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물시(詠物詩)

가을비 내리는 아침에

noddle0610 2013. 10. 15. 10:00

 

 

 

 

 

가을비 내리는 아침에

 

 

 아까 전(前)에

 가을바람 소리 안 들렸으면

 

 창밖 세상에 가을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는 것도

 

 깨닫지 못했으리.

 

 아까 번(番)에

 창문을 열지 않았다면

 

 비에 젖어 땅에 떨어진

 우리 집 터앝의 고춧잎이

 

 소박(疏薄)맞은 여자보다  

 더 추레하게 보이는 것도 

 

 몰랐으리.

 

 시월(十月)상달이 어느새

 찾아온 줄도 모른 채

 

 노상 늦잠만 주무시던

 당신은!……

 

 

2013 10 15

 

      .

 

 

 

 오늘 아침에 날씨가 서늘해서 창문도 열지 않고 거실에 앉아 독서를 하던 중에 바람소리가 하도 요란하게 들리기에 창문을 열었더니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오늘에서야 가을비가 소리 없이 내린다는 사실을 요란한 바람소리 덕분에 깨달았습니다. 우리 집 터앝의 몇 그루 안 남은 고춧대엔 잎사귀 몇 개가 청승맞게 가을비에 젖은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고요. 그 밑엔 땅바닥에 떨어진 고춧잎들이 너무도 보기 싫게 찢겨지고 흙에 더럽혀진 모습으로 여기저기 뒹굴고 있었습니다. 터앝 가득히 여름 내내 푸르게 번성했던 고추밭이 어느새 황폐해진 모습이 되어, 이 가을 아침나절에 홀로 빈 집을 지키고 있던 저를 추연(惆然)히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 이제 바야흐로 가을이 깊어졌음을 저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실감(實感)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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