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마당 풍경

우리 집 모과(木瓜)나무에 진딧물 퇴치하려고 청(靑)테이프를 칭칭^^*

noddle0610 2014. 5. 30. 09:30

 

 

 

 

 

 

 

 

 

 

 

 

 

 

저희 집 마당에는 삼십 년 생 모과(木瓜) 나무가 세 그루나 있는데, 해마다 진딧물 때문에 모과나무 이파리가 볼썽 사나울 정도로 너덜너덜해지고 그 결과 모과의 결실(結實) 상태 즉 작황(作況)이 근년(近年)에는 그다지 좋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에 우연찮게 어떤 신문(新聞)에서 모과나무에 진딧물이 꾀어들면 나무기둥 밑에서부터 적당한 간격으로 청()테이프를 칭칭 감아 붙이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그대로 시행하여 보았습니다.

청테이프 뒷면 흰색 부분의 끈끈한 면()이 겉으로 보이게(뒤집어) 감아 주었더니 과연(果然) 신기하게도 진딧물들이 나무에 침투하기가 무섭게 테이프에 접착상태가 되어 그 자리에서 모두 꼼짝달싹 못한 채 말라 죽어 버리고 말더군요. 그 죽은 모습들이 마치 예전에 고향 집에서 누에를 처음 칠 때 '(얇은 나무로 만든 쳇바퀴 밑 부분에 명주실이나 말총-철사 따위로 쳇불을 메운 기구)'에 담아 놓은 누에씨[잠종(蠶種)] 모습과 흡사(恰似)하기도 하고, 또는 화로(火爐) 위에 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달달 볶아 낸 '들깨'의 모습과 아주 비슷하게 보였습니다. 어쨌거나 온갖 진딧물들은 물론이요, 곤충(昆蟲) 족속(族屬)들까지 모조리 이 청테이프의 찐득찐득해진 부분에 다닥다닥 달라붙은 채 처참하게 고사(枯死)해 버리고 말더군요. 따라서 온갖 해충(害蟲)들이 청테이프의 접착 부분을 통과하지 못하게 되자저희 집 모과나무의 이파리들은 볼썽 사나운 모습으로 더 이상 시들어 가지 않게 되었으며, 오히려 모과나무 이파리들은 전보다 더더욱 싱싱한 모습으로 여름철 내내 무성하게 우거졌고, 열매 또한 보기 좋게 익어서, 해마다 가을이 오면 문자(文字) 그대로 알찬 수확(收穫)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러고 저러고 간에 올해도 어김없이 단골 문방구점(文房具店)에서 청테이프를 사다가 저희 집 모과나무마다 정성스레 칭칭 감아 주었더니, 첫날 첫 손님으로 곤충 두 마리가 날아 들어와 테이프 접착 부분에 앉기가 무섭게 희생자(犧牲者)가 되고 말았습니다. 오호(嗚呼), 가증스럽고도 재수없는 곤충(昆蟲)님들이여!…… 훠어이, 훠이! ……

 

20145그믐께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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