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산책 소감

꼬마인형 노래 유감(有感)

noddle0610 2012. 6. 17. 14:42

 

 

 

꼬마인형 노래 유감(有感)

 

 

 

 

  

                    그날 밤 황홀한~ 시간을~

                    난 잊~을 수가 없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맨 처음~  

                    당신을 알고 말았죠

 

                    말없이 흐르던~ 눈물을~  

                    난 감~출 수가 없었네

 

                    창문에 부딪치는~ 빗방울을~  

                    하나 둘~ 세고 있었죠

 

                    --도 그날~까지~  

                    약속만을 남겨 둔~ 채로~

   

                    밤이 지나고~ 새벽 먼 길을~  

                    ~나갈~ 사람이여!~ 

 

                    부서지는~ 모래성을~  

                    ~으며 또 쌓으며

 

                    꼬마인형을~ 가슴에 안고~  

                    나는~ 기다릴래요

  

                 ……♬♪……♩♭……♬♪……♩♭……  

   

                    --도 그날~까지~  

                    약속만을 남겨 둔~ 채로

 

                    밤이 지나고~ 새벽 먼 길을~  

                    ~나갈~ 사람이여!~ 

 

                    부서지는~ 모래성을~  

                    ~으며 또 쌓으며

 

                    꼬마인형을~ 가슴에 안고~  

                    나는~ 기다릴래요

 

                    꼬마인형을~ 가슴에 안고~  

                    나는~ 기다릴래요.  

   

                    ……♬♪……♩♭……♬♪……♩♭……

  

    

꼬마인형은 장경수 씨가 노랫말을 쓰고, 장욱조 씨가 ()을 만든 애상적(哀傷的)인 노래인데, 1980년대 후반기에 최진희(崔辰姬) 양(孃)이 불러 이른바 대박(大博)을 터뜨린 바 있다.

  

   꼬마인형의 노랫말을 가만히 새겨듣노라면 화자(話者)가 꼬마인형을 안고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과거 지향(過去指向)의 내용인데, 한때 우리나라 가요계나 방송계 일각에서는 그 기다림의 대상이 누구인가에 대해서보다 오히려 그 꼬마인형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 관심들이 더 많았고 호사가(好事家)들의 의견이 매우 분분(紛紛)했던 적도 있다.

어느 해 이른 봄에 KBS 1TV아침마당-그 때 그 노래라는 프로그램에서 꼬마인형을 주제(主題)로 좌담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어떤 이는 화자(話者)가 안고 있는 꼬마인형이 사실은 인형(人形)이 아닌, 떠나가 버린 남자와의 사이에 생긴 불륜(不倫)의 아이일 것이라며, 꼬마인형처럼 자그마한 그 아이를 가슴에 안은 채 화자(話者)을 기다리며 노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을 하기도 했다. 상당히 흥미로운 해석이었다.

이날 방송에서 이러쿵저러쿵 전개되는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듣고 있던 꼬마인형노래의 임자 최진희 씨는 말하기를 꼬마인형의 정체(正體)에 대해서는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하였다.

 

  무릇 시가(詩歌) 해석하려면 원작자(原作者)의 작중의도(作中意圖) 파악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그 작품 내용을 받아들이는 대중(大衆)이 그들 나름대로 어떻게 즐기고 해석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설령 원작자의 의도와는 현저하게 달리 해석된다고 할지라도 이를 즐기는 대중(大衆) 나름대로의 해석상 논리만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면 그 누구도 시비(是非)를 따져서는 안 된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綠豆) 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淸泡) 장수 울고 간다.  

 

  위의 노래는 구한말(舊韓末) 동학란(東學亂) 당시에 인구(人口)에 널리 회자(膾炙)된 바 있는 동요(童謠)이자 참요(讖謠)이다.

  이 노랫말 가운데 는 문자 그대로 순수한 의미의 파랑새로 해석할 수 있고, 녹두(綠豆)빈대떡’ ‘을 만드는 데 쓰이는 한해살이 -과()에 속하는 식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파랑새가 녹두밭에 앉아 녹두꽃이 떨어지게 하면, 녹두 수확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어 청포 장수묵 장사꾼의 장사를 아주 망치게 되니, 제발 파랑새가 녹두밭에 오지 말기를 바라는 조선시대(朝鮮時代) 농민 자녀(農民子女)들의 애틋한 염원이 담긴 노래로 해석하는 것이다.

  반면(反面)에 우리 조상 어르신들은 아이들과 달리 파랑새를 동학란 당시 우리 나라에 들어온 청나라 군대, 즉 청국(淸國) 군대로 해석하고, 녹두(綠豆)는 동학군(東學軍)의 우두머리 전봉준(全琫準) 장군의 아호(雅號) 겸 별호(別號)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제발 청군(淸軍)이 우리 조선(朝鮮)의 희망이자 영웅인 녹두장군(綠豆將軍) 전봉준을 해치지 말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의미에서 조선(朝鮮) 팔도(八道)에 널리 유포(流布)시켰다.

  어찌 되었건 간에 구한국(舊韓國) 시절 우리 나라 어린이들은 동요(童謠)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부를 때 순수한 의미로서의 파랑새와 녹두를 연상하였을 것이고, 그 노래를 들은 어른들은 저 짱꼴라 괴수(魁首) 위안 스카이(袁世凱)가 이끄는 청국 군대와 그들에게 체포되어 피 흘리며 끌려가는 동학군 대장(東學軍大將) 녹두(綠豆) 전봉준 장군의 봉두난발(蓬頭亂髮)한 모습을 떠올렸을 것이다. 파랑새녹두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전자(前者)와 후자(後者) 둘 다 논리상으로 일리(一理)가 있으므로, 여기서 더 이상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도 없다. 

 

  동요(童謠) 새야, 새야, 파랑새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장경수 작사(作詞)-장욱조 작곡(作曲)아름다운 이별(離別)을 주제로 한 노래에 나오는 꼬마인형의 정체가 누구인지는 오리지널 송(original song)을 부른 최진희 양의 말마따나 듣는 이에 따라 각자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나는 꼬마인형의 애조(哀調) 띤 가락과 노랫말에 일찌감치 빠져들어, 이 노래가 처음 대중들 사이에 회자(膾炙)할 때부터 꼬마인형의 중독자(中毒者), 아니 요즘 시쳇말로 마니아(mania)가 되었다.

   

  최진희 양이 허영래 군()과 더불어 1982한울타리 그룹(group)의 리드싱어(lead singer)로 활약할 때부터 부른 그대는 나의 인생, 1983년 솔로 싱어(solo singer)로 전향한 이후 부른 사랑의 미로(迷路),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 물보라 등등(等等) 기타리스트(guitarist) 출신 김희갑(金熙甲) 씨가 작곡해 준 일련(一連)의 노래에서 보여 준 매력적인 미성(美聲)을 듣고 진작부터 팬(fan)이 되었지만, 내가 그녀의 이른바 -(fan)이 된 것은 아름다운 이별을 주제로 한 노래 꼬마인형에서부터였다. 1980년대 후반에 발표한 이 노래는 애당초 제목이 아름다운 이별이었는데, 노래 가사 속의 꼬마인형이란 어휘로 팬(fan)들에게 더 많이 알려져, 1994년 발매한 앨범(album)에서는 노래 제목을 아예 꼬마인형으로 바꿔 불렀다. 

 

  꼬마인형 노래가 오늘날 중년 여성들의 인구(人口)에 아직까지도 은은히 회자(膾炙)되는 까닭은 나변(那邊)에 있는가.

   

  첫째 이유인즉슨 꼬마인형을 부른 가수 최진희의 음악적 특성과 이 노래의 내용상 특성이 서로 아주 절묘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 노래에서 최양은 발라드(ballade) 가수 출신답게 촉촉하면서 흐느끼는 듯이 애잔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음성(音聲)과 애상적이면서도 섹시(sexy)함을 겸비한 미성(美聲)에다 단정하고 깔끔하게 들리는 세련된 발성법(發聲法)으로 조용히 차분하게 노래를 시작하더니차츰 관객과 무대를 휘어잡으며 클라이맥스(climax) 부분에 이르러서는 마치 여름철 도심(都心)에 있는 분수대(噴水臺)가 시원한 물보라를 뿜어내듯이 폭발적인 가창력(歌唱力)을 보여 주었고연이어 피날레(finale) 부분에서는 바로 앞 대목에서 한껏 고조(高調)된 무드(mood)를 서서히 진정시켜 가며 조용히 여운(餘韻) 있게 마무리 짓는 노련미를 구사(驅使)해 보였다.

  이 노래에서 최양은 그룹사운드(group sound) 출신 톱싱어(top singer)답게 그 어느 가수의 그 어떤 노래보다도 밴드(band)의 여러 악기가 빚어내는 소리와 더욱 절묘한 앙상블(ensemble)을 이루며, 특히나 후반부(後半部),

   

    --도 그날~까지~

    약속만을 남겨 둔~ 채로~

 

    밤이 지나고~ 새벽 먼 길을~

    ~나갈~ 사람이여!~

 

    부서지는~ 모래성을~

    ~으며 또 쌓으며~

 

    꼬마인형을~ 가슴에 안고~

    나는~ 기다릴래요.

 

  이 대목에서 꼬마인형을 가슴에 안고 저 멀리 떠나간 을 기약(期約) 없이 기다리는 여인의 절박한 처지를 강하고 탄력성 있게, 파괴력 있고 호소력 짙게 절창(絶唱)하였다.

 

  대부분의 우리 나라 대형가수들이 허스키 보이스(husky voice)임에 비해 최진희는 여성미(女性美)가 넘실거리는 특유의 미성(美聲)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왕년(往年)의 패티김(Pattikim)이나 현미(玄美) 여사(女史) 못지않게 폭발적 가창력을 갖춘 가수이기도 하다.

  어쩌면 보통의 미성(美聲) 가수에게서는 보기 힘든 폭발적 가창력을 지녔기 때문에 그 힘을 바탕으로 가수 최진희가 1982년 정식으로 데뷔(debut)한 이래(以來) 오늘날까지 장수(長壽)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시원시원한 폭발적 미성으로 인해 최진희에게 매료(魅了)된 일부 팬들은 발라드(ballade)에서 트로트(trot)로 전향한 이후의 그녀를 트로트 계열의 김추자(金秋子)라고까지 일컫지 않았던가.

  최진희의 트로트에는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서는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어떤 격조(格調)까지 느껴져, 자꾸 그녀의 노래에 빠져들게 된다꼬마인형 노래 또한 그러하다.   

 

  꼬마인형 노래가 지금도 중년 여성들의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또 하나의 이유인즉슨, 우리 민족 특유의 이별(離別)의 정한(情恨)을 테마(Thema)로 한 노래이기 때문이다 

 

  저 고구려(高句麗) 유리왕(瑠璃王)황조가(黃鳥歌)나 백제 여인(百濟女人)의 노래 정읍사(井邑詞), 고려가요(高麗歌謠) 정과정(鄭瓜亭)’ ‘가시리, 조선시대(朝鮮時代)의 유명한 기생(妓生) 황진이(黃眞伊)의 시조(時調)들,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가사(歌辭) 사미인곡(思美人曲)’ ‘속미인곡(續美人曲), 또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 민요 아리랑, 개화기(開化期) 개항(開港) 이후에 이 땅을 풍미(風靡)목포의 눈물이나 눈물 젖은 두만강 따위의 이른바 유행가(流行歌), 현대 서정시(抒情詩)의 실질적 비조(鼻祖)라 할 수 있는 김소월 선생의 명시(名詩) 진달래꽃이나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스님의 님의 침묵등등(等等), 우리 민족의 핏줄 속에 흐르는 대표적 정서(情緖)는 뭐니 뭐니 해도 공()이별의 정한(情恨)이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에 나온 노래들 중 1980년대에 최진희가 가요계의 새별로 등장하기 이전에 발표된 가요들만 국한(局限)해 보더라도, 1950년대(年代) 최고의 히트송(hit song)들인 방랑시인 김삿갓(명국환 노래) 유정 천리(박재홍 노래), 1960년대의 하숙생(최희준 노래) 동백 아가씨(이미자 노래), 1970년대의이별(패티김 노래) 등의 노래들에서 알 수 있는 바, 이 노래들 역시 한결같이 예로부터 우리 백의민족(白衣民族)의 시가(詩歌)에 맥맥(脈脈)이 이어져 온 이별의 정한(情恨)이 공통된 주제(主題)이다.

   

  우리 전통 시가(傳統詩歌)에서는 이별의 정한(情恨)을 감정이입(感情移入)한 상관물(相關物)로서 꾀꼬리(황조가), (정읍사), 접동새-샛별(정과정) 등을 개입시켰고, 아니면 황진이 시조(時調)에서 볼 수 있는 청산(靑山)-명월(明月)과 같은 자연물(自然物)이 비유적(比喩的)으로 사용되었는데, 이런 영향을 알게 모르게 받았음인지 최진희가 처음 부른 노래 아름다운 이별에서는 꼬마인형이 화자(話者)의 마스코트(mascot)로 사용되었다.

 

  작사자(作詞者) 장경수 씨는 이 노래에서 꼬마인형을 곧 이별할 사람의 대체물(代替物) 내지(乃至) 재회(再會)를 기약할 수 있는 행운(幸運)의 완구(玩具) 즉 마스코트로 삼아, 서정적(抒情的) 자아(自我)작중 화자(作中話者)에게 절망(絶望)보다는 오히려 일말(一抹)의 위안(慰安)을 안겨 주었다.

 

  전통적 시가(詩歌)에 보이는 감정이입의 대상물(對象物)이나 대체물(代替物)들이 주로 동식물(動植物)이나 사군자(四君子) 아니면 청산(靑山)-청풍명월(淸風明月) 등 순수한 자연물(自然物)들임에 비해, 최진희의 노래에는 서구적(西歐的) 취향(趣向)꼬마인형이 등장하여 옛날 노래들에 비하여 현대적 세련미를 느끼게 한다.

 

  행간(行間)의 노랫말 전개에 있어서 비약(飛躍)이 심해, 어떤 경우에는 비문법적이고 어떤 경우엔 비논리적이기까지 하며, 어떤 경우에는 비현실적이고 치기(稚氣)까지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 노래가 대중에게 전하려는 애초의 메시지(message)최진희라는 성악적 기초가 튼튼한 한 가수의 절창(絶唱)에 의해 충분히 전달되었고, 마치 은은한 화롯불의 온기(溫氣)가 오래 전해지듯이 대중들의 폭넓은 공감을 얻어내어, 어언(於焉) 이십일 세기(二十一世紀)로 접어든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문학(文學)에서는 다소 표현상 비문법적이고 비논리적인 부분이 있을지라도 내용 전개상 이른바 시적(詩的) 진실 내지(乃至) 시적 자유시적 사유(思惟)에 의해 독자(讀者)들의 진실된 공감과 미적(美的) 즐거움을 얻어낼 수 있으면, 표현상 흠결(欠缺)조차 용납(容納)되고 있지 않은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봄부터 소쩍새가 울고, 가을에 국화를 꽃 피우기 위해 여름에는 먹구름 속에서 천둥이 울고, 마침내 가을에 개화(開花)를 위한 마지막 준비로 무서리가 미리 내린다는 표현은 정말 비과학적인 표현이자 어불성설(語不成說)의 극치(^^*)라 할 수 있지만, 이런 식의 시적 표현은 시가 문학(詩歌文學)에서 우리가 항다반사(恒茶飯事)로 볼 수 있지 않은가.

 

  어쨌거나 이런저런 이유로 인해서 중견가수 최진희 양의 꼬마인형은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 나라 대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각설(却說)하고…….

 

  최진희 양이 TV 환담(歡談)에서 꼬마인형의 정체에 대해서는 각자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결론짓듯 말한 것처럼, 작사자(作詞者)의 애초 의도(意圖)가 어떤 것이었든 간에 대중들이 나름대로 해석하여 위안을 얻고 공감 내지 즐거움을 누릴 수만 있다면, 각자의 해석에 대해 그 누구도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된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 만큼 산 나로서는 작금(昨今)에 이르러 최진희 양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노래에 나오는 이별의 대상을 단순한 남녀 사이의 정인(情人)이 아닌 젊은 시절에 내가 품었던 열정(熱情)의 대상, 이를테면 내가 미처 다 이루지 못한 어떤 ’ ‘이상(理想) 같은 것을 의인화(擬人化)한 것으로 머리 속에 떠올리면서 새삼스레 감회(感懷)에 젖어들곤 한다. 

 

  실제로 꼬마인형의 정체(正體)는 떠나는 과 내가 공유(共有)했던 완구(玩具)이거나, 에게 남기고 간 정표(情表)일 수도 있다. 아니면 결코 결합하면 안 되는 사연을 지닌 남녀 사이에 생긴 비극적 사랑의 결실인 불륜의 씨앗일 수도 있을 것이다.

  뜨거운 여름날 바닷가에서 황홀한 하룻밤을 지새우며, 한국 영화(韓國映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유의 장면(場面)들처럼 한 쌍의 남녀가 함께 모래성을 짓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깔깔거리고 웃다가, 애틋하면서도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헤어질 때 주고받은 징표(徵表)일 수도 있겠다.

 

  허허허!……  꼬마인형의 정체가 완구(玩具)이든 실제 사람의 아기이든 사랑의 징표이든 그것이 지금 내게 무슨 대수인가. 

 

  나는 가끔씩 꼬마인형 노래를 감상하는 동안 만은 타임머신(time machine)을 탄 채 사랑과 야망’ ‘열정과 이상(理想)으로 방황하던 젊은 날의  되돌아가 삼매경(三昧境)에 푹 빠지는 버릇이 있다.

 

  터무니없는 신기루(蜃氣樓같은 꿈을 꾸며 젊은 시절을 너무 소비(消費)하듯 지낸 것이 아닌가 하여 때때로 후회도 하지만, 정열과 야망이 거의 소진(消盡)되다시피 한 지금의 나는 숱한 도전(挑戰)과 좌절(挫折)을 겪으면서도,

 

    지는~ 모래성을~

    ~으며 또 쌓으며…….

 

  노랫말 내용처럼 무모(無謀)하리만큼 기백(氣魄)이 넘쳐흘렀던 그 때 그 시절을 그리워 할 때가 많다어쩌면 그것은 내가 아직도 젊은 시절 마음 속에 지녔던 꿈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떨쳐 내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

  공직(公職)에서 은퇴한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난 내가 지금 분수(分數)도 모르고 이 무슨 주책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 그래도 내 가슴 한 구석엔 어릴 때 밤낮 껴안고 놀던 행운의 마스코트처럼 소중한 것이 여전히 들어앉아 있는 것을 어쩌랴내게 너무도 소중한 그것은 이 몸이 이 세상을 등지기 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활짝 꽃 피워 보고 싶은 최후의 소원을 의미한다. 어쩌면 그것은 정말 한갓 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꿈 이야기는 남들에게 함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그 내용을 말하진 않으련다.^^*  

 

  꼬마인형의 정체는 최진희 양의 말마따나 듣는 이에 따라 각자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할 수 있기에, 나는 오늘도 여전히 이 꼬마인형 정체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해석에 묘미를 느끼면서, 최진희 특유의 미성(美聲)과 애조(哀調)가 절절하게 배어든 노래의 매력에 어쩔 수 없이 푹 빠지고 만다. 어쩌면 이 때문에 이 노래의 지독한 중독자(中毒者) 신세를 종신(終身)토록 못 면할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한다. 

 

  어쨌거나 앞으로도 최진희 양의 노래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꼬마인형을 듣는 동안 만은 내 젊은 날의 열정 어린  자화상(自畵像)과 가슴 시린 아름다운 실패의 경험들을 추억으로 떠올리면서, 그래도 그 때 그 시절의 기백(氣魄)을 잊지 못해 아직도 불씨처럼 남아 있는 미련이란 것을 꼬마인형처럼 계속 가슴에 안은 채 살아갈 것이 틀림없다내 마음 속에 부서지는 모래성을 쌓으며 또 쌓으며” 말이다.

    

 

 

 

2012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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