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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행(盆唐行) 9401번 Bus 탑승객(搭乘客)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noddle0610 2010. 3. 5. 21:20

 

 

 

분당행(盆唐行) 9401번 Bus 탑승객(搭乘客)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어제 오후(3월 4일 14시 40분경)에 서울역을 출발해 경기도 분당행(盆唐行) 9401번 버스(Bus)에 탑승(搭乘)하셨던 손님 여러분과 운전기사님께 감사 인사(感謝人事)의 말씀을 간곡히 올립니다.

 

  여러 해 전부터 심장병(心臟病)을 앓고 있던 저는 네 바퀴 달린 승용차만 타면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가슴이 울렁거리는 현상이 너무 잦아, 평소에 나들이를 할 때는 가급적 지하철(地下鐵)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만부득이(萬不得已)할 경우에는 대형 버스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장거리 여행을 해야 할 경우에는 자가용 승용차나 택시(taxi)를 탔을 때와 비슷한 증상이 일어나곤 해서 버스 대신 전철(電鐵)이나 기차(汽車)를 이용합니다.

 

  어제는 오후에 경기도 분당(盆唐)에서 집안 어른을 만나기로 했습니다만, 약속 시간이 너무 촉박해 서울역에서 9401번 광역버스(廣域 Bus)를 타게 되었는데, 예감이 안 좋아 사탕(砂糖)과 자일리톨(XYLITOL) 껌(gum) 및 심장병 환자들의 상비(常備) 구급약(救急藥)인 이른바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이란 것을 미리 준비하고 아내와 함께 버스에 올랐습니다.

 

  오후 교통이 혼잡해져서 버스가 서울 시내를 벗어나는 데 너무 시간이 걸렸고, 그러는 사이에 저의 가슴 속에는 울렁거림 현상이 스멀스멀 일어나기 시작했고, 저는 사탕을 연신 두 개나 입에 넣었습니다만 이상증세(異狀症勢)가 멈추질 않아, 결국 니트로글리세린 약(藥)을 꺼내 저의 입 속 혀밑에 넣었습니다.

 

  버스가 한강(漢江) 다리를 건너 고속도로(高速道路)에 진입했는데도 저의 이상증세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고통을 호소했지만 저의 아내도 고속도로 상에서는 어쩔 수가 없기에 저보고 조금만 참아 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 고향 강원도 땅에서 군용(軍用) 제무시(GMC의 한국식 발음) 트럭이나 버스로 구절양장(九折羊腸)의 꼬불꼬불한 진부령(陳富嶺)과 험준한 대관령(大關嶺) 고갯길을 많이 넘어 다녀 보았고, 학창시절에는 버스를 타고 저 혼자서 국토 순례 여행을 많이 다니면서도 끼니를 걸렀을 경우를 빼놓고는 차멀미 따위는 거의 겪지 않았는데, 그랬던 제가 오십대 후반 시절(2006년 1월 24일)에 심근경색(心筋梗塞)으로 쓰러지고 나서부터는 환갑(還甲) 나이를 훌렁 넘긴 지금까지 고무타이어(gomme tyre) 바퀴 달린 차(車)만 타면 차멀미 비슷한 증상과 함께 가슴 통증을 느끼게 되어, 요즘에는 가까운 친인척(親姻戚) 경조사(慶弔事)에도 지하철이나 기차가 가는 곳에만 겨우 참석하곤 했습니다. 근래 들어서는 대학교 동문회나 각급학교 동창회에도 참석한 일이 거의 없습니다.

 

  심장병은 환자에 따라서 그 발생 양상(樣相)이 천차만별(千差萬別)하여, 환자 동우회(患者同友會) 등에서도 발생 원인과 증상 및 사례에 관한 정보를 자주 교환하고 있습니다만, 얼핏 보면 꼭 꾀병을 앓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저의 아내도 가끔은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제도 아내는 저의 통증 호소를 듣고 처음에는 참아 보라고 제 등허리를 다독거려 주기만 했지요.

 

  제가 탄 버스가 분당행 고속도로 중간 지점을 지날 즈음에 이르렀을 때(오후 3시~ 4시 경) 저는 이미 의식이 혼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통증을 참으려고 제 입술을 피가 나오도록 깨물어 보기도 했지만 저의 낯빛이 하얗게 질린 것을 본 아내가 제 어깨를 흔들었을 때 저는 그예 눈을 허옇게 치켜 뜬 채 잠시 동안 의식을 잃었습니다.

 

  놀란 아내가 저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버스 기사님을 향해 거의 울부짖다시피 외쳤습니다.

  우리 남편 심장병 환자인데, 지금 의식을 잃었어요!…… 버스 좀 세워 주셔요.

  아내의 외침에 저는 가까스로 정신을 돌이켰으나, 온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 지푸라기 잡을 힘도 없었기 때문에 제 몸을 추스를 수가 없어 아내의 품에 안긴 채 신음소리만 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두통 현상과 함께 머릿속이 어질어질해지는 느낌을 동시에 받았으며, 저의 몸에는 한기(寒氣)와 함께 구토 증세와 흉통(胸痛) 현상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을 자각(自覺)할 수 있었습니다. 차가 고속도로를 아주 빠른 속도로 달리느라 그 흔들림 현상이 심해서 제가 지속적으로 고통스러워하자 저의 아내는 버스 기사님께 무조건 차를 세워 달라고 외쳤습니다.

  각자 바쁜 일정(日程)이 있을 터인데도 불구하고 버스 승객(乘客) 분들께서 양해를 해 주셔서 차는 고속도로 갓길에 멈추었고, 고맙게도 버스 기사님께옵서 119 구급대(救急隊)에 전화를 해 주셨습니다. 구급차(救急車)가 올 때까지 저 때문에 버스 문을 활짝열어  놓았는데, 버스 승객님들께서는 순순히 차에서 잠시 내리시거나 일부 손님들은 저와 제 아내 곁에서 저의 안정(安定)을 도와 주셨으며, 나중에 아내한테 들은 말입니다만 제가 구토(嘔吐)하려 하자 승객님들은 각자 소지하셨던 휴지를 전부 모아 전해 주셨고, 마침내 제가 버스 바닥에 몇 차례 구토를 하자 어떤 아주머니께옵서는 커다란 비닐봉지를 전해 주셨으며, 나중에는 그 아주머니께옵서 아예 손수 저의 턱밑에 봉지 입구를 벌려서 바짝 들이대어 주셨습니다.

  깨끗이 청소되어 있는 버스 바닥의 붉은 카펫(carpet) 위에 제가 구토를 해서 아내가 연신 미안하다고 말씀 올리자 버스기사님께서는 괜찮다 하시며구급대(救急隊)에 재촉 전화를 다시 하셨는데, 곧바로 구급대가 현장(現場)에 도착해서 저는 119 구급차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탈진(脫盡)과 흉통 때문에 제가 스스로 버스 좌석에서 일어서지 못하자 승객들과 119 대원(隊員)들이 부축해 주셔서 간신히 버스에서 내려 구급차로 옮겨 탔습니다.

 

  흔히 심장병 환자의 생사(生死) 문제는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의 싸움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는데, 그 말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어제 저는 버스 기사님이 차를 멈추시고 119에 신고를 빨리해 주셔서 그다지 늦지 않게 구급차에 옮겨 탈 수 있었던 데다가, 고속도로가 끝나는 분당(盆唐) 시내 진입로에서 비교적 멀지 않은 거리에 심장병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 위치해 있어서 아주 신속하게 제반 조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의 안정을 위해 버스가 고속도로 중간에 정차(停車)한 사실에 대해 별다른 불평 없이 양해를 해 주신 승객님들과 9401번 버스 기사님, 그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저 때문에 버스 문을 열어 놓았으나 불만(不滿)은커녕 구토하는 저를 위해 휴지를 걷어 주신 승객 여러분들, 비닐봉지를 주시며 아내와 저를 위해 함께 안쓰러워하신 무명(無名)의 한 아주머니, 119 구급차를 불러 주시고 끝까지 친절히 배려를 아끼지 않으신 분당행 버스 기사님, 여러분 덕분에 저는 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받고 퇴원해 지금 저희 집에서 편안히 앉아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고속도로 현장으로 급히 달려 오셔서 저를 병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적절하고도 친절하게 취해 주신 성남(城南) 분당구(盆唐區) 119 구급대원(救急隊員) 여러분들, 제가 어제 입원했던 『분당제생병원(盆唐濟生病院)』응급실에 근무하시는 의료진(醫療陣) 선생님들의 신속하고 친절한 진료조치 덕분에 제가 심신(心身)의 안정을 빨리 되찾게 되었음도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지구촌 저편 카리브해(Carib海)의 섬나라 아이티공화국(Republic of Haiti)과 남미(南美)의 칠레(Chile)에는 초대형 지진(地震)이 연이어 일어나 수많은 사상자(死傷者)가 생겼고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여서, 지금 두 나라는 문자(文字) 그대로 대재앙(大災殃)에 시달리고 있다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티와 칠레는 지금 평소의 양민(良民)들이었던 사람들이 폭도(暴徒)로 변하여 마구잡이로 약탈(掠奪)을 자행하는 바람에 군대가 출동하고 통행금지까지 실시하게 되었다더군요. 아이티와 칠레는 로마가톨릭교(Roman Catholic敎) 신자(信者)가 전체 인구의 80 퍼센트를 훨씬 웃돈다지만, 신도(信徒)가 숫자상 아무리 많아도 목구멍이 포도청(捕盜廳)이라는 옛말 그대로 굶주림 앞에서는 언제든지 이기적(利己的)인 폭민(暴民)이 될 수 있다는 사례를 우리는 요즈음 새삼스레 실감하게 됩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그 동안 인간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거의 저버렸던 저는 어제 오후에 경기도 분당행(盆唐行) 버스 안에서 기사님을 비롯해 탑승객(搭乘客) 여러분들로부터 너무나도 큰 도움을 받고나서 비로소 인간에 대한 믿음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성남시(城南市) 분당구민(盆唐區民)이 대부분이셨을 버스 승객 여러분에게서 저는 선진(先進)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상(未來像)을 볼 수 있었고, 기사님의 성실하고 투철한 봉사 정신과 복무 자세를 보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제 오후에 서울역을 출발해 경기도 분당행(盆唐行) 광역버스 안에서 생사의 기로에 잠시 머물렀던 저는 오늘 이렇게 무사히 감사 인사의 말씀을 올리게 된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분당행 9401번 버스 기사님과 탑승객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드리옵니다.

 

  버스 기사님은 기사님 나름대로 배차(配車) 시간표(時間表)에 의해 바삐 운행(運行)하셨어야 하고, 승객들께옵서는 업무상 내지 사업상 또는 가정 사정 때문에 빨리 차를 타고 가셔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황금처럼 귀중한 시간들을 할애하시면서 기꺼이 저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쳐 주셨으니, 제가 마땅히 기사님과 승객 여러분께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오나, 어제는 너무 황황망조(遑遑罔措)하여 버스 번호나 기사님 존함(尊銜)

도 여쭈어 보지 못하고 구급차에 실린 채 곧장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한즉 저에게 어제 도움을 주신 분들이 이 글을 직접 읽진 못하시더라도 이렇게 저의 마음을 두서없는 글로나마 표현해야 사람의 도리에 맞을 것 같아 두서없이 말씀드렸사오니, 기억상 착각으로 인해 제가 잘못 말씀 올린 부분이 있거나 결례(缺禮)가 있었다면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제 저와 함께 9401번 분당행 버스에 동승(同乘)하셨던 승객 여러분과 기사님께 항상 밝은 미소와 함께 행복이 충만하시기를 간절히 기원(祈願)하겠습니다.

 

201035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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