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 곁에 있어서
━ 백년가약(百年佳約) 29주년에 부쳐 ━
사진 · 글 / 박 노 들
여보!
내가 당신과
달빛 아래서
인연 맺은 지
하마 스물아홉 해가
흘러갔구려.
삼십 대 중반(中盤)
젊음의 뒤안길에서
당신을 만나,
이미 흘려보낸
과거를 후회하며
너무 늦게 내 앞에 나타난
당신을 원망까지 했었는데,
아! 오늘이
당신의 귀밑머리를
풀어 주던
바로 그 날이오.
내 이미 회갑(回甲)을
여러 해 전에 치렀건만
당신은 지금도
나의 눈에
풋풋한 새 각시라오.
당신은 늘 내게
상큼한 꽃이었소.
앞으로도 당신은
내가 죽는 그 날까지
언제까지나 꽃이어야 하오.
스물아홉 해 동안
살아오면서
‘권태(倦怠)’란 낱말을
까맣게 잊게 해 준
나의 꽃, 나의 사랑이여.
고맙소.
고맙소.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내가 해 줄 말은
유치(幼稚)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겠소.
“여보!
사랑하오.”
스물아홉 해 전에
설악산 기슭
달빛 아래서
당신 귀밑머리를 풀며
다짐했던
그 날 밤의
그 순수했던 마음과
아주 똑같이
지금도 당신을
사랑하오.
내년 오늘
십년 후 오늘도
당신에게 변함없이
사랑을 고백할
기회와
건강이
내게 주어질지 모르겠소만,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마지막이라면
당신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은
유치하지만
이렇소.
“당신이 내 곁에 있어
내 인생은 행복하였소.”
2011 년 9 월 26 일
백년가약 29주년 기념일에
※ 하마 : <부사> ‘벌써’ [☞ ‘강원도 ∙ 충청북도 ∙ 경상도’ 지방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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