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풍경

살구꽃이 피면

noddle0610 2012. 4. 16. 18:00

 

 

 

 

살구꽃이 피면

 

 

  

   

  

본디 살구꽃은

고향 산골에 피어야겠지 

 

도시(都市)의 길가에

피어도 좋다.

 

살구꽃은 울타리 곁에 피어야  

제격일 성싶지만

 

도심(都心) 한가운데를

꿰뚫어 흐르는

 

개천가에 피어도

꽤나 잘 어울린다.

 

시골에 피든

서울에 피든

 

살구꽃이 활짝 피면

반갑다.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 봄이 찾아와

동네 어귀에 살구꽃이 피면

 

활짝 핀 하얀 꽃만큼

눈부시고 행복한 한 해를 꿈꾸며

 

동네 아이들은 온종일

살구꽃나무 아래서만 놀았다.

 

봄여름이 지나가고

다시 가을과 겨울을 맞기까지

 

어린 가슴에 상처도

숱하게 입지만

 

살구꽃 피는 봄이

다시 찾아오면

 

아이들은 언제나

해맑게 웃었다. 

   

서울에 올라와 살면서도

 

해마다 봄이 오면

살구꽃 피는 고향을 그리워했는데,

 

어쩌다 드물게 벚나무 가로수 사이에

슬며시 숨어 있던 살구꽃나무가

 

벚나무보다 먼저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

 

옛 추억 때문에 눈물 글썽이며

어린애처럼 다가가 반겼다.

 

 

 

 

언제부턴가 서울 사람들은

해마다 벚꽃이 피어야만

 

비로소 봄이 온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어린 시절 우리들 고향에선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가

울긋불긋 꽃대궐(大闕)을 차려도

 

감히 벚꽃나무 따위는

행세(行勢)를 할 수 없었건만,

 

창경원(昌慶苑)이 없어지면서

완전히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사쿠라(sakura)꽃들이

 

우리말 벚꽃으로

창씨개명(創氏改名)을 한 채

 

언제부터인가

 

해마다 서울에서

봄을 전세(傳貰)내었는지

 

신문과 방송에선

 

여의도(汝矣島)에 꽃이 피면

국가적 경사라도 난 듯

 

호들갑을 떨어댄다.

 

'서울'하고도

'여의도(汝矣島)'는

 

무궁화 표지(標識)가 선명한

국회의사당(國會議事堂)있는 곳이다.

 

여의도(汝矣島)의

벚꽃 축제(祝祭)나

 

옛날 일본 신궁(日本神宮)이 있던

남산(南山)의 벚꽃을 구경 안 하면

 

사람 축에도 못 드는 양

 

서울에 사는 갑남을녀(甲男乙女)들은

너나없이 뒤질세라 꽃놀이를 간다.

 

무궁화 꽃이 필 때나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를 비롯해

 

하다못해 개나리 축제 따위에 

사람들이 너무 몰려들어

 

교통마비 사태가 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다는데,

 

올해도 사쿠라가 만발한 

여의도(汝矣島)엔

 

탐승객(探勝客)들로 온통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었다.

 

그 이름이야 사쿠라꽃이든 벚꽃이든 

꽃이 눈부시게 예쁘고

 

화려한 것은 사실이지만,

 

은근하고 담백(淡白)한 살구꽃이

서울 시내 여기저기에 모습을 보이면

 

우리들 고향 마을을

옮겨 놓은 것 같아

 

한결 더 반가우련만,

 

올해에도 화려하게 핀

사쿠라꽃은

 

우리 고향에서 올라온

봄의 꽃들에게

 

한 치 양보 없이

 

도심(都心) 대부분을

점령해 버렸다.

 

 

 

 

어쩌다 벚나무 숲 사이에

슬며시 숨어 있던

 

살구꽃나무가 모습을

삐죽 보이면

 

산골 마을에서 자란 이들은

옛 추억 때문에 반가워

 

소리 없는 환성을 내지른다. 

 

오랜만에 도시 한복판에서

발견한 살구꽃은

 

화장기(化粧氣) 없는

고향의 숫처녀처럼

 

수수하게 예뻐 보인다.

 

원래 살구꽃은

고향 산골에 피어야지만

 

도시(都市)의 길가나

 

도심(都心) 한가운데를

꿰뚫어 흐르는

 

개천가에 피어도 좋다.

 

시골에 피든

서울에 피든

 

살구꽃이 활짝 피면

 

대한 국민(大韓國民)은 누구나 

해맑은 얼굴빛이 된다. 

 

 

 

 

 

 

출처 :  http://blog.daum.net/noddle/1341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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