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방랑자(放浪者)여
한겨울 방랑자(放浪者)는
얼어붙은 눈물 때문에 볼이 시려도
볼이 시린 줄 모른다.
술에 잔뜩 취할라치면
목로주점에서 흘러 나오는
흘러간 유행가 '목포의 눈물' 때문에
전봇대 아래서
노상 방뇨(路上放尿)를 하더라도
설령 그게 꽝꽝 얼더라도
옷자락조차 여밀 줄 몰라,
저 쿵짝쿵짝 노랫소리를
무한한 시공(時空)이 흐르는 곳에
풍선처럼 띄워 보낼 생각만 한다.
흐흐흐흐
비틀비틀
전봇대와 씨름하며
자꾸자꾸
헛소리를 해댄다.
오오! 얼어버린 눈물 때문에
가슴까지 시려서
바짓가랑이 속 뜨거운 습기조차
잊은 사람아.
우리 한 잔 술에 더 이상 비틀거리지 말자.
다시는 아무데서나 오줌을 싸지 말자.
침도 뱉지 말고
큰 기침도 하지 말고
특히 박(朴) 아무개 씨나
김(金) 아무개 씨나
아니, 아니
아무아무한테나
함부로
욕(辱)도 하지 말고
헛소리 그만하고
뻣뻣한 전봇대처럼
'동작 그만!' 하고 있던지……
그리고 말인데
겨울엔 시(詩)도 쓰지 말자.
1972 년 12 월
박 노 들
※ 1972년 겨울, 이른바 ‘10월 유신(維新)’을 당하고 나서 맞이한
첫 겨울 세모(歲暮)에 쓴 낙서(落書) 중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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