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시조

친척(親戚)

noddle0610 2009. 10. 12. 03:12

 

 

 

  

  ♧ 시조(時調)

 

 

 

친척(親戚) 

    

 

 

 

 

          시골서 함께 살 땐

 

          살갑던 피붙이가

 

 

          타향살이 십여 년에

 

          남남이 되었구나.

 

 

          길에서 마주쳤지만

 

          악수(握手)하곤 가 버리네.

 

 

 

20091010 

 

서울 지하철 6호선 에서 

 

 

 

 

 

 

후 기 (後記)

 

  지난 시월 둘째 주말(週末)에 저와 가까운 이의 혼사(婚事)가 있어 하객(賀客)으로 가는 길에 오랜만에 친척(親戚) 한 사람을 마주쳤지만, 그것도 십 수 년 전 우리 어머니 상사(喪事) 때 만난 후 처음으로 다시 만나 무척 반가웠지만, 아주 의례적인 수인사(修人事)로 악수만 나누고 총총(悤悤)히 헤어졌습니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본즉슨 인간관계란 참으로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 같아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아, 그렇게 금방 헤어져서는 안 될 사이였는데!……’

 

  젊은 시절에는 저의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여기저기 삼지사방[散之四方]으로 흩어져 사는 친척들과 동기간(同氣間) 우애(友愛)를 제대로 나누지 못했고, 막상 나이 들어서 직장을 퇴직한 연후(然後)에는 건강이 안 좋아져서 더욱 친인척들과 격조(隔阻)한 사이로 지내게 되어, 그것이 늘 가슴속에 멍에처럼 남아 있긴 했지만 말입니다.

 

  저는 그날 비로소 먼 데 사는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더 가깝다라는 속담(俗談)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았습니다만, 하루 종일 기분이 찜찜하고 씁쓸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한결같지 않고 결국 변하게 되는 것이 요즘 시대의 대세(大勢)인가 봅니다.

 

  저는 요즈음 들어서 비단(非但) 친척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차츰차츰 멀어져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저에게는 학창시절이나 사회생활을 할 때 늘 주변에 많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막상 나이 들어 직장에서 퇴직하고 주로 집에서 생활을 하게 되니까 친구들조차 하나 둘씩 멀어져 가더이다. 게다가 몇 해 전에 제가 병마(病魔)에 쓰러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니까 비교적 가깝던 친구들조차 저를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치부(置簿)했는지 발걸음을 끊기 시작하고요.

  허허허. 나라가 어지러워졌을 때 어진 재상(宰相)이 생각나고, 가정이 어지러워졌을 때 현모양처가 누구인지 알게 되며, 병들고 외로울 때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를 알게 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요.^^

 

  이제부터는 허물 많고 부덕(不德)한 저를 아직껏 멀리하지 않고 늘 변함없이 보듬어 주는 일가친척(一家親戚)들과 몇 명 안 되는 친구들에게 마음속 깊이 감사해 하며 겸허하게 마음을 비우고 살렵니다.

 

 20091012 일

 

박   노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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