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영화 감상

왕년의 인기 드라마와 명배우(名俳優)들에 대한 추억

noddle0610 2007. 11. 1. 02:51

 

왕년의 인기 드라마와 명배우(名俳優)들에 대한 추억

 

박 노 들

 

 

프롤로그(prologue)

 

 쉰 살에 접어들면서부터 건망증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더니 육순(六旬)을 바라보면서부터 부쩍 심해졌다. 이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치매(癡呆)가 나를 찾아오지나 않을까, 여간 걱정이 아니다.

 

 간혹 누구에게서든지 건망증 내지(乃至) 치매를 예방하는 데 좋다는 비법을 들으면, 나는 초등학교 모범 어린이처럼 꼭 실천을 해 본다.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 시인처럼 세계의 유수(有數)한 명산(名山)이나 각국 수도(各國首都) 이름을 외어본다든지, 아니면 사람 이름 외우기를 해 본다.

 

 무작정 명산의 높이나 여러 나라 서울의 이름을 외우려니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되어 작심삼일(作心三日)인 경우가 태반이고, 사람 이름 외우기 또한 마찬가지로 지겹게 여기지만, 유명 영화(映畵)나 드라마(drama)의 주연 배우와 감독 이름 외우기는 다소 재미있다. 그 까닭인즉슨 고등학교 재학시절 3년 내내 우리 나라에서 상영한 개봉 영화는 외화(外畵)-방화(邦畵) 가리지 않고 거의 다 보았을 정도로 영화 마니아(映畵 mania)였고, 대학 시절 4년 내내 서울 명동에 있던 국립극장과 까페 떼아뜨르(Cafe Theater) 순회(巡廻)는 물론이요, 남산(南山) 기슭의 드라마센터(drama center)를 비롯해 몇몇 대학교에 있던 교내극장의 공연(公演)까지 찾아다닐 정도로 연극광(演劇狂)이었으며, 군대에 가기 전까지 우리 나라 흑백(黑白) TV에서 방영(放映)한 연속극(連續劇)은 거의 빠짐없이 전부 시청(視聽)했을 정도로 드라마에 지독히 중독(中毒)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새도 나는 가끔 학창 시절에 보았던 방송 드라마나 영화의 주제가(主題歌)를 허밍(humming)으로 부르며, 그 시절 감명 깊게 본 그 작품들의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의 열연(熱演) 장면을 즐겨 회상하곤 한다.

 

 그러나 예년(例年)에 비해 작금(昨今)에는 나의 총기(聰氣)가 점차 떨어지기 시작하여, 작품 속 인물이나 주연 배우와 감독의 이름이 가물가물해지거나 주제가(主題歌)의 노랫말을 온전(穩全)히 기억할 수 없는 경우가 항다반사(恒茶飯事)로 일어난다.

 

 그래서 앞으로는 가끔씩 회상의 날개를 펼친 채 과거(過去)의 아름다운 시절로 타임-머신(time machine)을 타고 돌아가, 내가 평생 동안 관람한 드라마나 영화와 관련한 인물들과 테마음악(Theme音樂)에 얽힌 사연을 기억나는 대로 차근차근 글로 옮겨서, 치매 예방은 물론이요, 정신적으로나마 현재 상태에서 더 이상 늙지 않고 오히려 십 년(十年)은 젊어진 영원한 로맨스그레이(romance grey)가 되기를 지향(志向)해 보련다. ^^*

 

 

1. TV 드라마 내 멋에 산다에 대한 추억(追憶)

 

 

          1966 TBC-TV 드라마 주제가(主題歌)

 

‘내 멋에 산다’

 

나옥주, 이순재, 오현경 주연

유호 작사, 이봉조 작곡

최희준(崔喜準) 노래

 

 

          돈이면 그만이냐,

          빽이면 다더냐.

 

          시시하다!

          그런 것은 안중에 없다!

 

          눈치 보고 체면 보고

          살살거리다

 

          아까운 인생이 흘러가는데

 

          요렇게 조렇게

          살살거리다

 

          아까운 내 청춘이 훌쩍 가는데

 

          누가 뭐래도 내 멋에 산다.

          남이 뭐래도 내 멋에 산다!

 

 

 1960년대(年代) 중반(中盤)이었던가. 그 시절에 교외선(郊外線) 열차를 타고 야유회(野遊會) 가서 자주 부르던 노래가 바로 내 멋에 산다였기 때문에, 이 노래만은 지금도 음정(音程) 박자(拍子) 한 곳도 틀리지 않고 부를 자신이 있다.

 

 노랫말이 쉬우면서도 당시 세태(世態)를 풍자적으로 잘 반영한 노래라서 좋아하던 노래였고,  동양(東洋) TV의 인기(人氣) 드라마 주제가(主題歌)였기 때문에 매회(每回) 방영할 때마다 따라 부르면서 익혀 두어, 이 몸은 지금껏 내 멋에 산다를 역력히 기억하고 있다.

 

 이 노래는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던 서울대학교 법대 출신 가수 최희준(崔喜準) 씨가 아주 호쾌(豪快)한 창법(唱法)으로 불렀기 때문에 남성 팬(fan)들의 사랑을 상당히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웬일인지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KBS -TV흘러간 노래전문 프로그램(program)가요무대(歌謠舞臺)에서조차 방송되지 않아, 대중들에게 거의 잊혀져가고 있는 노래다. 

 

 드라마 내 멋에 산다의 남자 주인공은 비록 부잣집에 가정교사(家庭敎師)로 입주(入住)한 대학생 처지이긴 했지만, 남의 눈치를 보거나 주변 환경에 주눅들지 않고, 노랫말의 화자(話者)처럼 항상 의연하게 처신하고 소신 있게 행동하여, 시청자(視聽者)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2. TV 드라마 내 멋에 산다 출연(出演) 스타(star) 유감(有感)

 

 

 제삼공화국(第三共和國) 초기, 국민소득 연(年) 100 달러(dollar)를 겨우 상회하던 시절에 갓 개국(開局)한 동양방송(東洋放送 : TBC) 드라마 내 멋에 산다(황은진 연출)TBC-TV 전속 탤런트였던 연극배우 출신 이순재(李舜才) 씨가 대학생으로 출연하여 부잣집 상주(常住) 가정교사(家庭敎師) 역할을 하였으며, 연극배우 출신(1962년 명동 국립극장 공연극 산불 주연)이자 당시 TV 연속극에서 최고의 히로인(heroine)으로 인기 높았던 나옥주(羅玉珠) 씨가 안주인(-主人) 역할을 하였고, 그녀의 반편(半偏)이 남편 역할을 오현경(吳鉉京) 씨가 맡아 열연(熱演)을 하여 장안(長安)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자그마한 체구지만 이순재 씨는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국립 서울대학교출신 학사(學士) 배우에다 연극에서 다듬어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출연 작품마다 주연을 도맡았고, 그의 볼륨(volume) 있는 음성은 여성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당시 영화계의 청춘스타(靑春star)가 신성일(申星一)이라면, 안방극장의 청춘스타는 이순재(李舜才) 아니면 김성원(金成源)이었다. 물론 그 후 박근형이나 임동진, 김세윤(김창세) 등이 뒤를 이었지만, 적어도 TV 민방(民放) 초기에는 단연(斷然) 이순재의 시대였다.

 

 그 이순재 씨가 어느새 지금은 70대 원로배우(元老俳優)가 되어 호주제도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시대의 마지막 가부장(家父長) 역할을 드라마 속에서 보여 주는 모습을 보면 금석지감(今昔之感)을 금할 수 없다.

 

 그래도 그가 올해 MBC-TV 일일(一日) 시트콤(sitcom)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중요 인물인 한방병원(韓方病院) 원장(院長)님으로 출연하여 노익장(老益壯)을 과시하였음은 물론이요, 10 청소년 시청자들에게서 야동 순재(冶動舜才)라는 애칭(愛稱)으로 불릴 만큼 인기까지 얻은 것을 보니, 올드 팬(old fan)의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았음을 고백해 두는 바이다.

 

 연세대(延世大) 출신의 연극배우 출신 오현경 씨는 60년대와 70년대에는 거의 매일 안방극장에서 독특한 캐릭터(character) 배우로서 꼭 필요한 조연(助演) 노릇을 톡톡히 해냈지만, 80년대부터 출연 횟수가 줄어들더니, 근자(近者)에는 지병(持病) 때문인지 이순재에 비해 배우로서의 활동이 너무 섬소(纖疏)해졌다. 근래에 오현경은 MBC-TV 주말 연속극(週末連續劇) 누나에서 치매(癡呆)에 걸린 노인 역( : 주인공 김성수의 조부 역)을 오랜만에 맡아 열연한 바 있다. 극중(劇中)에서 오씨(吳氏)는 노망기(老妄氣) 때문에 툭하면 한밤중에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당신(當身)이 소시(少時)에 일제치하(日帝治下) 식민지 백성으로서 강제로 암송해야 했던 황국신민서사(皇國臣民誓詞)를 자동적(自動的)으로 구술(口述)하곤 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나는 신들린 사람처럼 치매노인 역할을 너무나도 실감나게 해치우는 그의 연기력에 대한 감동과 함께 예전에 비해 너무나도 야위고 노쇠(老衰)해진 그의 용태(容態)를 보고 우리 집 식구들 모르게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춘사(春史) 나운규(羅雲奎 1902~1937) 선생과 가장 가까운 친구였으며 한국 영화의 개척자 가운데 한 분이었던 금원(琴園) 윤봉춘(尹逢春 1902~1975) 감독의 사위이자, 연극배우 윤소정(尹小晶)의 남편이요, 역시 연극배우인 오지혜의 아버지이기도 한 1936년생(年生) 노배우(老俳優) 오현경 씨의 혼신(渾身) 연기에 어찌 감읍(感泣)하지 않을 수 있었으랴!……

 

 그러나저러나 요즘 방송 드라마가 대부분 방송사 자체 제작이 아닌 외주(外注) 제작 중심 체제로 바뀌면서 일부 연소(年少)한 남녀 주연(主演) 탤런트(talent) 중심의 드라마가 양산(量産)되어, 예전에 비해 드라마에서 노련한 중견급 연기자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들었다. 개런티(guarantee) 억대(億代)를 호가(呼價)하는 인기 좋은 젊은 연기자들 때문에 드라마 제작비(製作費)가 너무 많이 인상되어, 출연자 숫자를 조정하다 보니 중견급 연기자들의 자리가 줄어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 드라마에는 일부 농촌 테마(Theme)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아예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없거나 또는 할머니나 어머니가 없는 외짝 부모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조부모-부모-자식 내외(內外)-손자 내외가 다 등장하는 드라마는 점점 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자연스레 TV 에서 50대와 60대, 60대와 70대의 연기자들의 얼굴 구경하기가 힘들게 된 것이다.

 

 요즘 매스컴에 1318이니 386이니 7080이니 각 세대를 일컫는 숫자언어가 난무하며 각 세대가 저마다 이 시대의 주인공인 양 서로 각축(?)을 하고 있지만, 그 경쟁에서 한 걸음 뒷전으로 밀려나는 50대와 60대, 즉 5060세대를 위해서라도 70대의 이순재나 오현경, 60대의 최불암, 오지명, 박근형, 임동진, 김세윤 등이 여전히 TV에 출연하여 나이는 숫자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케 해 준다면 왕년(往年)의 올드 팬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그러나 오늘의 대한민국 방송 드라마 제작 현실은 어떠한가.

 

 나는 강산(江山)이 한 차례 바뀌는 시간보다 더 긴 세월 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고르게 받으며 수많은 노장청(老壯靑) 연기자들을 배출(輩出)한 바 있는 KBS-TV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가 바로 얼마 전에 종영(終映)되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들었다. 그 긴 세월 동안 농촌을 무대로 한 휴머니티(humanity) 드라마이자 가족 공동체 중심 드라마였던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 출연하여 구수하면서도 농익은 연기를 통해 우리 이웃집 사람들처럼 전국(全國)의 시청자와 친근해진 중견 연기자들의 앞으로의 행로(行路) 내지 거취(去就)가 적잖이 걱정스럽다.

 

 국민의 시청료(視聽料)로 방송을 운영하는 KBS에 대해서 유감(遺憾)의 뜻을 표(表)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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