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韓國)’은 유서 깊고 자랑스러운 우리 국호(國號)
━「일제의 잔재인 한국(韓國)을 폐기하자」라는 제목(題目)의 ‘조선닷컴 커뮤니티’ 기사(記事) [살맛나는 이야기, 2002/08/18 14:37]에 대한 반론(反論) ━
‧ 글 / 박 노 들
국어사전에 풀이된 우리 국호(國號)의 다음 설명들은 공인(公認)된 정확한 풀이입니다.
대한민국(大韓民國) : 우리 나라의 국호(國號). <대한민국(大韓民國)>은 아시아 대륙 동북부에 돌출한 한반도(韓半島)와 그 부속 도서(島嶼)를 영토로 하는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의 국호로서, 준말은 ‘대한(大韓)’ 또는 ‘한국(韓國)’이다.
대한(大韓) : ①〈대한제국(大韓帝國)〉의 준말. ②〈대한민국〉의 준말.
한국(韓國) : 〈대한민국〉의 준말.〈대한제국〉의 준말. 이 ‘한국(韓國)’의 준말이자 어원(語源)은 ‘한(韓)’으로서, 오늘 날 ‘한(韓)’으로부터 파생된 단어가 범람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例)로 한민족(韓民族) · 한복(韓服) · 한식(韓食) 등(等)이 있다.
우리 나라는 고대(古代)에 북(北)에는 조선(朝鮮 : 檀君朝鮮)이 있었고, 남(南)에는 부족연맹체 국가인 삼한(三韓 : 馬韓, 辰韓, 弁韓)이 있었습니다.
고조선의 끝 임금인 준왕(準王)이 B.C. 194년에 위만(衛滿)에게 왕검성(王儉城)을 빼앗기고 남으로 옮겨 삼한(三韓)의 왕, 즉(卽) 한왕(韓王)이 되었다는 기록이 역사서(歷史書)에도 나오지요. 한왕(韓王)은 한(韓)의 임금이란 뜻이겠지요.
조선시대(근세조선)에 우리 나라에서는 문벌(門閥)이 가장 높은 집안을 일컬어 삼한갑족(三韓甲族)이라 하였습니다. 우리 나라 즉(卽) 삼한(三韓)을 합쳐서, 다시 말해 전국(韓)에서 갑(甲 : 최고)에 속(屬)하는 겨레붙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어쨌거나 우리 나라의 가장 오래된 명칭은 북(北)의 ‘조선(朝鮮)’, 남(南)의 삼한(三韓) 즉 ‘한(韓)’이라 확언할 수 있습니다.
고려 말엽(高麗末葉), 이성계(李成桂)가 정통성과 대의명분(大義名分)이 약한 역성혁명(易姓革命) 직후 면목일신(面目一新)을 위해 나라 이름을 바꿀 때, 북방계의 조상 단군(檀君)을 의식하여 우리 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명칭 ‘조선(朝鮮)’으로 국호를 복원(復元)하였는데, 그 취지는 좋았지만 이 과정에서 당시 중원(中原)의 새 주인인 명(明)나라의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그들에게 옛 국호 ‘조선(朝鮮)’과 이성계 자신의 고향에 관련된 ‘화녕(和寧)’ 두 개(個) 중 하나를 선정해 주도록 자문(諮問)하여, 유감스럽게도 명(明)나라가 지정해 준 ‘조선’을 국호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단군 조선(檀君朝鮮)은 몰라도 이씨 왕조(李氏王朝)의 국호 선택은 지극히 비자주적(非自主的)이었던 것입니다.
유사 이래(有史以來) 중국(中國) 천자(天子)들로부터 황제국(皇帝國)이 아닌 제후국(諸侯國) 반열(班列)에 지나지 않는 속국(屬國) 대접을 받았던 우리 나라는 조선 말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중국에서의 완전 독립을 선언하고, 고종(高宗)이 지금의 조선호텔 자리에 원구단(圓丘壇)을 세우고 황제로 즉위하였으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금의 광화문 교보문고(敎保文庫) 옆자리에 만세비(萬歲碑)와 비각(碑閣)을 세워 이 때부터 우리 민족은 “상감마마 천세(千歲)!”가 아닌, “황제 폐하 만세(萬歲)” “우리 나라 만세”를 불렀으며, 중국사신을 맞이하던 서대문 근처의 ‘영은문(迎恩門)’을 헐고 ‘독립문’을 세웠고, 국호를 대한제국(大韓帝國)이라 개칭하였습니다. 왜 하필이면 대한제국(大韓帝國)이냐 하면, 그것은 ‘조선(朝鮮)’말고는 가장 오래된 우리 나라의 이름이 ‘삼한(三韓)’밖에 없었는데, 분립적(分立的)인 명칭 ‘삼한(三韓)’을 하나로 통합한 명칭 ‘한(韓)’으로 하여야, 우리 나라의 오랜 역사적 존재성과 통합성을 부각시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나라 이름에 ‘대(大)∼’가 들어가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 간에는 남에게 자기를 낮추는 것이 동양의 예의라서, 사람들은 1인칭으로 ‘저’, ‘저희’, ‘소생(小生)’이란 말들을 쓰지만,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저희 나라’란 말을 쓰지 않고 ‘우리 나라’란 말을 써서 국가 간의 자주성과 평등성을 은연중 내비치는 전통이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과거 동양에서는 옛 중국이 자기 나라가 천하의 중심이자 주인이고 가장 큰 나라라는 의미에서 꼭 국호(國號) 앞에 ‘대(大)∼’자(字)를 붙이는 관례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역(西域) 지방을 정벌하면서부터 역대로 ‘대당(大唐)’이니, 대송(大宋) · 대원(大元) · 대명(大明) · 대청(大淸)이라는 기치(旗幟)를 내세웠습니다. 서양에서도 제국주의 시대가 되면서부터 나라 이름의 첫머리에 ‘Grate(大)’를 붙여 ‘대(大) 브리튼 제국’ 즉(卽) ‘대영제국(大英帝國)’ 등의 명칭을 사용하였고, 이를 본받아 근세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한때 ‘대일본제국(大日本帝國)’을 참칭(僭稱)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니 새로 대외적으로 세계를 향하여 중국으로부터의 완전 자주독립을 선언한 한(韓) 나라, 즉 한국(韓國)으로서도 우리 나라의 자존(自尊)을 부각시키기 위해 대외 국명(對外國名)을 ‘대한제국(大韓帝國)’으로 한 것은 당시 19세기 말엽의 세계적 추세로 볼 때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대외적 명칭은 대한제국이었지만, 대내적으로는 간편하게 한자(漢字)로 한국(韓國)을 사용하게 되었을 것이고요.
참고로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한제국이든 한국이든 진짜 우리 나라 이름의 의미로 사용된 글자는 바로 ‘한(韓)’ ━ 한 글자(외字)뿐입니다.
과거 동양에서는 국호를 중국(中國)만 천하에서 유일하게 1음절(외字)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즉 천자(天子)의 나라 이름만 한 글자(외字)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夏) · 은(殷) · 주(周) · 진(秦) · 한(漢) · 위(魏) · 진(晉) · 수(隋) · 당(唐) · 송(宋) · 원(元) · 명(明) · 청(淸)이 바로 그 예(例)입니다. 중화(中華) 즉 한족(漢族)을 제외한 남만북적(南蠻北狄) 동이서융(東夷西戎)의 오랑캐 나라는 중원(中原)의 주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중국과 전쟁을 불사하지 않는 한(限), 복수(複數) 음절(音節)의 국호(國號)를 사용해야 했고, 이를 어기는 것은 당시 동양의 국제 질서인 사대교린(事大交隣)을 어기는 것으로 간주되어, 중국 황제의 친정(親征) 대상이 되었습니다. 거란(契丹)도 황하(黃河) 이북(以北)의 땅, 즉 중원(中原)을 차지한 이후에야 비로소 나라 이름을 1음절로 된 ‘요(遼)’라 개칭할 수 있었고, 말갈(靺鞨)의 후예들인 여진족(女眞族) 또한 두 차례에 걸쳐 중원을 차지한 이후에야 금(金) · 청(淸)을 참칭(僭稱 :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참칭)할 수 있었으며, 몽고(蒙古) 역시 중원(中原)을 통일하고 대도(大都) 북경(北京)의 주인이 된 다음에 비로소 원(元)이라는 1음절로 국호를 삼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는 조선(朝鮮) · 마한(馬韓) · 진한(辰韓) · 변한(弁韓) · 고구려(高句麗) · 백제(百濟) · 신라(新羅) · 태봉(泰封) · 고려 · 조선(朝鮮) 등(等) 역대 왕조가 대부분 2음절(二音節) 국호를 사용하여, 중국에 대한 사대교린(事大交隣)의 도리(?)를 다하다가, 19세기 말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1음절(외字)로 된 나라 이름 ‘한(韓)’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여기에다 대외적 자존(自尊)을 표시하기 위해 수식어(修飾語)로 ‘큰 대(大)’자(字)를 덧붙였으며, 중국의 제후(諸侯) ‘왕국(王國)’이 아닌 황제 국가가 되었다는 의미에서 ‘제국(帝國)’ 칭호까지 곁들여 마침내 ‘대한제국(大韓帝國)’이 된 것이고, 우리끼리 대내적으로 사용할 때는 간략히 줄여 ‘한국(韓國)’을 사용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일본으로부터 독립 후에는 나라 이름을 다시 되찾아 자연스럽게 한국(韓國)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나라가 국명(國名)에다가 국체(國體 : 국정 체제)를 밝혀 대외적 명칭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나라는 국체(國體)가 황제국이나 입헌군주국(立憲君主國)이 아닌 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이 되었으므로 나라 이름을 대한민국(大韓民國)이라 하였던 것이지요.
당시(當時) ‘조선’이라는 이름의 재사용을 주장한 사람도 있었으나, 그 이름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우리가 광복 3년 동안의 미군정(美軍政) 치하를 벗어나 1948년 8월 15일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정식으로 총선거(總選擧)를 통해 합법적인 정부 수립을 하게 되는 바람에 그 사이에 북한(北韓)이 조선 명칭을 선점(先占)하여 스스로를 ‘조선인민공화국’이라고 부르겠다 선언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되었고, 또 중국의 속방(屬邦) 시절에 사용한 ‘조선’이라는 비자주적인 국명을 굳이 재사용할 필요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 대한제국의 적통(嫡統)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큰 논란이 없이 ‘대∼한민국’을 국호(國號)로 확정한 것입니다.
얄궂은 것은 고대사(古代史)에서 우리 나라 이름이 한반도(韓半島)의 북(北)은 ‘조선(단군조선━위만조선)’이었고, 남(南)은 ‘삼한(三韓)’ 즉 ‘한국(韓國)’이었다는 점입니다. 8·15 광복 이후 되찾은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져, 한쪽은 ‘한국’이요, 또 다른 한쪽은 ‘조선’이 되었으니, 역사의 되풀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요.
또 역설적인 것은, 오늘날 중국의 공식 명칭이 ‘중화인민공화국(中華人民共和國)’이고 대만(臺灣)의 국호가 ‘중화민국(中華民國)’으로서 양안(兩岸)의 중국(中國)이 공(共)히 2음절(二音節) 기본 명칭에 국체(國體)를 밝힌 대외적 국호를 쓰고 있는 데 반(反)하여, 저들이 동이(東夷)의 후예라고 깔보던 우리 나라가 과거 천자(天子)의 나라에서만 사용하던 1음절 국호를 바탕으로 한 ‘대한민국’ 국호를 쓰고 있고, 이번 2002 월드컵 대회에서 세계만방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알렸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유럽의 어지간한 나라 사람들까지 한국 사람을 보면 엇박자에 맞춰 ‘대∼한민국’을 연호(連呼)할 지경이라니, 정말 ‘대∼한민국’이 자랑스럽습니다.
차제(此際)에 어떤 분들은 영문 표기조차 아예 ‘Dae Han Min Guk’으로 쓰자는 분들도 있을 지경입니다. 참 좋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고치는 데 들어간 돈이나, 외래어 표기를 개정하는 바람에 지도나 각종 공문서 및 전국 주요 도로망의 표지판을 고치는 데 들어간 금액(金額)이 엄청나게 많았듯이, 세계 각국에 영문 국호 변경을 홍보하고 각종 지도(地圖)나 외교 문서에 표기한 것을 고치려면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막대한 부담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럴 돈과 여유가 있다면 차라리 각국 교과서에 실려 있는 우리 나라에 대한 왜곡된 내용 바로잡기에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입니다.
‘한국(韓國)’은 ‘한(韓)의 나라’ ‘한(韓) 나라’를 한자(漢字)로만 표기할 때 일컫는 명칭이자, 우리 나라 고대사(古代史)에서 ‘조선(朝鮮)’과 함께 쓰이던 유서 깊은 나라 이름입니다. 일제(日帝)가 붙여준 이름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조선(朝鮮)’은 2음절이라 비록 단군(檀君) 시대부터 써온 이름이긴 하지만 국호로 다시 사용할 때 중국 황제가 간여한 비자주적(非自主的)인 이미지의 국호(國號)라 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인들이나 일본인들은 ‘조선(朝鮮)’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그들이 이 땅을 지배하던 과거의 영화(榮華)를 떠올릴 것입니다.
그 동안 국제적으로 우리 나라 이름을 영문(英文)으로 표기할 때 ‘Korea’가 기본 명칭이고 국체(國體)를 밝힌 ‘Republic of Korea’가 공식적 대외 명칭(對外名稱)이었듯이, 우리 나라 이름은 ‘한국(韓國)’이 기본 명칭이고, ‘대한민국(大韓民國)’은 국체(國體)를 밝힌 대외적 명칭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이 ‘대한민국’의 준말로 인식된 것이고 국어사전에도 준말로 등재(登載)된 것입니다. 국어사전은 낱말의 뜻을 풀이할 때 현재의 언중(言衆)들에게 인식되어진 의미로 풀이합니다. 고어사전(古語辭典)이나 우리말 어원(語源) 찾기 등 특수 사전을 빼놓고는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사용하는 국어사전들은 국어 의미 변천(變遷)이나 어원(語源)까지 밝혀 낱말 풀이를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국어사전에 자세한 설명이 없이 ‘한국’을 ‘대한민국’의 준말로 풀이한 것이지요. 통상 우리 어른들이 대한제국을 줄여서, ‘구한국(舊韓國)’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보아, 틀린 풀이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한국’이 ‘대한민국’의 준말이라고 해서 그 의미가 손상을 입거나 또는 반대로 ‘대한민국’의 좋은 의미가 퇴색하지는 않습니다.
광복 이후 50여 년 간 사용해온 국호(國號)이자, 이 이름 ‘대한민국’을 위해 순국(殉國)하신 호국영령(護國英靈)들을 생각해서라도, 공연히 우리의 자랑스러운 국호에 대해서 더 이상 왈가왈부(曰可曰否)하지 않도록 합시다.
2002 년 8 월 18 일
※ 이 글은 ‘월드컵(World Cup) 대회’ 주최(主催)의 흥분과 여진(餘震)이 가시지 않았던 2002년 늦여름에「일제의 잔재인 한국(韓國)을 폐기하자」란 제목의 글이 전재(轉載)된 ‘조선닷컴 커뮤니티 : 살맛나는 이야기’ 기사(記事 : 2002/08/18 14:37)를 읽고서, 필자(筆者)가 ‘노들百科事典’이란 ID를 사용해 ‘조선닷컴 커뮤니티’에 투고(投稿)했던 반론적(反論的) 성격의 댓글임. 이 Blog에 전문(全文)을 전재(轉載)하면서 원고(原稿) 내용 일부를 약간(若干) 증보(增補)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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