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쭘하다’와 ‘게면쩍다’
‧ 글 / 朴 노 들
1. ‘뻘쭘하다’
‘뻘쭘하다’는 형용사 ‘벌쭉하다’의 센말인 ‘뻘쭉하다’의 변한 말이지만, 국어사전(國語辭典)에 표제어(標題語)로는 등재(登載)되어 있지 못한 말입니다.
작가(作家)들이 글을 쓸 때 표현의 다양성 내지 변화미와 참신성을 추구하다 보니, 요즘에는 사전(辭典)에 실려 있는 표제어와 유사한 뜻을 지닌 새롭게 변형한 말들을 많이 쓰게 되며, 이 말들은 책과 방송 및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유행처럼 번져, 외려 국어사전에 실려 있는 표제어(標題語)보다 더 많이 통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표제어(標題語)인 형용사 ‘벌쭉하다(뻘쭉하다)’는 부사(副詞) ‘벌쭉(뻘쭉)’ ‘벌쭉벌쭉(뻘쭉뻘쭉)’ 또는 ‘벌쭉이(뻘쭉이)’로 더 많이 통용되고 있는데, 동사(動詞)로서는 ‘벌쭉거리다(뻘쭉거리다)’와 ‘벌쭉대다(뻘쭉대다)’가 활용되고 있으며, 이 낱말들의 뜻은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벌쭉(뻘쭉) / 벌쭉벌쭉(뻘쭉뻘쭉) / 벌쭉이(뻘쭉이) : <부사(副詞)>
속의 것이 드러나 보일 듯 말 듯하게 입을 벌리며 소리 없이 웃는
모양.
벌쭉하다(뻘쭉하다) : <형용사(形容詞)>
좁고 길게 벌어져서 쳐들려 있다.
벌쭉거리다(뻘쭉거리다) / 벌쭉대다(뻘쭉대다) : <동사(動詞)>
벌어졌다 닫혀졌다(여며졌다) 하다.
벌어졌다 닫혀졌다(여며졌다) 하게 하다.
이 낱말들의 용례(用例)는 언중(言衆)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부사(副詞) ‘벌쭉(뻘쭉)’ 하나만 다음과 같이 들어 보기로 하겠습니다.
☞ 용례(用例) : 삼대(三代) 독자(獨子)인 정원(晸遠)이는 아내가 난산(難産) 끝에 아들을 낳자, 사랑채 부엌에서 쇠여물을 끓이며 연신 혼자 벌쭉(뻘쭉) 웃었다.
이 용례에 나오는 ‘벌쭉(뻘쭉)’ 대신에 요즘 새로이 변한 말 ‘뻘쭘’을 넣어 보십시오.
☞ 용례(用例) : 삼대(三代) 독자(獨子)인 정원(晸遠)이는 아내가 난산(難産) 끝에 아들을 낳자, 사랑채 부엌에서 쇠여물을 끓이며 연신 혼자 뻘쭘(뻘쭘거리며 / 뻘쭘뻘쭘) 웃었다.
2. ‘게면쩍다’
‘게면쩍다’는 틀린 말이고, ‘계면쩍다’가 맞는 말입니다.
‘계면쩍다’는 ‘겸연쩍다’가 변한 말로서, 한자어(漢字語) ‘겸연(慊然)’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 한자어 해석 : ‘慊然’
慊 : 찐덥지 않을 ‘겸’ 자(字) : ‘마음에 흐뭇하지 아니하다’의 뜻.
然 : 그러할 ‘연’ 자(字) : ‘그렇다고 여기다’의 뜻.
☞ 한자어(漢字語) ‘겸연(慊然)’에서 파생(派生)한 말들
겸연스럽다[형용사]. 겸연스레[부사]. 겸연쩍다[형용사].
겸연쩍어하다[동사]. 겸연하다[형용사].
이 말들 중에서 ‘겸연쩍다[형용사]’가 ‘계면쩍다’로, ‘겸연하다[형용사]’가 ‘계면하다’로 변하여 널리 통용되고 있는데, 이를 간혹 ‘게면쩍다’나 ‘게면하다’로 표기(表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이는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기(表記)입니다. 그러나 이런 틀린 표기(表記)는 국어사전(國語辭典)에서 발음상(發音上)으로 ‘계면쩍다’를 ‘계면쩍따 / 게면쩍따’로, ‘계면하다’는 ‘계면하다 / 게면하다’로 병용(竝用)하여 발음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므로, 평소에 발음과 표기상 차이점을 잘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겸연쩍다 / 계면쩍다[형용사]’의 뜻은 ‘쑥스럽거나 너무 미안하여 부끄럽다’이며, ‘겸연하다 / 계면하다[형용사]’의 뜻은 ‘너무 미안해 볼 낯이 없다 / 쑥스럽고 너무 어색하다’입니다.
끝으로, ‘겸연쩍다 / 계면쩍다]’의 용례(用例)를 하나만 들어 보고, 이 글을 맺겠습니다.
☞ 용례(用例) : 한양(漢陽)의 집으로 돌아온 이춘풍(李春風)은 평양 기생 추월(秋月)과 있었던 일을 이미 아내에게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다시 만난 아내가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자 그녀를 천천히 포옹하며 겸연쩍게(계면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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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Daum Portal site 신지식 프로젝트의 ‘학문전공>인문학>국어국문학’ 아이템(item)에 필자가 ‘한림학사’라는 ID로 탑재(搭載 : 2005-11-18 21:49)했던 원고(原稿) 전문(全文)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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