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풍경

테레사(Teresa) 자매님 댁(宅) 감나무엔

noddle0610 2015. 12. 15. 15:30

 

 

 

 

 

 

 

 

 

 

    [창작 시조]

 

테레사(Teresa) 자매님 댁() 감나무엔

 

1

 

우리 집 바로 이웃

테레사 자매님 댁,

 

그 집 안마당에는

감나무만 세 그루.

 

홍시(紅枾)가 익을 무렵엔

온정(溫情)도 여무는 집.

  

2

 

예전엔 한양(漢陽) 땅에

땡감만 맺히더니,

 

엘니뇨(El Nino바람맞아

홍시가 다디달다.

 

때깔도 너무 고와서

눈 호강을 시킨다.

 

3

 

테레사 자매님은

감나무 한 그루를

 

올해도 까치 떼에

통째로 내주셨다.

 

그 덕()에 한겨울 내내

까치소리 듣겠다.

 

4

 

우리 집 바로 이웃

인정 많은 감나무 집.

 

까치도 자주 찾고

사람들도 꾀어드니,

 

덕분(德分)에 웃음꽃 피워

한겨울이 춥잖다.

   

 

2015 12 13일 오후 3  

     

 

 테레사(Teresa) 자매님은 바로 우리 이웃집에 사신다. 테레사 자매님은 우리 가족이 다니는 성당(聖堂)의 독실한 교우(敎友)이시자, 내 아내와는 마치 친자매나 되는 것처럼 여러 해째 마음을 주고받으며 간친(懇親)하게 지내는 분이시다.

테레사 자매님은 남에게 봉사하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성품 때문에 성당 안팎에서 평판(評判)이 자자한 분이시다. 그런 분이 바로 우리 이웃집에 사시니, 내 아내는 너무 행복해한다.

옛말에 이르기를 우애(友愛)가 깊으면 콩알 반쪽이라도 나눠 먹는다고 했는데, 그 말을 그대로 실천하는 분이 바로 테레사 자매님이시다. 조금이라도 귀한 음식이 생기거나 맛있는 요리를 하게 되면 꼭 우리 집 대문 앞에 오셔서 초인종을 누르곤 하신다.

어디 그뿐이랴. 내 아내가 환갑 전부터 관절염에 걸려 벌써 여러 해째 고생고생하고 있는데, 테레사 자매님은 관절에 좋다는 약을 한두 번도 아니고 빈번하게 구해다 주셨고,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비싼 가격의 운동기구(運動器具)나 족욕(足浴) 기구 등을 그것도 한번도 안 쓰신 새것을 장기간 동안 빌려 주시기도 했고, 우리 동네 병원에서 치료가 잘 안 되자 관절염 치료를 잘 하기로 소문이 난 유명 병원을 소개해 주셔서 현재도 내 아내는 자매님이 가르쳐 주신 서대문 근처에 있는 관절염 전문 병원을 다니고 있는 중이다.

매월 정기적으로 카톨릭 신도들의 집에서 '성당 구역 반상회(班常會)'를 갖곤 하는데, 테레사 자매님 댁에서의 반상회 차례가 되면 단순한 다과회(茶菓會)가 아닌 아주 잘 차린 오찬(午餐)을 내놓아 교우들이 상당히 미안해하고, 여간 고마워해하는 게 아니다. 특히 바로 이웃에 사는 내 아내의 경우는 더 부담스러워한다. 전에는 우리 집에서 반상회를 갖기도 했지만 여러 해 전부터 나와 내 아내의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부터는 우리 집 차례가 돌아오면 우리 집에서 하지 않고 성당 안에 있는 '소회의실(小會議室)'에서 반상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남에게 신세를 지면 반드시 보답하는 것을 철칙으로 알며 살아온 사람이 바로 내 아내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건강이 여의(如意)찮아지면서부터 차츰차츰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하게 되어 요즈음 들어서 부쩍 속상해하고 있다내 아내는 평소 요리 솜씨가 좋기로 평판이 난 사람이지만 요즘에는 시장(市場) 보러 가는 것도 무척 힘들어할 만큼 건강이 안 좋아져서, 둘째 딸내미나 늦둥이 아들놈이 자기 어미를 대신해서 이마트(e-mart), 백화점, 재래시장에 들러 식재료를 구입하거나, 인터넷 홈쇼핑으로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는 처지에 있으며, 간단한 식사는 자식놈들 셋이 돌아가며 차리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사유로 테레사 자매님의 두터운 정에 일일이 보답할 수 없게 되었으나, 우리처지를 잘 아시는 자매님은 늘 한결같이 내 아내를 상대해 주신다. 우리 동네 성당의 교우들이나 이웃 사람들에게 대하는 태도 역시 언제나 변함이 없으시다.

이런저런 어여쁜 태도로 하느님의 보살핌을 받으셨는지 한때 자매님도 건강이 안 좋아 큰 수술을 받으셨지만 지금은 건강도 아주 많이 좋아지셨고, 부군(夫君)이 하시는 일도 잘 되어 문자 그대로 유복(裕福)한 삶을 누리는 중이시다.

 

옛 속담에 이르기를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평소에 인정 많고 인심 좋으신 테레사 자매님의 넉넉한 성품은 이제는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요 저 미물(微物)에 지나지 않은 날짐승들까지 배려하고 베푸시는 것을 나는 이번 겨울에 이르러서야 확연히 알게 되었다.  

 

테레사 자매님 댁에는 큰 감나무가 세 그루나 있는데, 지난가을에는 지구(地球) 온난화(溫暖化) 덕분에 모든 유실수(有實樹)가 풍성한 열매를 맺었듯이 자매님 댁의 감나무에도 탐스러운 결실(結實)이 이루어져서 겨울철에 이르도록 나뭇가지마다 온통 홍시(紅枾)가 주렁주렁 매달려 가()히 구경거리였다. 그런데 이상스러운 점은 동지(冬至)섣달이 되도록 세 그루 중 한 그루에 있는 홍시들은 따먹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것이었다. 보통은 나뭇가지 높은 곳에 까치 따위의 날짐승들을 위해 홍시 몇 개는 남겨 놓지만, 한 그루 전체를 통째로 남겨 두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내에게 어째서 테레사 자매님 댁 감나무 한 그루에는 아직껏 홍시들이 저렇듯이 많이 매달려 있는지 그 까닭을 아느냐고 넌지시 물어 보았다. 자매님과 친한 내 아내의 답변인즉 그 댁()에서는 해마다 감이 무르익으면 세 그루를 다 따먹지 않고 한 그루는 이른바 ‘까치밥’으로 넉넉히 남겨 두곤 한다는 것이었다. 매사에 무심한 편이던 내 눈에도 여느 해와 달리 보기 드문 과일 풍년을 만나 홍시가 풍성하게 많이 달린 것이 보였기 때문에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비로소 테레사 자매님의 관심은 사람뿐만 아니라 까치나 비둘기 까마귀 참새 따위의 날짐승들에게까지 미치고 있으신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평소 테레사 자매님의 후덕(厚德)하신 인품에 이끌려 이웃은 물론이요 성당 교우님들이 늘 자매님 댁에 몰려들어 집안을 북적거리게 하였듯이, 이제 이 댁 감나무에는 자매님의 감화(感化)를 받은 새 떼들까지 모여들어 지저귀게 된 것이다. 바로 이런 경우를 가리켜 ‘감동(感動)’이라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새 떼들을 배려해 감나무 한 그루에 달려 있던 홍시들을 몽땅 까치밥으로 남겨 놓은 테레사 자매님의 휴머니티(humanity)는 사람들은 말할 나위도 없고 새들까지도 고즈넉이 감화(感化)를 받게 했다는 저 아씨시(Assisi)의 성인 프란치스코(San Francesco)의 행적(行蹟)을 본받으려는 데서 연유(緣由)한 가톨릭적(Catholic) 신앙심의 발로(發露)일까. 아니면 우리 배달겨레의 옛 조상들이 날짐승들을 배려한 인정적(人情的) 행위에서 비롯되어 수천 년 동안 계승해 내려온 민속적(民俗的) 디엔에이(DNA)가 유독 테레사 자매님에 이르러 강하게 도드라져서일까.

 

아무튼 물질문명의 지나친 발달과 황금 만능의 이기주의 때문에 인간성이 황폐화한 현대 사회에서는 신앙심도 예전 같지 못하고 전통 계승도 예전 같지 못한 실정인 바, 사람과 날짐승까지 배려하는 소박한 휴머니즘(Humanism)을 묵묵히 보여 주는 분이 바로 우리 이웃에 계시다는 것은 나와 내 아내에게는 그야말로 행운(幸運)이자 소박한 행복(幸福)이다.

하지만 피치 못할 주변 환경의 변화 때문에 머지않아 우리 집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할 것 같아 요즈음 우리 부부(夫婦)가 느끼는 이웃에 대한 감동과 소박한 행복감은 한시적(限時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내외(內外)에게 이웃에 대한 감동과 소박한 행복감을 새삼 느끼게 해 주신 테레사(Teresa) 자매님은 더더욱 우러러 보인다.

앞으로 어디에 가서 살든 간에 테레사 자매님에게서 받은 사랑과 감동을 잊지 않고 우리 부부도 가능한 한() 또 다른 이웃과 새로 만나는 이들에게 '휴머니즘 바이러스(virus)'를 조곤조곤 퍼뜨려, 테레사님에게 보답(報答)하련다.