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이모저모

강원도 사투리 유감(有感)

noddle0610 2009. 3. 9. 19:14

 

 

 

 

강원도 사투리 유감(有感)

  

 

 

  사진   /  박   노   들    

 

 

 

 

  강원도(江原道)에서는 여러 해 전부터 동해 바닷가 강릉(江陵)에서 강원도 사투리 경연대회를 꾸준히 실시해 오고 있다. 이 행사는 강원도 도민(道民)들의 관심은 물론이요, 우리나라 중앙 언론(中央言論)들의 집중적 조명을 받은 바 있다.

  예전의 강원도는 서울 경기(京畿) 등 수도권(首都圈)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주로 산악지대(山岳地帶)가 많고 인구(人口)가 적어서인지 의외(意外)로 다른 지방에 비해 국민들 사이에 그 실상이 덜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사투리가 경상도(慶尙道)나 전라도(全羅道)-충청도(忠淸道) 사투리처럼 구체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못했다. 그러나 근년에 이르러서는 강원도 영동지방(嶺東地方) 제1의 도시 강릉(江陵)에서 실시하는 강원도 사투리 경연대회가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되었고, 그 여파(餘波)로 각 방송국의 개그(gag) 프로그램(program)이나 방송 드라마(drama) 및 영화(映畵) 웰컴 투 동막골등을 통해 강원도 사투리가 상당한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강원도 사투리는 된장 냄새 나는 투박하고 순박한 말씨나 억양 때문에 도회인(都會人)들에게 웃음을 유발하고, 타지방(他地方) 사투리들보다 비교적 한자어(漢字語)나 외래어(外來語)의 침투가 적은데다가 고유어의 순수성을 고스란히 잘 간직하고 있어서, 요즘엔 TV 방송국의 퀴즈 쇼(quiz show) 프로그램(program)에 이르기까지 단골 문제로 등장할 만큼 인기의 상종가(上終價)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강원도 출신인 나로서는 21세기에 들어와 우리 고향 일대가 관광지로 부각되고 그 언어가 국민적 관심을 끌게 되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유감스러운 점도 있다.

  관광지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마구 자행되고 있는 무원칙적, 반환경적인 자연 훼손 현상이 가장 염려스럽고, 간혹 방송이나 영화 속에서의 강원도 사투리 희화화(戱畵化)가 정도(正道)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있어서 그럴 때마다 속상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 하나 기분 나쁜 것은 강원도 사투리에 관한 쓸데없는 오해(誤解) 때문이다.

  강원도에는 다양한 사투리가 있는데, 강원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당수 국민들은 강원도 사투리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대사(臺詞)나, 또는 인터넷(internet)에 널리 유포(流布)되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는 산골 마을 이장(里長)님 방송(放送)레퍼토리(repertory) 아니면 강릉 사투리 경연대회에 선보여 인기를 끈 이율곡(李栗谷) 선생 십만양병(十萬養兵) 주장 버전(version) 따위만 있는 것으로 오해들을 하고 있다. 경상도(慶尙道) 사투리에도 경남(慶南)과 경북(慶北)의 사투리가 다르고, 옛 신라권(新羅圈) 사투리[경상북도 중심 사투리]와 옛 가야권(伽倻圈) 사투리[부산(釜山) 가야(伽倻) 일대(一帶)와 김해(金海) 등지(等地)]에 차이가 있듯이 강원도 사투리도 그 권역(圈域)에 따라 차이가 많은데도 말이다. 부산(釜山) 사투리만 예를 들어도 동래(東萊) 사투리는 부산 시내(市內)의 다른 구역에서 쓰는 사투리와 차이가 있다지 않는가.

  얼마 전 TV방송에서 사투리 뜻 알아맞히기 프로그램을 시청(視聽)한 일이 있는데, 마카란 말의 뜻을 묻는 문제가 나의 시선을 끌었다. 이 마카란 어휘는 경상북도(慶尙北道)와 강원도 일부에서 사용하는 말인데, 출연자(出演者)들 중에는 경상도 출신 연예인(演藝人)이나 부산 출신 전직(前職) 여자 아나운서(announcer)도 섞여 있었지만 그들도 그 뜻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 마카는 강원도 강릉 사투리에도 있는 말로서, 그 뜻은 모두가 정답(正答)이었다. 이와 같이 경상도 출신이라고 해서 그 넓은 지역의 다양한 사투리를 죄다 알 리가 없고, 강원도 출신이라고 해서 영서지방 출신이 대관령 고개 너머에서 사용하는 강릉 사투리까지 죄다 이해할 리가 없는 것이다.

  또 얼마 전에는 요즘 장안(長安)의 화제가 되고 있는 독립영화 워낭소리를 부부동반(夫婦同伴)해서 관람한 적이 있는데, 경상북도 봉화(奉化)의 두메산골 할아버지 부부 사이에 쓰는 경상도 사투리가 평소 부산(釜山) 사투리에 익숙해 있던 나에겐 상당히 생소하게 들렸다. 부산 태생인 내 아내도 영화 속의 대사가 생소해서 줄곧 화면(畵面) 하단(下段)에 나오는 자막(字幕)에 의존해 영화를 관람했다고 한다. 국어학(國語學) 전공은 아니지만 방계(傍系) 학문을 전공한 나는 강원도 영서지방(嶺西地方)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자막(字幕)은 거의 안 본 채 영화를 관람했는데, 가장 흥미 있었던 것은 의문형(疑問形) 어미(語尾) ~껴?의 사용이었다. 특히 주인공 할머니는 과묵하기 짝이 없는 영감님에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줄기차게 애정 섞인 잔소리를 했는데, 말끝마다~하시니껴?” “~아니이껴의 연속(連續)이었다.

  경상도 사투리는 그 권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나 같은 중부권(中部圈) 출신이 듣기에는 경상도 특유의 공통적인 구수한 억양 때문에 그 차이를 별반 못 느끼게 마련인데, 강원도 사투리는 지역에 따라 어휘뿐만 아니라 억양에 있어서도 그 차이가 아주 크다.

  강원도는 인구는 적지만 땅덩어리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고 크다. 송강(松江) 정철(鄭澈)의 관동별곡(關東別曲)에도 등장하는 관동팔경(關東八景) 중 두 곳인 망양정(望洋亭)과 월송정(越松亭/月松亭)이 소재(所在)한 울진군(蔚珍郡)은 1963년에 경상북도로 애석하게 행정구역이 넘어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강원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면적이 큰 도(道)이다.^^* [사족(蛇足) : 지금도 강원도 사람들은 관동팔경이 관동육경(關東六景)으로 줄어들었는데도, 애써 서운한 감정을 자제하면서 행정구역이 서로 다른 울진(蔚珍)-삼척(三陟)을 하나의 세트(set)로 엮어 부르기를 즐긴다.]

  산악(山岳)의 형세(形勢)로 이 마을과 저 마을, 이 면(面)과 저 면(面), 이 군(郡)과 저 군(郡)의 경계(境界)를 삼을 만큼 지형(地形)과 지세(地勢)가 험준(險峻)한 강원도는 큰 산줄기를 경계선으로 삼은 각(各) 고을의 사투리에 있어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여 준다.

  강원도에서는 진부령(陳富嶺)과 미시령(彌矢嶺)과 한계령(寒溪嶺)과 대관령(大關嶺) 고개 너머 바닷가 쪽을 영동(嶺東) 지방이라 하고, 내 고향 양구(楊口)-인제(麟蹄)를 비롯해 인접한 춘천(春川)-철원(鐵原)-화천(華川)-홍천(洪川)-횡성(橫城)-원주(原州) 지역은 영서(嶺西) 지방이라고 부르는데, 영동지방과 영서지방은 사투리가 전혀 다르다. 서로 닮은 것이 별로 없다. 경북과 경남 사투리의 차이를 외지인(外地人)들은 구분하기 힘든데 비해, 강원도의 영동 사투리와 영서 사투리는 타관(他關) 사람들도 금세 구분해 낼 만큼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영동지방은 옛날에 지리적(地理的)으로 신라(新羅) 땅과 가까웠던 곳이라 그 영향을 받아 경상도 억양이나 어휘가 깃들어 있고, 우리 고향인 영서지방은 오랜 세월 동안 주로 고구려(高句麗)나 백제(百濟)의 지배를 더 많이 받은 곳이라 오히려 인접 지역(隣接地域)인 경기도(京畿道) 말과 더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영동지방 사투리도 함경도(咸鏡道) 방언(方言)의 영향을 받은 고성(高城)-속초(束草) 사투리와 경상도(慶尙道) 영향권인 강릉(江陵)-삼척(三陟) 사투리로 나뉜다.

  영동과 영서의 중간지대이면서도 지리적으로 경상도에 가까운영월(寧越)-평창(平昌)-정선(旌善)일대의 사투리에는 영동 사투리와 경상도 사투리적 요소가 강하게 깃들어 있다. 20058월에 상영한 우리나라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공간적 배경은 바로 이곳 평창군 미탄면 율치리 동막골이다.

  경기도 말씨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가까운 영서지방 사투리는 그 사용 인구도 강원도에서 가장 많아, 이로 인해 인접한 경기도나 서울 사람들은 아예 강원도에는 사투리가 없는 줄로 알고들 있었는데, 1970년대에《영동 고속도로》가 뚫리고 나서 동해안(東海岸) 사람들이 대거 상경(上京)하면서부터 영동지방 사투리가 본격적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 알려지게 되었다.

  오랜 세월 영화나 방송을 통해 경상도나 전라도(全羅道) 충청도(忠淸道) 사투리에 익숙해져 있다가 언제부터인가 급작스레 TV나 영화를 통해 생소하기 짝이 없는 영동 사투리를 접촉하게 된 우리 국민들은 영동 사투리가 강원도 전체의 사투리인 것으로 오인(誤認)하기 시작했고, 서울 사람들은 강원도 사람만 만나면 여흥(餘興) 시간에 개인기(個人技)로서 웰컴 투 동막골 식(式) 사투리강릉 사투리를 해 보라고 부탁들을 하곤 했다.

  나는 태생(胎生)이 강원도 사람이지만, 영서지방에서 태어난 이래(以來) 진부령과 미시령과 한계령과 대관령 고개가 너무 높고 또 험준(險峻)하여, 육십 년(六十年) 남짓 살아오는 동안 실제(實際) 태백산맥(太白山脈) 너머 영동지방 여행을 한 것은 몇 차례밖에 없다. 나로서는 경상도의 대도시(大都市) 사람들이 사용하는 사투리는 통역 없이도 이해할 수 있지만, 강원도 영동 사투리는 나의 일생 동안 그쪽 사람들과 현지(現地)에서 접촉한 것이 통산(通算)해서 열 번도 못 되었기 때문에 통역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나한테 개인기(個人技)를 발휘해서 강원도 영동 사투리를 해 보라니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는가.

  요즘 강원도민(江原道民)들은 자신들의 출생지(出生地)가 영동이든 영서이든 간에 강원도 사투리의 희화화(戱畵化)에 대해 다 함께 분노(憤怒)하고 있다.

  제발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리노니, 본디 수줍음 잘 타고 순박한 강원도 사람들을 마치 희극(戱劇)을 전업(專業)으로 삼고 있는 20대 초반의 젊은 연예인(演藝人)들에게 요구하듯이 무례하게 상대하거나, 토박이들의 생활언어인 사투리를 희화화(戱畵化)시켜 강원인(江原人) 전체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지는 마시라.

 

  열다섯 살에 서울에 유학(遊學)온 나한테 서울 아이들은 수시로 강원도 감자바위라고 놀려대곤 했는데, 처음에는 꾹꾹 참았지만 횟수가 거듭되자 나는 모욕감을 참지 못해 그 친구들과 육탄전(肉彈戰)을 벌인 적도 있다. 강원도 사람들은 너무 가난해서 제삿날만 쌀밥을 먹을 수 있고 평상시에는 하루 세끼를 감자만 먹고 지내기 때문에 감자바위라면서 마구 조롱하는 고등학교 친구 한 명을 한 주먹에 때려눕혀 학생지도(學生指導) 선생님께 혼이 난 적도 있었다. 6.25 사변(事變)이 끝나고 고향이 수복(收復)된 후 어렵사리 귀향(歸鄕)했으나 전쟁 후유증으로 논밭 여기저기에 불발탄(不發彈)이 많이 박혀 있어서 그것들을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는 벼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가 없었는데, 그 당시(當時)에만 감자를 주식(主食)으로 먹었을 뿐이고, 그 후 훌륭하신 우리 할아버지와 부지런하신 우리 어머니 덕분에 밥 한 끼 굶어 보지 않고 고이 자란 나로서는 고등학교 때 서울 친구들에게서 느꼈던 모욕감을 요즘에 다시 강원도 사투리 때문에 받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께 거듭 당부드리거니와, 앞으로는 제발 덕분에 강원도 사투리를 치졸한 개그(gag) 소재나 술좌석에서의 오락거리로 삼지 마시라.

 

  요즘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보면 우리 고유어의 순수성을 잘 지켜온 강원도 영동 사투리가 자칫 어딘가 한 구석이 부족해 보이면서 무지(無知)해 보이는 사람들만의 계층어(階層語)로 인식될까 자못 걱정스러울 때가 있다. 진정한 정권교체(政權交替)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절에, 특정 지역의 사투리가 방송이나 영화에서 식모(食母)나 조폭(組暴)들의 전용어(專用語)로 쓰이다시피 하였는데, 이제 그 자리를 강원도 영동지방 사투리가 차지하지 않을까 적잖이 염려스러운 것이다.

 

  투박하고 순수한 고유어가 많이 남아 있는 강원도 영동지방 사투리에 비해, 영서지방 말씨는 어조(語調)가 좀 느리면서도 거의 표준말에 가까워서 인접한 경기도 말과는 구분이 안 될 만큼 차이가 거의 없다. 열다섯 살에 서울에 처음 유학(遊學)하러 왔을 때, 내가 고향이 어디인지를 밝히기 전까지는 강원도 감자바위 출신이라는 것을 내 친구들도 잘 몰랐으니까 말이다. 영서지방 말씨는 경상도나,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 같은 억양이 거의 없기 때문에 세심하게 살피지 않으면 잘 눈치 챌 수가 없다. 그런데 나이 든 영서지방 어른들의 말을 유심(有心)히 듣다 보면, 말끝마다 ~이랬어유!” “~저랬어유!식(式), 즉 ~유!란 종결어미(終結語尾)를 사용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충청도 사람들은 몰라유!……” “안 그랬어유!…… 등의 말을 할 때 종결어미 ~유!……를 아주 길게 발음(發音)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강원도 영서지방 어른들은 지극히 짧게 몰라유! 안 그랬어유!라고 발음한다. 그러다 보니 서울 사람들이 얼핏 듣기엔 강원도 영서지방 사람이 자신들을 향해 몰라요!” “안 그랬어요!라고 말한 것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 영서지방의 청소년들은 종결어미를 사용할 때, ~유!……를 안 쓰고 아예 전적(全的)으로 ~요!라고만 말한다. 

 

  이제는 강원도 영서지방과 경기도 및 수도권에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말씨에 차이가 없어져 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30년 정도의 세월이 흘러서 현재의 어른들이 거의 사망하게 되면 영서지방 사투리는 기록으로만 남게 되고 실질적 언어생활에서는 소멸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추측은 강원도 영서지방과 경기도 지방이 지리적으로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냥 가설(假說)로만 치부(置簿)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원도 철원군은 경기도 포천(抱川)-연천(漣川)과 인접해 있고, 춘천(春川)-춘성(春城)은 경기도 가평군(加平郡)과 서로 인접해 있으며, 홍천은 경기도 양평군(楊平郡)과 잇닿아 있고, 횡성-원주는 경기도 여주(驪州)-이천(利川) 지역과 아주 가까우며, 그 사이에는 진부령과 미시령과 한계령과 대관령 고개처럼 높고 높은 고개도 거의 없다.

  경기도 가평군의 경우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여러 차례에 걸쳐 경기도와 강원도의 관할 구역(管轄區域)으로 소속이 번갈아 바뀌었으며, 1894년 갑오경장(甲午更張) 이후에야 비로소 강원도에서 경기도로 완전하게 바뀌어 오늘날에 이르게 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도 가평군 출신 어른들 중에는 국립 춘천농대(春川農大 : 강원대학교의 모체)나 춘천사범학교춘천교육대학 출신이 상당수 생존해 있을 정도로 아직도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춘천은 서로 가까운 관계로 지낸다.     

  내 고향 양구-인제춘천(春川)-홍천(洪川)과 인접해 있으며, 강물과 개울물이 합수(合水)하여 춘천과 홍천으로 잇닿아 있어 옛날부터 수상(水上) 교류가 아주 활발했는데, 그 교류의 종착점은 한강(漢江) 유역(流域)이었다. 내가 아주 어릴 때 우리 고향 소양강(昭陽江) 강물 위에 춘천 쪽을 향해 떠내려가던 소나무 뗏목과 코르크(cork) 마개용 소재(素材)로 쓰이는 굴피나무 뗏목의 긴 행렬들을 심심찮게 구경하곤 했는데, 그 뗏목 한가운데서 아예 숙식(宿食) 문제를 해결하는 사공(沙工) 아저씨들을 부러워했던 일이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추억 속에 떠오른다.

 

  통일 신라(統一新羅) 시대에 강원도 영동지방은 행정구역상 명칭이 명주(溟洲) 고을로서 주로 신라 왕족 출신 태수(太守)들이 다스렸고, 태백산맥(太白山脈) 서쪽인 강원도 영서지방은 그 이름이 삭주(朔州) 고을이었다. 고려(高麗) 시대에 강원도 영동지방은 5도(五道) 양계(兩界) 중 함경남도(咸鏡南道) 일부를 포함해 동계(東界)에 속하였고, 영서지방은 교주도(交州道)에 속하였다. 영동지방과 영서지방은 각각 신라와 고려 양시대(兩時代)에 걸쳐 행정구역(行政區域)이 서로 달랐고, 험준한 산맥이 두 지역을 갈라놓았기 때문에, 언어에 있어서도 그 차이가 두드러지게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여파(餘波)는 오늘날까지 이어져서, 나와 같은 강원도 영서 사람들이 영동 출신 인사(人士)들을 만날 경우에도 통역이 필요할 정도가 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제 강원도 영동지방과 영서지방 사투리의 차이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을 것이다. 제주도(濟州道) 다음으로 인구는 적지만, 차지하고 있는 땅덩어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강원도의 사투리가 여러 갈래인 까닭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말의 풍부한 장점을 살려 우리말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각 지역의 사투리는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하겠지만, 지역과 계층 사이의 위화감을 해소하고 지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투리를 희화화(戱畵化)한 농담이나 방송 따위는 항상 자제(自制)해야 하겠다.

 

 

2009 3 8 요일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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