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견(忠犬) ‘예삐’를 저 세상으로 보내며
어허!…… 어이!……
지나간
열네 해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 집
대문(大門)을
잘 지켜 준
예삐야!
우리 집
다섯 식구(食口)와
너는
비록 종(種)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서로를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사랑하였지.
강산(江山)이 한 번 바뀌는 동안
늘 우리 곁을 지켜 준
너에게
제대로 보답(報答)조차
못하였는데,
결국 오늘
너를 영결(永訣)케
되었구나.
오호(嗚呼)!
예삐, 예삐야!
이번 세상에서의
인연(因緣)을 바탕으로
다음 번 세상에선
너도 반드시
인간으로 환생(還生)하여
다시 한 번
우리 가족과
한 식구가 되렴.
그땐
이번 세상에서
나누지 못한
따스한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나누면서
알콩달콩
살아보자꾸나.
만(萬)에 하나라도
우리 다시
만나게 되거든
그때는
절대로
헤어지지 말고
한평생
서로 사랑하며
삶과 죽음을
함께하자꾸나.
오호! 예삐야!
지나간
열네 해 동안
우리 집 대문
앞에서
아침저녁으로
눈 맞춘
내 사랑아!
제발 대답 좀
해 보려무나.
어허!…… 어이!……
2009 년 8 월 3 일
오후 6 시 40 분
박 노 들
◈ 후기(後記)
열네 해 동안 우리 집 지킴이 노릇을 하던 충견(忠犬) '예삐'가 동물병원에서
우리 식구(食口)들과 석별(惜別)하고 저 세상으로 갔습니다.
마당개이자 애견(愛犬)이었던 '예삐'에 대한 우리 식구들의 사랑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건만, 저나
저의 아내나 저희 집 세 아이가 모두 동물에 대한 상식이 부족해, 좀 더 장수(長壽)할 수 있었던
우리 '예삐'가 모기들한테 심하게 물려 '심장(心臟) 사상충(絲狀蟲)'이란 몹쓸 병에 걸렸고, 결국은
저희 식구와 영결(永訣)하고 말았습니다.
애견(愛犬)한테는 해마다 광견병 예방주사만 빠짐없이 맞게 하면 되는 줄 알았지, 수시로 '심장 사상충'을
예방하는 주사를 해마다 추가로 접종해야 한다는 것은 저희 집 식구들 모두 까맣게 몰랐습니다. 아, 정말이지 백인(伯仁)이 유아이사(由我而死)라. 수원수구(誰怨誰咎)하오리까. ㅠ.ㅠ……
사실은 우리 '예삐'가 지나간 열네 해 동안 무병장수한 것이 '기적(奇蹟)'입니다. 애견을 키울 자격이 없는 주인에게 몸을 맡긴 채 그동안 고락(苦樂)을 함께 해
온 '예삐'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에 요새 저희 집
다섯 식구들은 모두 충격과 허탈감에 빠져 지냅니다.
'예삐'를 잃은
아픔 때문에 저희 식구는 '예삐'와 함께 지내던 다른 애견(愛犬)
'장군(將軍)이'를 마지막 반려견(伴侶犬)으로 기르되
앞으로 더 이상은 개를 기르지 않겠다고들 합니다.
요새 우리 식구들은 더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식욕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그저 마음속 깊이 우리 '예삐'의 명복(冥福)을 두 손 모아 빌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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