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국어의 ㆆ 字
‧ 글 / 朴 노 들
중세 국어(中世國語) 중에서 ‘ㆆ(여린히읗)’은 ‘후음(喉音)’ 즉 ‘목구멍소리’로서, 현대의 문법 용어로 말하자면 성문(聲門) 폐쇄음 ‧ 성대(聲帶) 파열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꼭지 없는 이응’ 자(字), 즉 ‘ㅇ(이응)’이란 글자는 목청이 울리는 소리를 나타내기 위해서 목구멍의 동그란 단면을 본뜬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목청에서 나되 그보다 더 굳은 소리를 나타내기 위해서 이 글자에 금을 얹어 ‘ㆆ(여린히읗)’을 만들었습니다. 이 ‘ㆆ’의 소리는 이를테면 “앗! 안됏!”이라고 말할 때의 ‘ㅅ’ 받침으로 적히는 소리와 같은 이치입니다.
이 소리보다 더 거센 목청소리를 나타내기 위해서 금을 하나 더 그어[가획(加劃)] ‘ㅎ(히읗)’을 만들었습니다.
또 ‘ㅇ’의 소리보다 더 강한 ‘된소리[경음(硬音)]’를 적기 위해서 ‘ㆀ(쌍이응)’을 만들었고, ‘ㅎ’의 소리보다 더 강한 ‘된소리’를 적기 위해서 ‘ㆅ(쌍히읗)’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역시 ‘ㅇ’에서 번져 나온 것이 꼭지 달린 형상의 이응 글자 ‘ㆁ(옛이응)’입니다. 이 글자의 소리를 낼 때 혀의 모양이 ‘ㄱ’ 따위의 소리와 같음에도 불구하고 ‘ㄱ’을 본받지 않고 ‘ㅇ’을 본받아 만든 것은 ‘ㆁ(옛이응)’의 소리가 ‘ㅇ’의 소리처럼 목청 울림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소리의 느낌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고, 또 ‘ㅇ’보다는 더 굳은 맛이 있기 때문에 금을 하나 더 그어 만든 것이지요.
‘ㆆ’은 세종 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시에 만든 글자이나, 세조(世祖) 때 소멸된 문자입니다.
‘ㆆ’의 음가(音價)는 이른바 ‘꼭지 없는 이응’ 자(字), 즉 ‘ㅇ’ 음가(音價)와 ‘ㅎ’의 중간음(中間音)으로 보기 때문에 ‘여린히읗’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도 했는데, 순수 국어(國語)의 첫소리(초성)에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 ‘여린히읗’ 즉 ‘ㆆ’은 초성 표기의 경우, 중국의 한자음(漢字音), 다시 말해 동국정운식(東國正韻式) 한자음의 초성을 표기할 때만 사용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於, 音, 邑, 影>과 같은 글자들의 동국정운식(東國正韻式) 한자음 초성 표기가 ‘ㆆ’인데, 실제 우리 나라에서 통용되던 현실 한자음(漢字音)은 <於어, 音음, 邑읍, 影영>이었습니다.
이 ‘ㆆ(여린히읗)’ 음운(音韻)을 받침[종성]으로 사용할 때는 다음과 같이 사용하였습니다.
ㆆ 받침[종성]
1. 된소리 부호(경음부호) :
홀ㆆ배(실제 발음 : 홀 빼) 누리실ㆆ제(실제 발음 : 누리실쩨)
2. 절음(絶音) 부호 :
몯할ㆆ놈(실제 발음 : 몯할∨놈)
※ 1어절 연음(連音)이 아닌, 절음법칙에 의해 2어절로 끊어 읽음.
※ ‘몯할ㆆ 놈’에서 ‘~할’의 중성(中聲) ‘ㅏ’ 표기(表記)는 15세기에
/·/(아래·아)로 표기하였지만, 이 Daum blog에는 /·/(아래·아)
음운이 입력(入力)이 안 되어, 현행 표기 방식 ‘ㅏ’ 로 입력함.
3. 동국정운식 한자음 중 입성(入聲) 표시 :
ㅭ[이영보래(以影補來)] : 戌슐ㆆ, 七칠ㆆ, 佛뿔ㆆ
※ ㅭ 받침의 동국정운식 표기 한자음[이영보래(以影補來)] :
ㄹ 받침으로 끝나는 한자음(漢字音)은 우리 나라에서는 장음(長音)으로 끝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실제 발음과 달리 15세기의 중국 한자음, 즉 동국정운식으로는 입성(入聲 : 빨리 끝나는 소리)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세종대왕은 이 ㄹ 받침으로 끝나는 한자음 표기를 동국정운식 표기로 고칠 때, ㄹ 받침 옆에 ㆆ을 나란히 표기하여, ㄹ은 거의 발음 안한 채 아주 빠르게 ㄷ 즉(卽) /t/에 가깝게 발음해 입성(入聲)임을 표시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동국정운식 한자음(漢字音)의 받침에 ㆆ[영(影)]으로써 ㄹ[래(來)]을 보조(補助)하여 입성(入聲)으로 발음하도록 표기하는 것을 ‘이영보래(以影補來)’ 식(式) 표기라고 합니다.
<예1> 戌 슐ㆆ :
받침 발음을 /ㄹ/이 아닌 짧은 /ㄷ/[t]에 가깝게 발음하게 하여, 이 한자음이 ‘슐’이 아닌, ‘슏’에 가깝게 들리도록, 동국정운식(당시 중국식) 발음으로 입성(빨리 끝나는 소리)임을 표시.
<예2> 七 칠ㆆ :
이 한자음이 ‘칠’이 아닌, ‘칟’에 가깝게 받침 발음을 /ㄹ/이 아닌, 거의 /ㄷ/[t]에 가깝게 발음하게 하여, 동국정운식 한자음으로는 입성(빨리 끝나는 소리)임을 표시.
‘여린히읗’ 글자, 즉(卽) ‘ㆆ’은 중세 국어에서 다음과 같이 사잇소리로도 사용하였습니다.
ㆆ 사잇소리
1. 순수 국어에서 ‘ㄹ’과 ‘ㅳ’ 사이 :
하날ㆆ 뜯[의미 : 하날의 뜯(하늘의 뜻)]
하날ㆆ 뜯 :
※ ‘하날’에서 ‘날ㆆ’의 중성(中聲) ‘ㅏ’는 15세기에 /·/(아래·아)로
표기하였으며, ‘뜯’의 초성(初聲) ‘ㄸ’은 ‘ㅳ’으로 표기.
[이 Daum blog에는 중성 /·/(아래·아) 음운이 입력(入力)이
안 되어, 부득이(不得已) 현행 표기 방식 ‘ㅏ’ 로 입력하였음]
☞ ‘하날ㆆ 뜯’은 ‘하늘의 뜻’이란 의미로서, 이 때 ㆆ은 관형격
사잇소리이긴 하나, 실제 발음은 거의 안했다고 보아야 함.
2. 모음으로 끝난 한자어(漢字語)와 안울림소리(무성음) 사이 :
虛 헝 ㆆ 字 짱 : ☞ 한자어의 모음 ‘ㅓ’와 무성음 ‘ㅉ’ 사이.
[의미 : 虛의 字(虛의 글자)]
※ ‘짱’의 중성(中聲) ‘ㅏ’ 표기는 15세기에는 /·/(아래·아) 표기
快 쾡 ㆆ 字 짱 : ☞ 한자어의 모음 ‘ㅙ’와 무성음 ‘ㅉ’ 사이
[의미 : 快의 字(快의 글자)]
※ ‘짱’의 중성(中聲) ‘ㅏ’ 표기는 15세기에는 /·/(아래·아) 표기
어쨌거나 ‘ㆆ’은 실제는 음가(音價)가 없었던 ‘꼭지 없는 이응’ 자(字), 즉 ‘ㅇ’ 음가(音價)와 ‘ㅎ’의 중간음(中間音)으로 보기 때문에 너무 이상적(理想的)인 음운(音韻) 글자였고, 그나마 순수 국어의 초성에선 발음이 되지 않았으며, 동국정운식(東國正韻式) 한자음의 초성을 표기할 때 사용되긴 했으나, 역시 발음상 너무 이상적(理想的)인 음(音)인데다가, 받침으로 쓰이거나 사잇소리로 사용할 경우에도 너무 부자연스럽고 어려워, 결국 세종대왕의 아드님이신 세조(世祖) 때 소멸되고 말았습니다.
2005 년 8 월 2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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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Daum portal site ‘신지식’ 홈(home)의 ‘학문, 전공 > 인문학 > 국어국문학’ 편(篇)에 필자(筆者)가 ‘한림학사’라는 아이디(ID)로 등재(登載 : 2005-08-29 03:51)한 내용을 일부 첨삭(添削)한 원고(原稿)입니다.
고어(古語) 글자, 특히 일부 옛 음운(音韻) 자모(字母)가 이 곳[Daum blog ‘노들 누리’]에 <글쓰기>할 때 입력(入力)이 전혀 안 되어, 그런 경우에는 부득이(不得已) 현행 표기 방식으로 변형하여 원고를 작성했습니다.
<한글 2004>로 작업해 놓은 졸고(拙稿) 원본(原本)을 <첨부 파일(file)>로 하단(下段)에 탑재(搭載)하오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만약 <첨부 파일>에도 옛글자[고어(古語)]가 제대로 떠오르지 않고, 혹여(或如) [?] [??] 등(等)으로 입력되어 있으면, 우리 민족 문화의 계승 발전을 위해 <한글과 컴퓨터>회사나 컴퓨터 산업 CEO들에게 엄중 항의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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