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유감-세태비평

민물고기는 맑은 물속에서 산다

noddle0610 2010. 2. 7. 20:48

 

 

 

민물고기는 맑은 속에서 산다

 

 

사진  /          

 

 

 

 

 

  MBC TV 드라마 『보석 비빔밥』은 저의 아내가 즐겨 시청(視聽)하는 프로그램이라서 덩달아 저도 가끔씩 시청하곤 하는데, 어젯밤 방송 중에 저의 귀에 쏘옥 들어오는 대사(臺詞)가 있었습니다. 극중(劇中) 정혜선(鄭惠善) 할머니가 먼저 가라사대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못 산다.하시니까, 김영옥(金英玉) 할머니께옵서 가라사대 민물고기는 맑고 깨끗한 물에서 산다.고 대꾸하셨습니다.

 

  저희 고향 강원도의 심산유곡(深山幽谷) 맑은 개울물에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쉬리, 버들치, 기름종개, 가재 따위가 아주 많이 살았지요. 민물고기 중에선 미꾸라지 정도나 논바닥 또는 연못 따위의 흙바닥에서 살았을 뿐이고, 미꾸라지 비슷하게 생긴 기름종개는 얕은 하천(河川)이나 시냇물의 맑은 모래 속에서 노상 하늘거리며 얇은 황갈색 내지 암갈색 무늬를 뽐내곤 했습니다.

 

  평소에 뇌물(賂物)을 좋아하고 영혼이 이미 썩을 대로 썩어 버린 중생(衆生)들이 자기 합리화를 위해 흔히들 내뱉는 말이 바로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못 산다.는 말인데, 이 말은 틀린 말입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산골짝 맑은 개울물 한가운데서 천렵(川獵)을 해 보신 분들은 모두 잘 아실 겁니다. 시골 출신인 저는 어린 시절에 저희 친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서당방(書堂房)의 형(兄)들과 어울려 여름철만 찾아오면 개울가나 강가에서 족대나 그물 또는 어항(魚缸)으로 천렵을 자주 해 보아서 잘 압니다. 저의 고향 강원도 소양강(昭陽江) 물이 어찌나 맑은지 그 속에 들어가면 저의 육안(肉眼)으로도 쏘가리메기 또는 팔뚝만한 누치 따위가 헤엄쳐 다니는 것을 얼마든지 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요즘에는 너무 물이 더러워져서 예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쉬리, 버들치, 기름종개 따위의 민물고기들이 웬만한 민물[淡水]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버들치는 맛이 별로 없어서 제가 어렸을 적에는 천렵꾼들에게 인기가 별로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이 아주 깨끗한 1급수(一級水)에만 사는 1급수 지표종[指標種 : indicator species]이라, 요즘에는 물의 오염으로 그 개체수(個體數)가 줄어들어서인지 관상용(觀賞用)으로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자태가 아름답고 고운 쉬리, 기름종개 따위의 물고기들 역시 하천이 오염되어 예전보다는 눈에 잘 띄지 않고 있는데, 몰상식한 장사꾼과 결탁한 밀렵꾼들에 의해 관상용으로 남획(濫獲)되고 있어, 머지않은 장래에 멸종(滅種)할 가능성마저 있습니다.

 

  요즘엔 물이 너무 맑아 민물고기가 못 사는 것이 아니라 물이 너무 더러워진데다 인간들의 지나친 탐욕(貪慾) 때문에 민물고기가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산천(山川)이 오염되면 생물(生物)들이 살기 힘들어지고, 인간들의 부정부패가 심하면 패가망신(敗家亡身)은 물론이요, 자칫 나라까지도 망치기 십상(十常)입니다.

 

  간혹 저를 잘 아는 이들이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못 산다.는 말로서 결벽증(潔癖症)이 다소 있는 저에게 넌지시 충고를 하면 저 역시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처럼 흔들린 적도 있습니다만, 일찍이 고향 마을에서 소싯적에 민물고기는 맑고 깨끗한 물에서 산다.는 소박한 진실을 몸으로 체험한 바 있기에, 저를 유혹하는 온갖 달콤한 말들을 단호하게 물리치고 지금껏 비교적 청렴하게 살아올 수 있었습니다.

 

  가족들을 위해서나 국가를 위해 크게 이바지한 삶을 살아오지는 못 했지만, 저는 비교적 남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으며, 언제나 떳떳할 수 있었습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못 산다.는 유혹에 넘어간 나머지 일생 동안 국가를 위해 큰일을 했으면서도 지연(地緣)과 학연(學緣) 및 가족 관계로 얽히고설켜 부패(腐敗)의 사슬과 손을 잡았던 공직자(公職者)들이 결국에 가서는 쇠고랑을 찬 채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때마다, 저는 제 자식들에게 민물고기는 맑고 깨끗한 물에서 산다.는 소박한 진실을 거듭 강조해서 가르치곤 했습니다.

 

  어젯밤 MBC TV 드라마『보석 비빔밥』은 저의 집사람이 친정 언니들을 만나느라 집을 비워서 저 혼자서 쓸쓸히 집을 지키며 시청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집에 돌아오면 줄거리를 이야기해 줄 요량(料量)으로 한 장면도 빠트리지 않고 정신을 집중해서 TV를 보았지요.

  지금 이 순간에 곱씹어 생각해 봐도 제가 어저께 시청한『보석 비빔밥』대사 중에서 원로(元老) 탤런트 김영옥 할머니가 정혜선 여사에게 소박하게 던진 민물고기는 맑고 깨끗한 물에서 산다.는 말씀은 그야말로 무릎을 치고 싶을 정도로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명언(名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010 년 2 월 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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