 맞는 한가위이지만 올해 추석(秋夕)은 지난여름의 시련(試鍊)일랑 잠시 잊으시고 황금(黃金) 달덩이같이 환한 즐겁고 행복한 명절로서만 이 날 하루를 오붓이 영접(迎接)하소서.
2006 년 10 월 5 일 목요일 새벽에
☞ 출전 : http://eroom.korea.com/nod_157446 2006-10-05 오전 3:3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